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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무기한 휴진' 첫날…"암 수술 또 미뤄지면 안돼" 한숨
"환자가 있어야 의사가 있는 것…윤리적으로 휴진 맞나 싶어"
(서울=뉴스1) 박혜연 김종훈 기자 = "교수님들이 병원에서 대기하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오히려 그건 아픈 환자에 대한 농락이라고 생각해요."
서울대병원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17일 오전 뉴스1과 만난 A 씨(45·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사정은 모르지만 치료하실 거면 나와서 (진료)하시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어머니의 관절 수술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는 A 씨는 "옛날에 전쟁이 나도 의무병은 안 죽인다는 말이 있는데 아무래도 의사는 아픈 사람을 고치는 데 중점을 두라는 의미일 것"이라며 "의사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수개월간 이어진 의료대란에 무기한 휴진이 더해지자 진료나 수술이 또 연기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했다.
비뇨기과 수술을 앞둔 어머니의 보호자로 온 B 씨(30대 여성)는 "일부러 서울대병원으로 온 거라 다른 곳으로는 못 간다"며 "(휴진 영향 때문에 미뤄지면)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 씨는 "원래 (어머니가) 3월 4일에 수술을 받으셨어야 했는데 당시 의료대란 때문에 이미 한 번 수술이 연기됐다"며 "암 전이가 걱정되는 상황이라 또 미뤄지면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요양병원에서 온 60대 여성 김 모 씨는 "휴진은 당연히 환자 입장에서 불안하다"며 "저는 암 진단을 받고 제 순서대로 밟아와서 다행인데 새로 (발병한) 분들은 진단조차 못 받고 있으니까 불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서울대 의대 산하 4개 병원 교수의 약 55%가 휴진에 동참한 가운데 교수들은 응급·중증 질환 진료는 유지할 방침이라고 했지만 환자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김 씨는 "(응급·중증 질환 진료는 지장이 없을 거라는 말에) 전혀 공감이 안 된다"며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한시가 급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환자가 있어야 의사가 있는 거지,의사가 있어서 환자가 있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환자를 보고 나서 요구할 것을 관철해야지 환자를 내팽개치고 나가면 누가 호응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서울대병원 내부는 평소보다 한산한 분위기였다.평소 사람들로 꽉 들어찼던 외래 접수처 앞 대기 의자에는 20여 명만 앉아 있어 빈자리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보호자는 "평소 1시간 넘게 대기했는데 오늘은 오히려 대기시간이 줄고 주차 공간이 널널해서 편했다"고 전했다.
휴진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진료를 받게 돼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보호자들도 있었다.
용산구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C 씨는 "뉴스 보고 불안했는데 정상적으로 진료한다고 안내 문자가 왔다"며 "저희 진료를 보는 교수님은 휴진에 동참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C 씨는 "사실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가 의사셨다"며 "윤리적으로 (휴진이) 맞나 싶다.개인의 만족을 위해서 집단이기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잠비아 카메룬 축구아픈 분들이 이렇게 고생하고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 너무 (의사들이) 이기적인 것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오는 18일부터는 '빅5' 병원 중 나머지인 연세대,가톨릭대,잠비아 카메룬 축구성균관대,울산대 의대 교수도 일제히 휴진한다.정부는 각 대학병원장에게 집단 진료 거부에 대한 불허를 요청하는 한편 병원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구상권 청구 검토도 요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