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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사업체 위장해 “대출 안 된다”며
‘통신상품’명목으로‘휴대폰깡’유인
2695명 명의로 휴대전화 번호 개통
피싱 등 범죄에 악용…피해액 339억
‘일반 대출은 부결 나셨고요.현재 통신상품은 진행이 가능한데 들어보셨을까요’
정상적인 대출을 문의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방식으로 접근해‘휴대폰깡’을 유도하고 64억원 이상의 이익을 거둔 범죄집단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16일 범죄집단조직·가입·활동 등 혐의로 총책·상담원·기사(관리책) 140명,면접볼때그 밖의 공범 17명 등 총 157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형법상 범죄집단으로 묶인 것으로는 단일 사건 기준 역대 최대 인원이다.
경찰 설명을 들어보면,면접볼때이들은 지난 2019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구·경북 구미 일대에 대부업체 50개를 등록하고 상담을 위한 콜센터 사무실을 마련해 겉으로는 정상적인 대출을 해주는 사업체인 양 꾸몄다.인터넷 광고를 보고 소액 대출 희망자들이 연락하면 “일반 대출은 안 된다”고 말한 뒤,소위‘휴대폰깡’을 하도록 유도했다.대출희망자들에게 대당 130만∼250만원 상당의 최신 휴대전화 단말기를 2∼3년 약정으로 개통하게 한 뒤,면접볼때단말기와 유심을 곧장 거둬들여 단말기는 장물업자에게,면접볼때유심은 피싱조직 등 대포폰이 필요한 이들에게 넘겼다.대출자들은 개통 즉시 40만∼100만원을 지급받지만,면접볼때약정기간 동안 휴대전화 단말기 할부금과 요금을 매달 납부해야 했다.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64억원가량을 챙겼다.
이들이‘휴대폰깡’으로 개통한 휴대전화는 3767대,이용한 명의는 2695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특히 유심은 보이스피싱,도박,리딩방 등 범죄조직에 팔았는데 이 중 172개가 각종 사기범죄에 이용됐다고 한다.이런 사기로 인한 피해액도 339억원에 달했다.
경찰은 지난해 4월 발생한 강남 마약 음료 사건에서‘불법 유심’이 다수 사용된 것을 발견하고,유통 경로를 추적하다‘휴대폰깡’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을 포착했다.
심무송 서울청 형사기동대 피싱범죄수사계장은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선 대출이 곤란한 사람들의 명의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범죄수법으로,이렇게 개통된 휴대전화가 각종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