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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주최 글로벌 수학경시대회 결선에 진출한 고교생 장핑이 수학 문제를 푸는 모습(왼쪽)과 재봉틀로 작업하는 모습.장핑은 장쑤성의 직업전문학교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바이두 캡처
직업전문학교‘장핑’역전 스토리서
대리시험 의혹에 음모론까지 등장
“제3자 다시 채점,공개하라” 청원
“당신 자녀,장핑처럼 직업학교로”
“명문대서만 천재 나오나” 분열도
중국의‘17세 천재 소녀’장핑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처음에는 직업전문학교에 가야했던 수학 천재의 감동적인 인생 역전 스토리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로또 1등 2개대리시험 의혹에 음모론까지 등장하면서 사회적 논란으로 번졌다.불신이 깊어지면서 장핑의 답안지를 제3자가 다시 채점해 공개해 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장쑤성의 한 직업전문고교에 재학 중인 장핑은 지난 13일 중국의 IT 대기업 알리바바가 개최한 글로벌 수학경시대회 예선에서 93점을 받아 전체 801명 중 1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주최 측이 공개한 결선 진출자 상위권 명단에는 중국 베이징대·칭화대,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영국 케임브리지대 등 명문대 출신이 즐비했지만 장핑은 롄수이전문학교 재학으로 표기됐다.장핑은 이번 대회에서 30위 안에 든 유일한 여성이었고,대회 역사상 결선에 진출한 첫 직업전문학교 학생이었다.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직업고교·대학은 중국에서‘실패한 학생들이 가는 곳’으로 간주된다.
장핑의 재능을 알아보고 이번 대회 참가를 권유한 건 롄수이전문학교의 수학교사 왕룬추였다.수학석사인 그는 장핑이 수학시험에서 독보적인 성적을 보이자 대학 수학을 독학하도록 이끌었다.왕룬추도 이번 대회에 참가해 결선에 진출했지만,순위는 장핑보다 훨씬 낮은 125위였다.
불리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재능을 개발한 장핑과 그를 발굴한 스승의 감동 스토리는 큰 화제가 됐다.인터넷 개인방송인들은 카메라를 들고 장핑의 학교와 집 앞으로 몰려갔다.지역의 한 사업가는 집 앞 흙길을 포장해주겠다고 나섰고,
로또 1등 2개다른 사업가는 장핑의 집을 찾아가 5000위안(약 95만원)을 내놓고 갔다.유명 대학들은 장핑 유치에 나섰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에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논란이 번졌다.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인 만큼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네티즌들은 장핑의 과거와 지인들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이들은 장핑이 직업학교에 진학한 이유부터 석연치 않다고 봤다.수학은 잘했는데 입시 점수가 나빴다고 했지만,네티즌들은 일반고교 진학이 가능한 점수가 기록된 성적표를 찾아냈다.가난해서 직업학교에 갔다는 이야기도 근거가 희박했다.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학비를 부담할 능력은 됐고,어려운 학생을 위한 장학금도 받을 수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장핑과 지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롄수이전문학교에 친언니와 친구가 다니고 있고,
로또 1등 2개본인이 패션디자인을 좋아해 진학했다는 설명이 덜 극적이지만 설득력은 있다.
경시대회 예선을 치르는 방식이 느슨한 점도 의혹의 불쏘시개가 됐다.이번 대회 예선은 48시간 동안 온라인 오픈북 방식으로 진행됐다.온·오프라인 자료를 모두 열람할 수 있고 컴퓨터 프로그램 사용도 가능했다.다른 사람과 토론,외부 전달,기타 모든 형태의 부정행위는 금지됐지만 실제 현장 통제나 적발은 불가능했다.이런 점이 장핑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거나 누군가 답안지를 대필했다는 의혹의 근거가 됐다.
베이징과기대 교수를 자처한 남성이 롄수이전문학교 앞에서 자기네 팀이 장핑을 돕고 있다고 말하는 영상까지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베이징과기대는 이런 교수가 없고 내용도 거짓이라고 밝혔지만,의혹이 커진 뒤였다.
베이징대 수학석사이자 알리바바 수학경시대회에 3차례 참석했던 자오빈이 장핑이 부정행위를 했다는 데 500만 위안(약 9억5000만원)을 걸겠다고 공언한 게 결정타였다.그는 “전부 사기라고 확신한다.장핑의 스승 왕룬추가 배후일 것”이라며 “예선은 오픈북 테스트이고 답안지 대리 제출이 가능하다.장핑은 문제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최 측은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지난 22일 치러진 결선 시험에선 마이크와 카메라를 이용해 실시간 검증하는 방식을 도입했다.하지만 이튿날인 23일 이번 대회 결선 진출자 39명은 조직위원회에 장핑의 예선 답안지를 제3의 전문가들이 다시 채점하고 공개하라는 청원을 제기했다.
여론이 분열되면서 감정 대립도 격화됐다.베이징이공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당신이 장핑을 지지한다면 당신의 모든 자녀가 직업전문학교에 진학하기 바란다”고 비꼬았다.
장핑에 대한‘마녀사냥’이 중국에 만연한 학벌지상주의의 폐해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왔다.블로거 차오화시시는 “일부 네티즌은 장핑이 평범한 가정 출신이고 학벌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냉소하고 야유한다”면서 “명문대에서만 천재가 나올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장핑 개인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자제하고 중국의 교육제도나 현실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자는 제언도 나왔다.탕장펑 홍콩중문대 선전캠퍼스 당대교육연구소장은 “중국 교육은 학생들이 특기를 개발하고 장점을 취하게 만드는 설계가 부족하다”면서 “장핑이 일반고교에 진학했다면 대학입시를 준비하느라 수학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장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사실 우리 아이와 교육제도에 대한 관심”이라며 “단일 선발체제를 타파하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인생을 빛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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