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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심 진출작
손보미 '끝없는 밤'
현기증 나는 세계에서
침몰할 것 같은 진실 추적
상실과 애도에 관한 미학
◆ 이효석 문학상 ◆
손보미 작가의 소설 '끝없는 밤'은 통증에 관한 소설이다.증상은 분명하지만 환부가 불분명한,육체의 통증이자 정신의 통증이기도 한,월드컵 골 수불명확함이 특징인 그런 통증이다.그런 통증은 누구나의 것이다.그건 삶 자체의 민낯이다.우리는 그걸 모르고 살 때가 많다.
중심인물 '그녀'는 지금 잔물결 위의 개인 요트 위에 앉아 있다.남편 지인의 요트였고,승선 인원은 9명.선주는 요트 내 공간을 굳이 '갤리,월드컵 골 수살롱,컴패니언웨이'라 불렀다.가죽소파와 천장의 전면 유리창이 화려하게 설치된 요트는 가격이 10억원을 웃돌 것으로 짐작됐다.요트에 오른 사람들은 서로를 잘 모른다.그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순간을 느끼는 중이다.
요트 위에서,사람들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감을 느낀다.누군가가 한마디를 결국 던진다.
"이렇게 바람이 부는 게 정상이에요?"
흔들리는 요트 위에서 '그녀'는 자기 몸의 통증에 얽힌 과거의 한때를 생각한다.그 통증은 지금도 지속되는 중이었다.'와이존'이라고 부르는,샅굴부위의 통증이었다.
난소의 통증인지 자궁의 통증인지 불명확했는데,산부인과를 들락거려도 원인이 모호했다.이 통증은 어디서,또 왜 시작된 걸까.
이제 세상을 떠난 강아지 '공기' 때문에?혹은 그녀 표현대로 '오염된' 음식을 먹어서?그것도 아니라면,그녀가 한때 상실했던 한 사람 때문에?
다시 요트 위의 풍경.평정심을 잃게 만들 만큼의 파도가 들이치며 사람들은 서서히 얼굴빛이 변해간다."괜찮을 거야,월드컵 골 수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란 말과 달리,사람들도 '패닉'에 빠져간다.
급기야 사람들은 규칙적으로 숨을 내쉬려 노력하고 있다.아무런 감정도 새어 나오지 않게 하려고.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배가 아니라 '물 위'에 있었다.죽을지도 모른다는 위협과 돌풍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통증이 왜 시작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그녀가 진실에 다다랐을 때,난파선에서 떨어져나간 부유물처럼 떠도는 순간에 이르렀을 때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돌풍이 몰아칠 때,죽을지도 모른다는 위협 속에서 그녀는 자신이 진실에 가닿았다고 믿었었다.허위의 가면을 집어던짐으로써 진짜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정말로 그랬었나?아니다.진짜 자유를 얻었다는 그 믿음이야말로 허위에 불과한 것이었다.아니다.가면을 집어던지는 바로 그 행위 자체가 허위에 불과한 것이었다.'
삶과 고통이라는 진자운동에 관한 거대한 은유다.
심사위원 전성태 소설가는 "여러모로 좋았던 소설이다.손보미 작가의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가 굉장히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는데 '끝없는 밤'은 한 사람의 내면을 통증으로 인식하고 관념화하는 부분이 특히 좋았다"고,박인성 평론가는 "손보미 작가의 형식적 완미함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끊어지고 침몰할 것 같은 진실을 현기증 나는 세계 안에서 끈기 있게 추적하는 방식"이라고 평했다.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