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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하철 이도훈 기관사
2024 브런치북 출판 대상
“세상은 모두의 힘으로 유지”
2024 제11회 브런치북 대상작인 부산지하철 2호선 기관사 이도훈 씨의 에세이 <이번 역은 요절복통 지하세계입니다>가 출간됐다.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는 카카오와 브런치스토리가 2015년부터 진행해 온 종이책 출판 공모전이다.이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는 8800여 편의 응모작이 몰린 가운데 88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0명의 새로운 작가가 탄생했다.이 책을 출판한‘이야기장수’측은‘세계 최초 지하철 에세이스트의 탄생’이라며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책을 펼치자마자 냄새 나는 이야기부터 나온다.유감스럽게도 지하철 열차에는 화장실이 없다.승객들이야 화장실이 급하면 내려서 가면 되지만,기관사들은 생리 문제(특히‘급똥’)를 대체 어떻게 처리할까.운전실 출입문 너머에는 승객들이 잔뜩 앉아 있다.그래서 기관사들은‘대장 관리능력’을 키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그래도 안 되면 최후의 방법으로 소위‘똥대기’로 부르는 대기 기관사의 도움을 받는단다.
기관사는 회차하러 갈 때 반대편 운전실로 이동하며 오만 가지 유실물과 맞닥뜨린다.스마트폰,지갑,가방부터 시작해서 수박,좌욕기,성인용품,그리고….어떻게 지하철에 이런 것까지 갖고 탈 생각을 했는지 흥미진진한 유실물 이야기가 나온다.기관사로서 맞이하는 가장 힘든 순간은 사고,특히 자살 사건이다.비상제동 시 열차의 제동거리는 100미터를 훌쩍 넘기기에 눈에 보여도 사고를 막기가 어렵다.사상 사고를 겪으면 다시 운전하기가 쉽지 않고,기관사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지하철 안전 펜스가 세워지기 전에는 지하철역에 들어갈 때마다 긴장으로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니….
여름철에 지하철을 타면 덥거나 춥거나 해서 불만이다.기관사들의 고충이 가장 클 때라고 한다.냉난방 조절,특히 냉방 맞추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적당히 틀면 덥다,그래서 세게 틀면 춥다‘덥다’와‘춥다’는 민원이 두더지게임의 두더지처럼 번갈아 솟아오른다.기관사들은 여름이면 불가마 상태의 열차를 끌고 나와 하루 종일 꺼지지 않는 냉방기 아래에서 드라이에이징을 당한다니 승객들의 이해가 필요하겠다.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다 어쩌면 저자가 운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지난 주말 이 씨를 만나 일문일답을 나눴다.
-어떻게 지하철 기관사라는 소재로 책을 낼 생각을 하게 되었나.
“마음속에 계속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교양 과목 시간에 창의적 글쓰기 수업을 듣고 감동을 받아 공대에서 국문과로 전과를 하려고 했더니 교수님이 말렸다.너의 길을 가고 그걸 나중에 글로 옮기면 된다.꼭 국문과에 와야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기관사가 된 뒤 꿈을 잊고 지내다 아내의 격려로 다시 시작하게 됐다.브런치에서 사랑 이야기를 썼지만 탈락했다.지금 세상이 바라고 사람들이 읽고 싶은 이야기,로또 1074회 번호일종의 트렌드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그래서 기관사 이야기를 썼다.
-7년간의 기관사 생활 중에 가장 보람이 있었던 순간은.
“동백역으로 향하던 중에 미아를 찾기 위해 해운대역에 역무원이 출장 나온다는 무선이 왔다.역무원은 해운대역에서 미아를 찾지 못하고 내렸다.걱정되어 CCTV로 객실을 살폈더니 분홍색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혼자 앉아 있었다.미아가 맞았고 내가 해결해야 할 상황이었다.중동역에 정차시킨 후에 객실 문을 열고 눈물범벅인 아이에게 다가가 안정을 시켰다.아이를 운전실과 가장 가까운 의자에 앉히고 출발해 장산역에서 역무원에게 인계했다.정말 다행이었다.”
-이 책을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퇴직이 얼마 안 남은 선배가 30년 근무하면서 기관사 이야기로 책 쓰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엄청나게 좋아했다.동료들의 이야기를 글로 옮기고 나니 혼자가 아니라 같이 썼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지하철 2호선에 더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승객들은 지하철을 타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기관사를 인지하지는 못한다.하지만 지하철에는 저희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관제사,로또 1074회 번호역무원,청소 여사님,검수 직원,승객 등 모두의 힘으로 지하철이 굴러 간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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