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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럽의회 선거에서 1995년생 젊은 당대표 조르당 바르델라를 선두로 하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승리했다.마크롱 대통령은 다시 한번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6월9일 프랑스 파리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EPA
6월9일 프랑스 파리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EPA


프랑스에 정치 분열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6월9일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득표율 31.4%를 얻어 역사상 최초 단일 정당 30% 이상 득표라는 성과를 거뒀다.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직후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극우 세력의 확산세는 예견된 바였다.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여러 차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30%가 넘는 지지율을 얻어왔기 때문이다.지난 4월13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가 일간지 〈르파리지앵〉과 함께 발표한 조사 결과(성인 1500명 대상,4월10~11일)에 따르면 응답자의 32%가 조르당 바르델라가 이끄는 국민연합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반면 연합 여당의 지지율은 16%,좌파 성향 사회당(PS)은 13%,로리맥길로이우파 성향 공화당(LR)은 6.5%의 지지율을 보였다.이날 입소스 대표 브리스 탕튀리에는 “전 연령층에 걸쳐 국민연합 조르당 바르델라 지지율이 아주 높다.(그를 향한 투표가) 반(反)마크롱 투표로 여겨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5월2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유럽 정치 전문가 파트리크 마르탱주니에 파리 정치대학(시앙스포) 교수는 “유럽의회 선거는 항상 정부를 규탄하는 매개 역할을 해왔다”라고 분석했다.4월17일 유럽연합에서 발간되는‘유로 바로미터’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2%가 유럽연합에 회의적이라고 답했으며,5월6일 프랑스 TV의 여론조사에선 국민 49%가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 투표율은 52%로 1994년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선거 당일인 6월9일 프랑스 TV에 출연한 입소스 관계자는 “대통령 선거 이후 프랑스 국민을 가장 많이 투표하게 만든 선거”라고 평했다.높은 참여율을 보인 유럽의회 선거에서 1995년생 젊은 당대표 조르당 바르델라를 선두로 하는 극우 국민연합(RN)이 승리했다는 점은 2022년 총선 패배에 이어 마크롱 집권 여당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한다.역대 최연소 총리인 가브리엘 아탈을 임명하며 정부 이미지 쇄신에 힘써왔던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가 다시 한번 제기되고 있다.

위기 앞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극우 정당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마크롱 대통령은 4월25일 파리 소르본 대학 연설에서 “오늘날 유럽연합은 죽을 운명에 처해 있다.이것은 오직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스스로 신뢰할 수 있는 유럽 방위라는 전략적 개념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현 프랑스 집권 여당은 친유럽 성향을 보인다.반유럽,자국 중심 정책을 펼쳐온 극우 정당 국민연합과 상반되는 입장을 지녔다.4월27일 동부 낭시 지역 일간지 〈레스트 레퓌블리캥(L’Est Républicain)〉과 인터뷰한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연합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정책으로 내세운 게 없다.7년 전에는 유럽연합과 유로존에서 나가겠다고 했는데,2년 전부터는 이렇다 할 주장도 하지 않고 있다‘농민들과 함께’라고 하지만 농민들을 위한 보조금을 지원하는‘지방농업정책(PAC)’에는 투표하지도 않았다.선동 정책을 펼치고 있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6월6일에는 프랑스 2TV 채널에 출연해 “유럽 곳곳에서 극우가 영향을 펼치고 있다.유럽이 이토록 위협받은 적은 없었다”라면서 친유럽 정당 연합에 투표해줄 것을 호소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월12일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AFP PHOTO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6월12일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AFP PHOTO
프랑스 청년들이 극우 정당 지지하는 이유

하지만 선거 결과 국민연합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대중의 관심을 얻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그는 이민자 수 감축 및 국경 통제를 통한 불법 이민 방지,로리맥길로이보안 인력 확충으로 치안 강화,프랑스 산업 및 농업 보호를 주장해 표심을 얻었다.선거 직전인 6월6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바르델라의 이민정책과 구매력 상승 정책을 지지한다”라는 응답자가 85%에 달했다.바르델라 대표는 지난 5월24일 방송 토론에서 “유럽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연합의 현 작동 방식에 반대하기에 몇몇 규칙을 바꾸고 싶다”라며 자신의 노선을 설명하기도 했다.

프랑스 언론은 조르당 바르델라의 부상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6월3일 라디오 프랑스앵포는 “청년들은 왜 유럽의회 선거에서 조르당 바르델라를 지지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민연합을 지지하는 청년들을 인터뷰하고 분석했다.국민연합 선거캠프에 참여한 아나엘 씨(21)는 “북부 지역에 살면서 점점 지역이 안 좋아지고 이민자들을 실은 버스가 점점 더 많이 보이는 것을 봐야 했다.치안이 불안정해져 무서웠고,로리맥길로이직접 지역에서 활동하며 보안 정책을 펼치는 국민연합 의원들을 지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을 앞두고 프랑스 좌우 각 진영에서 정당 간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가 이끄는 정당‘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는 4월18일 북부 릴 대학에서 친(親)팔레스타인 회담을 계획했다가 도지사의 결정으로 취소된 바 있다.당시 프랑스 좌파 사이에서도 멜랑숑 대표가 유럽의회 선거운동에 가자지구의 상황을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이들 비판 그룹 가운데 대표적 인물이 사회당(PS) 유럽의회 의원 대표 라파엘 글뤽스만이다.글뤽스만은 마크롱과 멜랑숑에게 실망한 유권자의 표를 흡수해왔는데,그가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좌파 연합 사이에도 균열이 드러났다.

우파 진영에서는 지지율 7.25%를 얻은 중도우파 공화당(LR)의 에리크 시오티 대표가 당에서 제명되며 논란이 일었다.시오티 대표는 6월11일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과 동맹을 맺겠다고 주장해 당내에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당내에서는 극단주의 정당과 손을 잡지 않겠다는 일종의 합의가 있었으나 시오티 대표가 이를 깨뜨렸다는 것이다.결국 다음 날 공화당 지도부는 만장일치로 시오티 대표를 해임하며 내홍이 절정에 달했다.

유럽연합 선거,그에 따른 극우 정당의 부상은 프랑스 정치권을 혼돈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6월12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극우 세력의 승리에 대해 “제가 시민들의 정당한 우려에 신속하고 근본적으로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모든 일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한다면 오늘 여러분 앞에 있지 않았을 것이며 의회 해산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덧붙여 그는 “2027년 (대통령 선거) 권력의 열쇠를 극우 세력에 주고 싶지 않다.국민들의 분노와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정부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여론에 호소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극단주의 급부상에 대한 위기감을 전하고 있다.6월15일 토요일 프랑스 전역에서 약 25만명이 극우 정당 반대 시위에 동참했다.시위에 참여한 프랑스 민주노동동맹(CFDT) 총장 마릴리즈 레옹은 이날 “우리는 민주주의의 후퇴일지도 모르는 역사적 순간,전례 없는 상황에 처했다”라면서 극우 정당의 총선 압승을 저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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