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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호룡 전 경남도 지적과장(77)이 최초로 아이디어 낸 '조상 땅 찾기'
여중생 요청으로,돌아가신 아빠 땅 찾아준 게 시작
이후 2001년부터 전국 확산,토토로 바람이 지나가는 길 악보최근 5년에만 368만 필지 찾아줘
37년 공직 생활…"내 작은 수고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 된다면,그 수고는 즐거운 거란 신조"

[편집자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처음 낸 사람들을 만나러 갑니다.아이디어의 시작과 발명,이른바 '아시발'입니다.시발(始發)은 비속어가 아니라 '처음으로 일어남'이란 뜻입니다.세상을 선하게 만드는 아이디어가 더 널리 퍼지길 바랍니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1993년 초,여중생이 경남도청 사무실에 찾아왔다.송호룡씨는 당시 경남도 지적과장이었다.토지 정보와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었다.

학생은 울면서 이리 말했다.

"아빠가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돌아가셨어요.돌아가시기 전에,토토로 바람이 지나가는 길 악보어디에 땅을 사두셨다는 얘길 들었었는데…."

어린 나이에 허망하게 아빠를 잃은 딸.갑자기 생계가 기울어진 벼랑 끝에서 기억해낸 얘기였다.단지 땅이 있단 것만 알 뿐,이를 어떻게 찾을지 몰라 무작정 찾아온 거였다.

학생 얘기에 마음이 찡해졌다.찾아줄 수 있었으나 걸리는 게 있었다.'개인정보보호법'이었다.호룡씨가 말했다.
'조상 땅 찾기' 참고 사진(기사 내용과는 무관)./사진=뉴스1
'조상 땅 찾기' 참고 사진(기사 내용과는 무관)./사진=뉴스1
"그 당시엔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정보를 알려주면 안 되게 돼 있었어요.그렇지만 사정이 딱하더라고요.나중에 문제 돼도 꼭 찾아줘야겠다 싶었습니다."

호룡씨는 지적전산망을 샅샅이 뒤졌다.아빠 명의의 땅,수백 평이 정말 있었다.땅값이 오른 땅이라 가격도 좀 되었다.

아빠가 남긴 땅이 있다고,학생에게 알려줬다.학생은 고맙다고 호룡씨에게 절까지 했다.뿌듯했단다.가족을 위해 사뒀을 거였으나 알 길 없던 땅의 존재,그게 밑거름이 돼 잘 자랐을 거라고.호룡씨는 그리 상상했다.



200평 땅 있는 줄도 모르던 할아버지…'조상 땅 찾기' 시작되었다


1966년 공무원을 시작해 2003년 은퇴한 송호룡씨.경남도 지적과장과 대한지적공사 부사장 등을 거쳤다./사진=송호룡씨 제공
1966년 공무원을 시작해 2003년 은퇴한 송호룡씨.경남도 지적과장과 대한지적공사 부사장 등을 거쳤다./사진=송호룡씨 제공
울산시 울주군에 사는 60대 할아버지가 찾아온 적도 있었다.그는 이리 말했다.

"글쎄,제가 땅을 가진 게 없는데요.부동산에서 자꾸 저보고 땅을 팔라고 하는 거예요.대체 무슨 말인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던 할아버지의 말.이에 호룡씨는 할아버지 땅이 있는지 찾아보았다.할아버지 부친 명의로 200평짜리 땅이 있었다.학생처럼 땅을 못 찾을뻔한 일이 또 생긴 거였다.

땅이 제 주인을 찾아가기 어려울 수 있겠단 생각.이런 일이 찾아보면 더 많을 것 같단 생각.이는 비슷한 문제를 더 해결하고 싶은 생각으로 이어졌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호룡씨는 당시 경남도 지사를 찾아가 보고했다.1993년 봄이었다.

"상속 관계를 확인해서 문제가 없다면,그 땅이 어딨는지 가르쳐주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지요.그게 도민들에 대한 도리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조상 재산 찾아주기를 해보자고요.도지사님께서 들으시더니 '아이고,생각 잘했다.좋은 일이다'라며 흔쾌히 사인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리 '조상 땅 찾아주기' 사업이 경남에서 최초로 시작되었다.이후 경남에서만,토토로 바람이 지나가는 길 악보지난해 12월까지 30년간 31만7912명에게 184만5346필지(구획된 논이나 밭 등을 세는 단위)를 찾아줬다.



심장마비로 세상 떠난 아버지 땅 찾아…학업 이어갈 수 있게 돼


사업 성과가 좋자,1996년 내무부(현 행정안전부)에서 나와 관련 사업을 조사했다.처음엔 개인정보보호법이 있는데 이리 하는 게 맞느냐는 반응이었다가,자세히 살펴보더니 잘했다고 했단다.

2001년 하반기엔 전국 시.도로 '조상 땅 찾기' 서비스가 확대됐다.2012년 하반기엔 전국 시·군·구에서 시행됐고,2022년 11월부터는 '온라인 서비스'로 클릭 몇 번만 하면 선대의 땅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최근 5년간 전국에서 찾은 조상 땅만 368판 필지에 달한다.

그 안에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서울에 사는 대학생 안모씨(23)는 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학업을 이어가던 중이었으나,경제적 어려움으로 포기할 위기에 처했다.안씨는 서초구청을 찾아 '조상 땅 찾기'를 신청했다.경기도 지역 등에 3억원 정도의 아버지 소유 땅이 있는 걸 확인했다.그 덕분에 중단할까 싶었던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손모 할머니(62)는 남편이 돌연 숨져 노후 걱정이 태산이었다.혹여나 싶어 땅 찾기를 해봤고,선대가 남긴 20억원대 재산을 찾게 됐다.손 할머니는 "남편이 갑자기 떠나서 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는데,몰랐던 재산을 찾아줘 너무 감사하다"며 "주위 어려운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야겠다"고 했다.



땅 놓고 싸움도…"씁쓸한 기억 많지만,그래도 찾아주는 게 맞아"


큰 호응에 힘입어,온라인에서도 '조상 땅 찾기'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마련됐다./사진=국토교통부 K-Geo플랫폼 홈페이지
큰 호응에 힘입어,온라인에서도 '조상 땅 찾기'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마련됐다./사진=국토교통부 K-Geo플랫폼 홈페이지
그리 따뜻한 기억만 있는 건 아니란다.몰랐던 재산이 생기면 으레 그럴 거라 예상했겠으나.호룡씨가 말했다.

"감명 깊은 것도 있지만,상속재산을 놓고 형제간 갈등도 참 심하더라고요.장인 땅이 있다며 숟가락 얹어 보려는 사위도 많았고,뇌졸중이 와서도 지팡이 짚고 와서 땅을 찾을 거라며 뭐라 하는 사람도 있었고요.찾아주면서도 씁쓸한 기억들이 많았습니다.별수 없이 그늘이 생길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지요."

땅 박사인 호룡씨는 이를 이른바 '내 땅 병(病)'이라 일컬었다.그게 뭐냐고 묻자 "이것도 내 땅,저것도 내 땅,토토로 바람이 지나가는 길 악보길을 걷다가도 내 땅이라 하는 병"이란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한 번은 나이 지긋한 노인이 점심 무렵에 찾아왔다.한눈에 봐도 초췌하던 모습.그는 어마어마한 서류뭉치를 꺼내놓고 끓는 속을 꺼내놓았다.이미 20번 넘게 땅과 관련해 진정한 이력이 있었다.호룡씨는 이리 말했다.

"어르신,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게 도리라면 부모는 오래 살아계셔서 효도하는 길을 막지 않는 게 도리입니다.건강을 생각하셔야 하는데,어르신께선 수년간 '내 땅 병'에 걸리셔서 고통을 당하고 계시니 안타까워요.지금 지니고 다니시는 게 '귀신 보따리'이니 모두 불살라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을 가지십시오."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할아버지는 그 말대로,몇 년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말없이 일어나더니 이후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고.

여러 일들로 회의감이 들었을 법도 한데,토토로 바람이 지나가는 길 악보호룡씨는 그럼에도 땅을 잘 찾아주는 게 맞다고 했다.

"그래도 몰랐던 땅을 찾아주는 게 맞단 생각은 변함 없습니다.못 찾아서 애를 먹기도 하고,있는지도 몰라서 타인이 20년 이상 점유하고 있다가 가져가 버리기도 하니까요."



내 작은 수고로 돕는다면 즐겁다는 '신념'


대한지적공사 부사장으로 일할 당시 송호룡씨 모습./사진=송호룡씨 제공
대한지적공사 부사장으로 일할 당시 송호룡씨 모습./사진=송호룡씨 제공
어찌 보면 수고로울 수 있는 일들.호룡씨는 공직 생활에서,이리 사서 고생한 적이 많았단다.

건축법 때문에 여럿이 주인인 토지를 나눌 수 없을 땐 민원이 쏟아졌다.그 지역 힘 있는 이들로부터 협박까지 받았다고.전에 있던 공무원들은 대충 넘어가던데 왜 처리하지 않느냐고 했다.

"'네 배엔 칼 안 들어가느냐'며 협박하는 거예요.그런데 살펴보니 힘 있고 배경 좋은 사람들은 틈을 비집고 해 왔더라고요.대부분 선량하고 평범한 시민들은 포기하고 있었고요.안 되겠다 싶었지요."

수없이 생각하고 고민했다.원칙적으론 안 돼도,국민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한다는 논리(행정법 하자의 치유)를 떠올렸다.해결하는 데에 1년 반이 걸렸다.이와 관련해 감사원에서 나온 감사관에게도 경위를 설명했다.대단한 일을 했단 칭찬이 돌아왔다.이후 관련법을 마련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40여년 간의 공직 생활에서,이리 적극적으로 도왔다고.호룡씨는 대단한 게 아니라 했다.그저 '용기'를 더 낸 것일 뿐이라고.

"조상 땅 찾기는,토지대장 전산화 이후에 아주 간단하게 할 수 있었거든요.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된다고 제약이 있었을 때,해줘야겠단 생각을 했던 것뿐이지요.어찌 보면 그게 '용기'겠지만요."

그런 용기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끝으로 물었다.호룡씨가 대답했다.

"아버지께서 초등학교 선생님이셔서 많이 배웠습니다.'내가 힘들어도,토토로 바람이 지나가는 길 악보내 작은 수고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즐겁게 하라'는 신념이었지요.요즘 젊은 공무원들이 딱 법대로만 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국민이 원하고 옳은 일이라면 소신껏 밀어붙이라는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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