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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병원을 떠나버린 1만8000명의 의대생과 1만2661명의 전공의가 도무지 돌아올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전공의를 무섭게 겁박하던 보건복지부가 갑자기 돌변해서 백기투항에 가까운 '행정명령 철회'까지 들고나왔지만 복귀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전국 40개 의과대학은 개점휴업 상태이고,211개 수련병원은 진료 공백으로 신음하고 있다.10년 후의 의사 부족을 핑계로 지난 5개월 동안 정부가 망쳐놓은 의료계의 현실이 암울하다.
가시밭길로 변해 버린 꽃길
어떤 의대이고,월드컵 중계시간어떤 의사면허인가?의대는 전국의 수험생 중 0.5% 이내에 들어야만 감히 엄두라도 내볼 수 있는 곳이고,월드컵 중계시간고액 등록금과 고강도 교육을 무려 6년이나 참고 견뎌내야만 받을 수 있는 것이 의사면허다.그런데 그야말로 평생의 호사(豪奢)가 보장된 '꽃길'에 들어선 3만여명의 젊은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선택을 헌신짝처럼 내던져버렸다.아무리 MZ세대가 예측불가·통제불능이라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다.
상황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린 형국이다.평생 고액 연봉이 보장된 '전문의'를 꿈꾸던 전공의에게는 중증·응급 환자도 살려내지 못하고,자신의 전문진료 과목도 자랑하지 못하는 '일반의'의 길은 형극의 가시밭길이다.물론 의대 졸업 때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통째로 반납하고 의료계를 완전히 떠나버릴 수도 있다.당연히 수련을 포기하는 전공의에게 투입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떠넘겨진다.
의대생의 사정도 딱하다.특히 내년도 의대 신입생의 사정이 그렇다.3000명을 교육하는 의대의 교수·시설을 무려 7500명이 함께 나눠 써야 한다.의예과 1년만 견디면 끝나는 일도 아니다.평생을 함께 지지고 볶는 힘든 삶을 견뎌내야만 한다.교육부가 '학년제'를 비롯한 '의대 비상 학사 운영 가이드라인' 등의 온갖 꼼수를 찾고 있는 모양이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의료계의 입장도 난처하다.당장 내년 초에 실시되는 전문의 자격시험의 응시자가 사라졌다.이미 기정사실로 굳어진 일이다.내년에는 전국의 모든 병원에 신규 전문의 공급이 끊어져 버린다는 뜻이다.전문의 자격을 가진 군의관 선발도 불가능해진다.이미 전공의 수련 과정도 멈춰 서 버린 상황이다.올해 수련을 시작하는 신규 인턴이 고작 130명뿐이다.하반기에 '수련 특례'를 마련한다고 사정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최저임금을 받고 주당 80시간을 일하는 '전공의 노예' 덕분에 연명하고 있던 수련병원도 울상이다.이미 비상경영에 돌입한 수련병원도 있다.휘청이는 수련병원의 전문의·간호사·행정인력의 신분도 불안해졌고,약국·제약사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심지어 올해 간호학과를 졸업한 간호사의 취업난이 심각하다.
응급·중증 환자의 고통이 가장 심각하다.과연 상급종합병원에 남아 있는 전문의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자칫하면 우리가 지난해까지 언론이 주목하던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과 오픈런'을 그리워하게 될 수도 있다.충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급할 때는 찾아갈 응급실·소아과가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자칫하면 응급실·소아과가 통째로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재의 의정 갈등 원인은 분명하다.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의료행정에서 의학 분야 전문가를 철저하게 배제해 버린 보건복지부와 기왕 어렵사리 밀어붙여야 한다면 무엇이든 '크게 한탕'을 해야 한다고 믿는 대통령실이 주범이다.겉으로는 '대학 규제 철폐'를 외치면서 사실은 제멋대로 대학을 주무르는 적폐를 포기하지 못하는 교육부의 책임도 무겁다.
보건복지부에 근무하는 의사가 고작 15명이다.120만명의 의사가 활동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보건직 공무원이 무려 2500명이나 되고,월드컵 중계시간일본의 후생노동성에도 300명의 의사가 근무하고 있다.결국 의료 분야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갖추지 못한 '문과' 출신 관료에게 의료행정을 맡겨두고 있는 것은 우리뿐이다.
지난 6월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서 마지못해 2000명 의대 증원을 자신의 '개인적 결단'이었다고 고백한 조규홍 장관과 의사를 '악마적 범죄집단'으로 매도한 박민수 제2차관이 모두 경제학을 전공한 행시 출신이다.5년 동안 한 해 정원을 2000명 늘리면 10년 후에는 의사 1만명이 추가로 배출된다는 초등학교 산수 수준의 고민이 결단의 근거였다.
의료현안협의체를 포함한 37차례의 전문가 협의를 통해 의대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를 확보했다고 대통령실을 기망한 것이 보건복지부였음이 분명해졌다."정부는 통계와 연구를 모두 검토하고,월드컵 중계시간현재는 물론 미래의 상황까지 꼼꼼하게 챙겼다"고 했던 지난 4월 1일 대통령의 담화가 그런 기망의 결과였다.대통령을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늑대소년으로 만들어 버린 보건복지부에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실제로 대통령의 담화는 보건복지부가 제공한 가짜뉴스와 억지 주장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보건복지부가 그동안 저질러 놓은 의료행정의 실패 사례는 차고 넘친다.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합리한 '포괄수가제'를 비롯한 억지 정책을 앞세운 '건강보험정책'으로 지역·특수 의료를 망쳐놓은 것도 보건복지부였다.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부작용을 애써 외면하고 억지로 밀어붙였던 '치의학전문대학원'과 '약대 2+4학제'로 의약학 교육을 초토화했던 책임도 온전하게 보건복지부의 행시 카르텔에 있다.
'전문의중심 병원'의 환상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의사 양성 체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의사의 양성은 국가가 자격증만 주면 정부의 책임이 끝나버리는 변호사 양성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정부가 발급하는 의사면허만으로는 응급·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의를 양성할 수 없다.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현장에서 철저한 도제식으로 이뤄지는 고강도 현장 수련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보건복지부가 들먹이는 '전문의중심 병원' 구상은 비현실적인 환상이다.무엇보다도 전공의의 낮은 임금으로 연명하는 수련병원이 전문의 중심의 병원을 운영할 재정적 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전공의의 업무를 떠넘기겠다는 진료지원(PA) 간호사는 여전히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불법'이다.전공의 수련이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료현장에서 이루어진다는 '상식'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의약분업 과정에서의 정원 351명 감축이 '이해집단의 위협' 때문이었다는 주장도 확인이 필요하다.오히려 수련병원의 부족이 진짜 이유였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2020년 공공의대 설립 포기도 의사들의 반발이 아니라 뒤늦게 폭로된 '민주화 유공자 자녀 특례 입학' 조항 때문이었다.
지역의사에게 교수 자격을 부여하고,교수자격 심사에 개원의 경력을 인정해 주겠다는 제안도 어처구니없는 것이다.의대 교수의 채용은 보건복지부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보건복지부를 해체 수준에서 개혁하지 못하면 온전한 의료 개혁은 불가능하다.의료행정에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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