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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얼마나 비극일 수 있을까?1993년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패왕별희’는 이 주제를 내내 되살린다.제목에 나오는 패왕 항우와 그의 연인 우희의 이별로 시작하지만 본론은 이들의 이별을 경극으로 연기한 청데이의 삶이다.홍콩 스타 장국영이 멋지게 연기한 청데이는 어린 시절,필 토토엄마 손에 이끌려 경극단 훈련소를 찾았다가 매몰차게 거절당한다.요즘은 다지증(多指症)이라고 하는,손가락이 여섯 개인 육손이라고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거추장스러운 손가락이 앞을 가로막자 청데이의 엄마는 그 손가락을 작두로 잘라버린다.아들을 도저히 키우지 못할 형편인 엄마의 극한 행동으로 경극에 입문하지만 삶에 깃든 비운이 어디 한 번에 떠나가는가.이후로도 그는 가혹한 삶에서 헤어나질 못한다.영화라 극적 요소가 더해졌겠지만 옛날 육손이로 태어난 이들의 삶 역시 비슷했을 것이다.지금이야 수술로 제거할 수 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예전에는 기형이라고 손가락질 깨나 받는 기형적인 삶을 살아야 했을 것이다.
흥미로운 건,고양이들도 가끔 발가락을 하나 더 갖고 태어나는데,필 토토이들에게 여섯 번째 발가락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서양 선박들이 전세계를 항해하던 시절엔 손가락질을 받기는커녕 호강을 누렸다.배에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여겨져서다.아마 훨씬 납작하고 착지력이 좋은 발바닥을 가져 흔들리는 배에서 균형을 잘 잡은 덕분에 귀중한 식량을 축내는 쥐를 더 잘 잡아서였을 것이다.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친구였던 한 선장이 배에서 태어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헤밍웨이에게 선물한 것도 이래서였는데,이 고양이에게서 시작한 여섯 발가락 고양이들은 혈통까지 이뤄가며 헤밍웨이 생가에서 지금도 번성하고 있다고 한다.
세상이 변해서일까?옛날에는 어떻게든 감추고 잘라버리기까지 했던 여섯 번째 손가락을 만들려는 시도가 한창이다.최근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이 공개한 일명‘세 번째 엄지’라는 로봇 손가락이 대표적이다.새끼 손가락 옆에 엄지 손가락처럼 생긴 로봇 손가락을 부착한 것인데,이 새로운 엄지를 사용하면 한 손으로 바나나 껍질 벗기는 건 식은 죽 먹기고,필 토토물병 역시 한 손으로 딸 수 있으며,커피 잔을 잡은 그 손으로 찻숟가락을 저을 수도 있다.인간의 특징인 손의 쓰임새를 훨씬 더 넓힐 수 있는 것이다.사고로 한 손을 잃은 사람들에겐 희소식이다.그나 저나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고양이들이 그렇듯 여섯 개의 손가락을 가진 이들도 환영받을까?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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