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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 대학가 파고드는 마약범죄
2014년엔 전체의 11%에 불과
초범연령·진입장벽 낮아진 마약
유통경로 90%가 비대면 온라인
합법 국가서 교환학생 하며 경험
단순‘일탈’치부하며 경계 감소
취업난에 경제력 부족한 청년들
용돈벌이로 마약운반 가담하기도
“마약이 대학가에 광범위하게 확산한 실태를 확인했습니다.피의자들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학생들입니다.”
명문대를 중심으로 연합동아리를 결성해 마약을 투약·유통한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남수연)는 대학교 연합동아리 회장 30대 A 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대마),특수상해,도쿄 4박5일 일정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무고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주범인 동아리 회장은 연세대 출신 카이스트 대학원생이었고 그 외 피의자 13명 또한 서울 및 수도권 내 주요 대학의 학생들이었다.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마약류를 매매하고 투약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수백 명 규모의 일명‘인싸’동아리가 사실 마약 범죄의 소굴이었다는 것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학업‘열정‘청춘’의 공간인 대학에까지 마약이 침범한 것이다.이러한 추세는 통계도 증명하고 있다.14일 대검찰청이 매해 공개하는‘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10년 전인 2014년 당시만 해도 마약류 사범으로 단속된 전체 인원 중 40대가 35.5%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20∼29세는 전체의 11.7%에 불과했다.하지만 2023년 전체 마약류 단속 인원 2만7611명 중 20∼29세는 8368명으로 전체 단속 인원의 30.3%를 차지했다.마약 단속 인원 3명 중 한 명이 20대라는 것이다.반면 40대는 전체의 14.2%로 감소했다.전문가들은 마약이 청년 세대의 일상 공간까지 침범하고 마약을 처음 접하는 나이가 어려지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비대면 시장 확대…청년 세대 진입 장벽 낮아져 = 대학가에 마약이 퍼지고 20대가 마약의 주 소비층으로 변화한 이유는 무엇일까.전문가들은 먼저 마약의 유통 및 판매 방식의 변화를 꼽았다.과거 현금으로 대면 거래하던 마약 유통이 온라인 비대면으로 거래 방식이 변화하면서 해당 기술을 다루는 데 익숙한 청년 세대의 마약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최근 마약 사범들은 수사기관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협조하지 않고 대화 삭제 시 기록이 남지 않는‘텔레그램,접속하기 위해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하는‘다크웹’등으로 소통한다.거래 대금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주고받는다.
윤흥희 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전 서울경찰청 마약수사팀장)는 “마약 사범 검거가 2만 명이 넘어간 가운데 90%가 비대면으로 마약 밀반입,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온라인을 통한 익명성·비대면성 거래가 주가 되면서 해당 기술에 익숙한 젊은층이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윤 교수는 “스마트폰 소지자의 연령도 낮아지고 SNS를 통해 마약 후기 글 등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청년 세대의 마약에 대한 진입 장벽 자체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교환학생도,유학 다녀온 친구도 한 번씩 = 대학생들의 해외 교류 경험이 잦아지며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감소했다는 지적도 나온다.대학 내에서 특정 마약이 합법인 국가 출신의 교환학생과 교류하거나 해당 국가로 해외여행,유학을 떠나는 경험이 잦아지며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환학생 시절 친구의 권유로 대마를 피워본 경험이 있다는 B(26) 씨는 “학생들 사이에서‘대마 합법국가에 가서 대마를 해 보는 것도 경험이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해외에서 마약을 한 경험을 자랑스럽게 늘어놓으면 나머지 친구들이 이를 흥미롭게 듣는 등 마약을 단순한‘일탈’이나 자극적인 대화 주제 정도로 생각하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생들의 마약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한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대학을 위한 마약 및 중독예방센터(DAPCOC 답콕)’가 지난 8일 서울 소재 한 대학교 학생 3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2024 대학생 마약 사용 인식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7점 척도를 기준으로 대학생들의 마약이 이익이 된다는 인식은 4.3점에 달했다.마약이 △기분을 좋게 만들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며 △주변인에게 해를 주지 않는다는 차원에서다.
◇경제적 어려움에…‘지게꾼‘드라퍼’로 유통·판매 가담 = 고물가,취업난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마약 투약을 넘어서‘한탕’을 위해 마약의 유통·판매에 가담하며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20대도 생겨나고 있다‘고액 알바’의 유혹에 빠져 해외에서 한국으로 마약을 운반하는‘지게꾼’이나 판매자가 해당 장소에서 마약을 수거할 수 있도록 정해진 장소에 마약을 가져다 놓는‘드라퍼’로 활동하는 것이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앙중독재활센터장은 “청년 세대 중에는 마약 운반·유통을 짭짤한‘용돈벌이’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드라퍼’의 경우 배달 심부름과 노동 방식이 비슷하고 단 건으로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단기 알바 방식을 갖추고 있어‘단순 고액 알바’로 공지하면 당장 돈이 없고 판단 능력도 부족한 학생들이 현혹된다”고 말했다.
마약 범죄를 전담하고 있는 한 경찰 관계자는 “어린 드라퍼들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고 자신이 운반한 것이 마약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상태에서 유통 과정에 가담한 뒤 검거 시 모든 책임을 혼자 떠안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마약 재범 고위험군… 처벌 강화보다 치유·재활 시스템 더 늘려야”
신입생·동아리에 예방교육 필요
식약처,재활센터 연내 17곳으로
대학가 내 마약 투약 및 유통을 줄이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대학 내 마약 예방 교육을 주기적으로 진행할 것을 제언했다.
14일 윤흥희 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정규 교육 과정에는 마약 교육이 있지만,대학가에는 약물 마약에 대한 교육이 자율로 맡겨져 있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며 “정부,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신입생이나 대학생,동아리를 대상으로 전문가를 통한 마약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청년 세대가 자주 방문하고 마약이 잘 유통되는 클럽 등 유흥업소를 대상으로도 마약 교육이나 마약 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약 초범 연령이 낮아진 만큼 재범 방지를 위해서는 처벌 강화보다 치유,재활,교육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하지만 마약 투약자에 대한 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약중독재활센터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운영된 마약류 중독재활센터(함께한걸음센터)는 3개소(서울,부산,도쿄 4박5일 일정대전)에 불과했다.식약처는 올해 추가 개소를 통해 재활센터를 전국 17개소로 확대하기로 결정,현재까지 인천·경기·강원·울산 등의 지역에 추가 개소가 이뤄졌다.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재활센터가‘혐오시설’로 인식되면서 개소 반대의 목소리에 부딪히고 있다.실제로 서울 강동구에 개소하려던 서울동부센터는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개소가 보류된 상황이다.
약물 중독자들이 함께 모여 재활 치료를 할 수 있는 민간 마약중독재활센터인 DARC도 기존 5개(서울,인천,경기,김해,대구)에서 김해 1곳만 남은 상황이다.서울과 대구는 혐오시설이라는 지적과 경영난 등으로 인해 문을 닫았다.가장 규모가 컸던 경기 DARC는 센터장이 비위 문제로 목숨을 끊어 공중분해가 됐으며 인천 센터는 지자체 미신고 운영 등의 문제로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DARC에서 생활하다 센터 폐쇄로 퇴소했다는 20대 남성 A 씨는 “마약 금단현상이나 후유증이 올 때마다 함께 어려움을 공유하며 마음을 다잡았던 경험이 센터를 나온 지금에도 마약을 참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마약 사범들은 주변 사람들 또한 마약을 하는 등 재투약의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재활 치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진실 변호사는 “청년층은 마약 재범 고위험군”이라며 “조기 개입과 치료를 통해 마약 치료의‘골든타임’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박 변호사는 또한 “경제적으로 취약해 마약 유통을 시작한 사람들은 처벌을 받은 후 출소해도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또다시 마약 유통에 손을 댄다”며 “치료뿐 아니라 일자리 교육,규칙적인 생활 교육 등 생활 전반에 대한 재활 시스템 제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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