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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시간 도중 방송사고로 인해 듣기 평가를 뒤늦게 푼 응시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판사 김민정)은 A씨 등 2023학년도 수능 응시생 16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 등은 2023학년도 수능 날인 지난 2022년 11월 17일,감스트 월드컵전남 화순군 한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당시 영어 듣기평가 예비 방송 중 시스템 오류로 인해 예정된 시간에 듣기 평가 방송이 송출되지 않았다.이에 고사본부는 CD 교체 등 조처를 하는 한편 학생들에게 독해 문제를 먼저 풀 것을 안내했다.
조처 끝에 듣기 평가 방송이 시험 말미에 송출됐고 해당 고사장의 학생들은 방송사고,시험 지연에 따른 추가 시험시간으로 2분을 부여받았다.
이후 이듬해 3월,감스트 월드컵해당 고사장에서 수능을 치른 487명 중 16명은 '국가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1인당 1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 등은 △고사본부가 방송시설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점 △방송사고 발생 시에도 듣기평가가 나중에 실시될 수 있다는 안내가 없었던 점 △감독관들이 '독해 문제부터 풀라'라고 육성으로 소리쳐 시험에 방해가 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사안에 대해 국가의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방송과 관련해 공무원들의 준비와 사고 후 대처가 미진했다"면서도 "사고 이후 준비된 지침에 따라 대처 방안에 관해 신속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져 이들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수능 영어 시험에서 듣기평가를 가장 먼저 실시해야 한다는 법령상 근거도 없으며 방송사고가 발생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는 듣기평가를 나중에 실시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감독관은 통신기기 사용이 제한됐다.시험에 관한 안내가 육성으로 이뤄진 것은 평가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에 따른 부득이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학창 시절 동안 준비해 온 중요한 시험에서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해 불이익을 입은 학생들의 입장을 공감할 수 있다"면서도 "시스템 오류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객관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거나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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