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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경제의 합성어‘로코노미’
성심당·이성당 동네빵집이 대표적
코로나19이후 취향소비 늘며 확산
지역경제 큰 기여 “관광연결 필요”

대전 유성구 도룡동 성심당 DCC점 앞.빵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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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홈쇼핑 모바일tv 엘라이브 만석닭강정 판매 방송 [롯데홈쇼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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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줄이 너무 길어서요.3시까지는 오셔야 사실 수 있을 거예요.”

14일 오후 2시께‘성심당’고객센터에 몇 시까지 가면‘망고시루’를 살 수 있냐고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망고시루는 딸기시루와 함께 성심당을 대표하는 케이크 중 하나다.다른 빵집의 케이크와 비교해 가격 대비 망고나 딸기의 양이 많아‘가성비’케이크로 유행을 타고 있다.주말에는 제작하는 물량이 늘어 동나는 시간이 조금 늦춰지긴 하지만,긴 줄은 피할 수 없다.주말이면 본점에서만 하루에 600개가 넘는 망고시루가 품절된다.

서울에 사는 소비자들은 성심당 빵을 맛보기 쉽지 않다.매장이 대전광역시에서만 있기 때문이다.성심당의 인기가 나날이 늘면서 오직 빵을 먹기 위해 서울에서 대전까지 직접 가는 사람도 많아졌다‘빵지순례(빵+성지순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성심당과 같은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이른바‘로코노미’(Loconomy)다.로코노미는‘지역(Local)’과‘경제(Economy)’의 합성어다.서울을 중심으로 한 거대 상권에서 벗어나 지방의 작은 상권을 거점으로 한 경제가 활성화되는 현상을 말한다.특정 지역의 가게를 중심으로 상권이 커지거나 특정 지역의 특색을 담은 제품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판매하는 식이다.

로코노미 현상이 본격적으로 확산한 것은 코로나19 이후다.해외여행이 막히고,국내 여행객이 늘면서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지방의 가치가 재조명됐다.세부적이고 개인적인 취향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아난 영향도 있다.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온라인 플랫폼을 날개로 달고,로코노미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성심당은 로코노미의 대표적인‘핫플’이다.성심당은 1956년 고(故) 임길순 창업주가 대전역에서 밀가루 두 포대로 단팥빵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이후 68년간 성심당은 대전에서만 매장을 운영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현재 대전에만 4개의 성심당 점포를 비롯해 케익부띠끄 3곳,라치오 대 피오렌티나 통계테라스키친·우동야 등 외식사업장을 4곳 운영하고 있다.성심당의 대표 메뉴인‘튀김소보로’는 출시 이후 2021년까지 8000만개가 넘게 팔렸다.최근에는 딸기시루와 망고시루 등이 가성비 케이크로 입소문을 탔다.

성심당의 운영사 로쏘는 지난해 매출 1243억원을 기록했다.동네 빵집이 매출 1000억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영업이익은 315억원이다.파리바게뜨(199억원),뚜레쥬르(214억원) 등 대기업 빵집 프랜차이즈를 앞질렀다.

군산과 부산을 대표하는 동네 빵집인 이성당과 옵스도 마찬가지다.이성당은 1945년 일본인이 남기고 간 제빵 기구를 사용해 빵을 만든 것이 시초다.그때부터 운영 중인 본점을 비롯해 전국에 9개 매장이 있다.옵스는 1989년 삼익제과로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초콜릿도 카카오빈을 볶아 직접 만들고 있다.이성당은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라치오 대 피오렌티나 통계13% 늘어난 266억원,영업이익 34억원을 기록했다.옵스도 같은 기간 매출은 1% 늘어난 306억원,영업이익은 23% 늘어난 33억원으로 집계됐다.

속초의 만석닭강정이나 부산의 삼진어묵이나 등도 있다.1953년 부산 영도구에서 시작한 삼진어묵은 현재 국내에서는 부산을 비롯한 서울 인천 대구 제주 등 전국 15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해외에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로코노미는 단순히 특정 제품이나 가게의 매출 증가로만 끝나지 않는다.지역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기도 한다.성심당이 있는 대전시는 올해 5월까지 대전고향사랑기부금 누적 모금액이 6859만3000원에 달했다.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 늘었다.답례품으로 제공하는‘성심당 빵’이 모금액을 늘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답례품의 65%도 성심당 빵과 상품권이 차지했다.만석닭강정도 지난해 속초 고향사랑 기부자들의 인기 답례품 3위에 올랐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원래 국내 여행은 잘 안 다니는 편이었는데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들이 유행이 된 이후 주말을 활용해 다니고 있다”며 “서울에서 지역 브랜드 팝업(임시매장)을 연다는 소식도 챙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기업들도 로코노미 현상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정부도 지역 불균형 개선을 위한 수단의 하나로 로코노미를 꼽고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취향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로코노미 현상도 확산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취향 소비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성심당과 같이 지역을 대표하는 요인을 발굴해 키우고 이를 관광으로 이으려는 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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