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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추구·분열 진화' 노동당,압도적 승리.일각에선 "보수당과 다를 바 없어,한국 월드컵 탈락불안" 지적도
영국 총선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이 압승하며 14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뤘다.
노동당은 지난 6일(현지시각) 발표된 총선 최종 개표 결과 하원 650개 의석 중 412석을 얻었다.5년 전 총선 때보다 무려 214석이 늘어났다.
반면에 집권 보수당은 지난 총선보다 252석이나 줄어든 121석에 그치며 190년 만에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노동당의 총선 승리를 이끌며 새 총리를 맡게 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취임 연설에서 "우리는 영국을 재건할 것이다.변화의 작업은 지금 시작된다"라며 "국민이 더 나은 영국의 미래를 다시 믿을 때까지 매일 싸우겠다"라고 강조했다.
보수당,'무능 정치'에다가 스캔들까지.최악의 패배
이번 총선은 보수당의 무능한 장기 집권에 지치고 분노한 민심 가운데 치러졌다.그만큼 보수당의 참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영국은 2020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공공 서비스 위기 등이 누적되면서 보수당 정권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의 실질임금은 1970~2007년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왔으나,한국 월드컵 탈락보수당이 집권한 2010년부터 한 자릿수에도 못 미쳤다.반면에 일반 가정의 세금 부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런 와중에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전 국민이 코로나19 봉쇄로 고통받을 때 총리실에서 술판을 벌였고,이를 감추려던 '파티 게이트'로 무너졌다.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재정 대책 없이 대규모 감세를 밀어붙이려다가 금융시장에 혼란만 일으키고 49일 만에 최단명 총리로 불명예 사임했다.
보수당은 10년도 채 되지 않아 5명의 총리를 갈아치우면서 '자중지란'에 빠졌다.영국 공영방송 BBC는 "보수당은 야당에 맞서기보다는 내부 다툼에 더 많은 힘을 쏟았다"라며 "그러는 사이 국민들은 변화를 열망했고,노동당이 이를 파고들었다"라고 분석했다.
2022년 10월 취임한 리시 수낵 총리는 첫 인도계,40대 젊은 나이 등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전임 총리들이 남겨놓은 현안을 해결하지 못했다.결국 조기 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변은 없었다.
보수당 정권의 로버트 젠릭 이민부 장관은 영국 공영방송 BBC에 "우리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은 좌파적이거나 우파적이기 때문이 아니고,한국 월드컵 탈락잘못된 슬로건을 내세웠기 때문도 아니다"라면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나이절 패라지가 반(反)이민 공약을 앞세운 극우 포퓰리즘 정당 영국개혁당과 보수 유권자 표를 나눠 가진 것도 보수당이 참패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수낵 총리는 관저를 떠나는 마지막 연설에서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라며 "영국 국민은 냉정한 판결을 내렸고,(보수당은) 이번 선거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동당 승리 이끈 '온건파'.스타머 총리는 누구?
보수당이 서서히 침몰하는 동안 노동당의 스타머 대표는 2020년 당수에 선출되고 '중도 확장'에 나섰다.에너지 산업 국유화,대학 등록금 폐지,부유세 도입 등 과거의 노동당이 내세웠던 급진 개혁과 거리를 뒀다.
AP통신은 스타머 총리를 "인권 변호사에서 냉정한 검사로,젊은 급진주의자에서 중년의 실용주의자로 변신한 남자"라고 평가했다.
스타머 총리의 이력서만 보면 전형적인 기득권층이다.리즈대학교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잉글랜드 및 웨일스를 관할하는 왕립 검찰청(CPS) 청장을 지냈다.이 공로로 퇴임 후 당시 찰스 왕세자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이 때문에 키어 스타머 '경(Sir)'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보수당이 내세웠던 총리들에 비하면 스타머 총리는 서민에 훨씬 가깝다.아버지는 공구 제작자였고,어머니는 신체장애가 있는 간호사였다.런던 남쪽의 작은 마을에서 자란 그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대학에 갔다.
비교적 늦은 52세 때 정계에 입문한 스타머 총리는 불과 5년 만에 당권을 잡고 왼쪽에 있던 노동당을 오른쪽으로 살짝 옮겨 중도 노선을 추구했다.이 과정에서 당내 분열을 잘 추스르는 정치력을 보여줬다.
로이터통신은 "스타머 총리는 보수당 지지자들을 놀라게 하지 않는 온건한 정책으로 한때 불가능해 보였던 노동당의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라며 "유럽에서 극우 돌풍이 부는 것과 달리 영국에서는 진보 성향의 노동당이 승리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극좌 성향의 지도부가 이끄는노동당에 투표하기 싫었던 중도파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훨씬 편한 마음으로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옮겨갔다"라고 덧붙였다
보수당 정권의 도미닉 그리브 전 영국 법무장관도 "스타머 총리가 노동당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정치적 이념에 얽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는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고 해결할 능력이 있다"라고 칭찬했다.
이런 배경 탓에 진보 진영에서는 스타머 총리가 급진적인 변화를 이끌겠다는 신념이 없고,보수당 총리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퀸 메리 런던 대학의 팀 베일 정치학 교수는 "이것이 스타머 총리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라며 "그는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왔고,정권을 잡고 나서도 그럴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동당의 불안한 승리,성공으로 바꾸려면
그럼에도 스타머 총리가 성공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노동당은 압도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했으나 노동당의 정당별 득표율은 33.8%에 그쳤다.보수당 23.7%,한국 월드컵 탈락영국개혁당 14.3%,자민당 12.2%,녹색당 6.8%,한국 월드컵 탈락스코틀랜드국민당(SNP) 2.5% 등이 뒤를 이었다.
정당 의석수와 득표율이 엄청난 격차를 보이면서 영국의 현행 소선거구제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이번 총선은 지난 14년간 쌓인 보수당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가 표출된 '정권 심판' 선거였던 만큼 노동당의 승리보다는 보수당의 패배로 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노동당의 정당별 득표율은 2017년 총선에서 보수당에 패했을 때보다 적다"라면서 "총선 결과가 영국 국민이 진보 정책을 다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영국 국민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습관적으로 투표하는 경향이 있었지만,지금은 정치인이 실패한 것으로 여겨지면 가혹하게 처벌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보여줬다"라며 "이번 선거에서 압승했다고 해서 다음 선거에서 패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라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스타머 총리가 이른 시일 안에 확실한 성과를 보여줘야만 국정을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디언>은 "노동당은 보수당이 아니지만,보수당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보였기 때문에 선거에서 이겼다"라며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의 약진까지 고려한다면 노동당의 불안한 승리"라고 짚었다.또한 "이런 상황에서 점진주의는 오히려 위험하다"라며 "스타머 총리는 실질적이면서도 국민이 절실히 원하는 변화를 만들려면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걱정을 잘 알고 있는 스타머 총리는 "쉽다고 약속하지는 않겠다.국가를 변화시키는 것은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과 다르다"라면서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바로 움직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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