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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에 중심을 둔 아열대고기압…한반도 여름 날씨 '지배자'
장마전선 위치 정하고,제천 둘레길집중호우 불러…한반도 덮으면 '땡볕더위'
'지구온난화'로 북태평양고기압 위치·규모 파악도 힘들어져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집중호우가 예상됩니다.","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넓혀 우리나라를 뒤덮으면서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름 일기예보에서 지겹도록 등장하는 이름이 북태평양고기압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여름 날씨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30일 기상청이 최근 공개한 연구(우리나라 여름철 위험기상 예보 한계 돌파를 위한 정책연구) 자료를 토대로 북태평양고기압 정체를 살펴봤다.
북태평양고기압은 미국 하와이 동북쪽 중위도 태평양에 중심을 둔 기단이다.
'기단'이란 수평으로 기온과 습도가 같은 거대한 공기덩어리를 말한다.
북태평양고기압은 위도에 따라 태양에서 받는 복사에너지양이 달라 불균등하게 가열되면서 일어나는 전 지구 대기순환으로 형성된다.
태양 복사에너지를 많이 받는 적도의 뜨거운 공기는 고위도로 북상하면서 서서히 식어 북위 30도 부근에서 가라앉는데,제천 둘레길이곳에 북태평양고기압과 같은 아열대고기압이 만들어진다.
북태평양고기압은 겨울엔 동태평양에 수축해있다가 여름에 한반도 주변까지 확장하면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
무엇보다 북태평양고기압은 장마의 한축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은 장마에 영향을 주는 5개 기단 중 하나로,장맛비를 내리는 '정체전선'은 대체로 남쪽 북태평양고기압과 이와 성질이 다른 북쪽의 공기덩어리가 충돌하면서 형성된다.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가 곧 정체전선의 위치이기도 하다.
장마를 예측하거나 분석할 때 '500hPa(헥토파스칼) 지위고도'를 유심히 살피는 이유다.지위고도는 기압이 특정 수준에 이르는 고도를 말한다.'500hPa 지위고도가 5천880gpm'이라면 고도 5천880m의 기압이 500hPa이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500hPa 일기도에서 지위고도가 5820gpm이나 5880gpm인 지점이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라고 봤다.다만 최근엔 통계분석을 통해 북태평양고기압 중심기압에서 50gpm을 뺀 값을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 지위고도로 본다.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찾을 수 있으면 정체전선 위치를 알 수 있다.
집중호우도 북태평양고기압 때문인 경우가 많다.
2021년 한 연구에 따르면 1979~2018년 태풍 때문에 발생한 것을 제외한 집중호우 318건을 분석해보니 '경압 불안정'(경도 차로 태양복사열이 불균등해 에너지 차가 발생하며 나타나는 불안정) 때문에 발달한 저기압과 이상 확장한 북태평양고기압의 합작품이 많았다.
서쪽에서 다가오는 저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 사이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좁은 바람길이 만들어지고,이를 통해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거세게 국내로 유입되는 현상이 집중호우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여름철 폭염도 북태평양고기압이 원인일 때가 많다.
아직도 '최악의 더위'로 꼽히는 1994년 더위는 태풍의 영향으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가 한반도 부근에 자리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반구에서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부는바,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공기가 들어오면서 '찜통더위'가 나타난 것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완전히 뒤덮었을 때는 일사량이 늘면서 '땡볕더위'가 나타난다.2018년도 기록적으로 무더웠는데,이때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겹치면서 햇볕에 가열된 공기가 가둬졌기 때문이었다.
'여름철 날씨 지배자'로 불리는 북태평양고기압은 정체가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베일에 싸인 존재이기도 하다.
기상청 정책연구 연구진은 "북태평양고기압과 관련된 현상은 엘니뇨와 같은 대규모 순환체계 대기-해양 상호작용에 영향받는 등 다중 규모 특성을 지니는데 장마를 비롯해 한반도 여름철 위험 기상에 영향을 주지만,명확한 규명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특정 지위고도 값으로 북태평양고기압 위치와 규모를 파악해왔으나,제천 둘레길지구온난화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북태평양고기압은 태평양에 중심을 뒀기에 그 영향권 대부분이 '관측 공백 지역'에 해당한다.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관측에 여러 국가 힘을 모아야 하기도 한다.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 구조와 변동성을 파악하기 위한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