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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통과 하루만에 “철회될 것”
지출감축으로 재정난 대응 선회
시위대는‘사퇴 촉구’주장 지속
케냐에서 증세 반대 시위가 유혈사태로 번지자 윌리엄 루토 대통령이 증세 법안 의회 통과 하루 만에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세금 인상이 아닌 재정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케냐의 재정난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참여한 이후 심각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루토 대통령은 26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케냐 국민의 커다란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며 “나는‘재정 법안 2024’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며 (법안은) 이후 철회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국민이 원하는 것은 세금 인상이 아닌 지출 감축으로 당장 대통령실부터 앞장서겠다”며 “의회와 법원,흑역사 월드컵지방정부도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이에 따라 재정 법안은 루토 대통령이 서명하지 않는 이유를 담은 각서와 함께 의회로 송부되고 의회에서 철회 결의안을 통과시키면 폐기된다.하지만 시위대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법안 철회 의사 표명에도 “희생자들은 살아 돌아올 수 없다”며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며 27일 전국적인 평화 행진을 예고했다.전날 수도 나이로비 의회에서는 27억 달러(약 3조7000억 원)의 세금을 추가로 인상하는 재정 법안이 통과됐다.이에 반발한 일부 시위대는 저지선을 뚫고 의회에 난입했고,경찰이 총격으로 대응하면서 최소 23명이 숨졌다.또 부상자는 200명이 넘는다.지난 18일 의회 근처에서 수백 명 규모로 시작된 증세 반대 시위는 이후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주도로 전국 30개 도시로까지 확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케냐 정부는 최근 심각한 재정적자를 겪고 있다.당초 재정 법안도 국제통화기금(IMF)의 추가 차관을 받기 위해 과중한 부채를 감축한다며 마련한 것이다.케냐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70%에 해당하는 10조 실링(108조 원)에 달해 이자에만 세수의 37%를 써야 할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13년 중국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케냐가 수십억 달러 상당의 채권을 매각하고,흑역사 월드컵중국으로부터 인프라 대출을 받으면서 공공부채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케냐는 중국과 함께 벌인 580㎞ 구간 철도 건설 사업과 내륙 컨테이너 터미널 사업 등으로만 30억 달러(4조1700억 원) 이상을 빚졌다.중국 부채의 이자율은 IMF의 두 배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