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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스포츠 브라를 입고 거울 앞에 섰다.보기가 민망했다.그림=윤성중 기자 아침 일찍 일어나 아내의 옷장 서랍을 열었다.아내는 자고 있었다.서랍에서 아내가 사용하는 스포츠 브라를 꺼냈다.아주 작았다.'이게 내 몸에 들어갈까?' '찢어지지 않을까?' 스포츠 브라가 찢어지는 건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찢어진 브라를 보고 화를 낼 아내의 모습을 상상하니 걱정됐다.그래도 나는 브라를 차야 했다.자괴감이 들었다.어쩌자고 이걸 입고 뛰겠다고 했을까?
얼마 전 아내가 달리기를 시작했다.평생 달리기를 해 본 적 없는 사람이다.그런 사람이 어떻게 달리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는지 나는 잘 모른다.추측하기로는 SNS 때문인 것 같다.그쪽 동네에서는 요즘 달리기가 '핫'한 모양인 것 같은데,
사회 문제 주제어느 날 핸드폰을 한참 들여다보던 아내가 갑자기 외쳤다."나 달리기 할래!" 아내는 생애 첫 달리기를 마치고 스포츠 브라를 주문했고,
사회 문제 주제며칠 후 그걸 입고 함께 달리기에 나섰다.
달리기를 마치고 아내는 재미있었다거나 좋았다거나 하지 않고 불편하다고 했다.그녀는 씩씩대면서 말했다."당신도 스포츠 브라 입고 뛰어!" 나는 속으로 코웃음 쳤다.그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였기 때문이다.나는 가슴이 없으니까.내가 그걸 왜?나는 브라가 필요 없어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입에서는 다른 말이 나왔다."그게 뭐,힘들어?트레일러닝 할 때 입는 베스트를 차고 뛰는 거랑 비슷하겠지!" 아내는 화를 냈다.그녀는 화를 내면서 말했다."별것 아니라면 앞으로 열흘 동안 입고 달려봐!" 나는 대답했다."그래!해보지 뭐!"
나는 증명하고 싶었다.스포츠 브라는 나의 달리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고,물론 나는 그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고,그러니 당신이 스포츠브라를 착용하고 뛰는 걸 가지고 나에게 불평하면 안 된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다.
호기롭게 말한 뒤 다음 날 아침이 됐다.나는 아내의 스포츠 브라를 들고 거실로 나왔다.낑낑대면서 그것을 뒤집어썼다.잘 들어가지 않았다.스포츠 브라의 어디선가 "드드득" 소리가 들렸다.나는 개의치 않고 꿈지럭대면서 브라를 착용했다.숨이 턱 막혔다.갈비뼈 부분이 살짝 아팠다.거울을 봤다.흉측했다.재빨리 그 위에 티셔츠를 입었다.가슴 부분이 볼록하게 튀어나왔다.'이걸 어떻게 가리지?' 그 위에 트레일러닝 베스트를 착용했다.완벽하게 가려졌다.갑옷을 입은 기분이었다.누군가 내 상체를 꽉 움켜쥐고 놔주지 않는 것 같았달까?가슴을 꽉 움켜쥔 보이지 않는 손이 나를 산꼭대기에 올려다 놓는다고 상상하면서 폴짝폴짝 뛰었다.나는 중얼댔다."뭐,
사회 문제 주제불편하진 않네!" 생각보다 기분도 불쾌하진 않았다.하지만 숨을 참고 브라를 뒤집어쓰는 과정이 상당히 힘들고 귀찮았다.머리가 어질어질했다.이것은 분명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 데 큰 장애물로 작용할 것 같았다.
뒷산으로 올라가 약 10km 정도 달렸다.뛰는 동안 압박감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심박수가 180을 넘길 때쯤이었을까?살짝 답답했다.심박수가 190을 넘길 땐 이것이 브라 때문인가?의심이 들기도 했다.집에 와서 스포츠 브라를 벗었다.벗는 것도 일이었다.몸을 말아서 최대한 조그맣게 만들어도 브라는 잘 빠져나오지 않았다.이번엔 숨을 내쉰 다음 멈추고 허우적댔다.브라가 겨우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현기증이 났다.아내가 방에서 나왔다.아내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대신 혀를 찼다."쯧쯧." 열흘 동안 스포츠 브라를 차고 달리겠다는 약속은 흐지부지 넘어갔다.아내가 고마웠다.
스포츠 브라는 여자들에게 확실히 좋은 물건일 것이다.하지만 성가시고 불편한 것도 분명하다.무엇보다 스포츠 브라 고르는 과정이 무척 복잡하다는 것을 알았다.아내는 내가 착용했던 제품을 주문하기 위해 꽤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그것은 마치 난이도 높은 게임의 에피소드를 하나씩 깨나가는 것과 비슷했다.과정을 잠깐 살펴볼까?가장 먼저 여러 스포츠 브랜드의 홈페이지에 여러 차례 들락날락하면서 괜찮은 디자인을 고른다.다음,
사회 문제 주제브라의 조이는 강도,그러니까 미디엄 서포트인지 하이 서포트인지 확인한다.이 용어는 브랜드마다 제각각 쓰여 브라의 조이는 힘,받쳐주는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다.그래서 긴가민가 하면서 제품을 고른다.다음,맞는 사이즈가 있는지 또 검색,여기서 허탕을 칠 수 있다.어렵게 제품을 골랐어도 사이즈가 없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아내는 이 과정을 며칠 반복했고 끝내 승리했다.아내는 나보다 더 달리기를 열망하는 것이었다!내가 그녀였다면 달리기를 일찍 포기했을 것 같다.
나는 신체의 어떤 부분 때문에 산에 갈 때 혹은 트레일러닝을 할 때 불편하거나 신경 쓰는 일이 거의 없다.아내에 비해 아웃도어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장애물이 비교적 적다는 걸 알았다.이후 나는 스포츠 브라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입을 다물었다.그거 별거 아니라거나,
사회 문제 주제까짓거 나도 하겠다는 등의 헛소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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