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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 전경.photo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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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리튬 배터리 제조공장 화재 참사 이후 화재 취약시설의 소방시설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 쿠팡의 대구 물류센터가 소방시설 미비 논란에 휩싸였다.2019년 대구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을 때부터 방화벽 훼손 등 소방시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최근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 없이 대수선 허가를 신청했다는 것이다.대수선은 건축물의 주요 구조나 외부 형태를 변경하거나 증설하는 것을 뜻한다.

2022년 3월 준공된 쿠팡의 대구 물류센터(FC·Fulfillment Center)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연면적 33만㎡(약 9만9825평),장남감축구장 46개와 맞먹는 크기로 자동화 기술 등을 활용한 최첨단설비도 갖췄다.특히 대구FC는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21년 8월 쿠팡이 노르웨이의 로봇 전문기업 '오토스토어'의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더 주목을 끌었다.대구FC에 가장 먼저 오토스토어 시스템이 장착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오토스토어는 쿠팡의 초기 투자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가 2021년 4월 지분 40%를 28억달러(약 3조9000억원)에 매입해 화제가 된 기업이다.쿠팡의 오토스토어 도입은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 간 국내 첫 협업사례로 꼽혔다.

오토스토어 유튜브 공식영상 캡처.
오토스토어 유튜브 공식영상 캡처.


"2021년 공문에서는 '반영하겠다'더니…"

쿠팡이 도입을 확정한 시스템은 오토스토어가 개발한 '큐브형 스토리지(자동창고)'다.재고의 보관부터 피킹,출고 등 전 과정을 자동화한 자동창고다.창고는 상품을 적재하는 빈(Bin),로봇이 움직이는 레일과 구조물인 그리드,로봇,작업포트,컨트롤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격자모양으로 짜인 그리드 내에 빈이 빈틈없이 저장되며,그 위를 X,Y축으로 주행하는 로봇이 작업자가 기다리는 포트에 원하는 빈을 운송하는 시스템이다.오토스토어 시스템을 구축하면 복도가 없어지고,천장에 남은 공간도 없애 모든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따라서 같은 면적에 기존의 4배 물량을 저장할 수 있게 된다.상품 출고 처리도 기존보다 훨씬 빨라진다.

문제는 오토스토어를 도입했을 경우 보강되어야 할 소방·방화시설이 많아진다는 점이다.복도와 천장에 남은 공간이 사라지는 만큼,구조변경에 의해 방화벽이 훼손되고 화재 발생 시 기존 시설로는 불을 끄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당초 대구시는 이 같은 우려를 미리 인지하고 대구FC 대수선 시 5가지의 소방·방화시설 설치내용을 반영토록 했다.더욱이 쿠팡은 2021년 6월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의 덕평물류센터에서 소방관 1명이 순직하는 화재 사고를 이미 겪은 바 있다.당시 쿠팡은 4개월 전 진행된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에서 총 277건의 지적사항을 받았지만 화재를 예방하지 못해 질타를 받았다.

대구시가 2021년 11월 25일 쿠팡에 보낸 공문을 보면,"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관련해 현재 소방청에서 대규모 물류창고의 화재안전강화를 위해 관련법령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며 쿠팡 측에서 대구FC를 대수선할 경우 사전협의(2021.11.23)한 바와 같이 소방·방화시설을 보강해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공문에 명시된 소방·방화시설 설치내용은 △메자닌랙 설치 구간에 습식SP 적용 △방화구획 훼손부분에 연소확대 저지선 구축 △자체소방대 운영 △화재위험성평가 외부보고서 제출 △전기시설에 소공간용 소화용구 설치 등이다.대구시는 2019년 12월 성능위주설계 심의를 끝으로 쿠팡에 물류센터 건축허가를 내줬고,쿠팡은 2019년 12월 30일부터 착공에 들어가 한창 공사를 진행 중이던 시점이다.

대구시,쿠팡에 방화시설 보강 요구

당시 쿠팡은 같은 해 12월 9일 자 회신 공문을 통해 "귀청의 '소방·방화시설 설치내용(대수선 시 반영)' 요청에 대하여 대수선 시 아래 사항을 반영토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쿠팡은 최근 오토스토어 도입을 위한 대수선을 신청하면서 당시 협의했던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이에 대구시는 지난 6월 20일 대수선 관련 소방시설 보강 자문단 회의를 열었다.자문단은 2021년 11월 협의한 소방·방화시설 설치내용을 준수하고,오토스토어가 도입되는 자동화창고에 대해 미국 FMDS 8-34 기준을 적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한 대구지역 소방방재 전문가는 "오토스토어가 도입되면 방화구획이 훼손되고 적치 형태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그러나 현행법상 이미 성능위주설계 심의가 끝난 건물에 대해서는 대수선 시 재심의하거나 시설 보강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시에서도 제재할 방법이 없어 권고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이어 "쿠팡이 비용과 시간을 아끼려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또 "건축허가를 내줄 당시에도 컨베이어벨트 등이 들어오는 물류센터다 보니 방화구획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당시 성능위주설계를 평가한 전문가들이 방화구획이 훼손되는 데 대해 추가 보강을 요청했지만,쿠팡은 '방화구획을 지키겠다'고 답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함은구 을지대학교 바이오공학부 안전공학전공 교수는 "방화구획이나 방화벽을 건드리는 것은 소방성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대구시에서도 이 같은 경우에는 단순 권고를 넘어 건축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권한을 가진 대구시에서 대수선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다만 쿠팡이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에 기여한 만큼,대구시가 쿠팡과 날을 세우며 대수선 승인을 미루는 것도 쉽지 않다.쿠팡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자체브랜드(PB) 상품 우대 의혹 등으로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받자 그에 반발해 "로켓배송 서비스를 축소 중단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또 예정됐던 부산 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했다.

쿠팡 측은 최근 대수선을 신청하면서 과거 대구시와의 협의 내용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쿠팡 관계자는 "소방당국의 요청사항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대수선 신청 이전부터 소방당국과 협의를 진행해 왔고,장남감현재 소방당국과 구체적인 사항을 협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이어 "요청사항을 포함해 화재안전을 위한 충분한 소방시설이 완비될 수 있도록 소방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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