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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초복날 오전 11시 40분쯤 서울 경동시장 보신탕 거리가 한적하다/사진=오석진 기자
"복날만 되면 자리가 없었지."
15일 낮 11시 40분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경동시장 보신탕 거리.개고기집을 56년째 운영했다는 60대 A씨가 이처럼 말했다.이날은 삼복(三伏) 중 초복으로 1년 중 가장 더운 기간인 삼복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서울을 비롯한 중부·남부지방 일부 지역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점심시간에 가까워져도 보신탕 거리는 한적했다.문을 열지 않은 개고기 음식점도 있었다.보신탕 판매를 숨기려 간판을 내리고 '보신탕' 세 글자를 청테이프로 가린 집도 있었다.A씨는 정오쯤 문을 열고 들어오는 50대 손님 한 명을 보며 "오늘 첫 손님"이라고 말했다.
A씨는 "옛날에는 복날만 되면 정말 자리가 없었는데 오늘은 너무 한산하다"며 "경동시장에 내가 아는 보신탕집이 스무 군데가 넘었다.지금은 일곱 군데 남았을 것"이라고 했다.그러면서 "이상한 사람들만 보신탕을 찾는 게 아니다.의사들도,부영 야구경찰서 직원들도 자주 왔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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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몰래 팔고 몰래 먹을 것"━
개고기 지육을 파는 정육점도 볼멘소리를 냈다.한 자리에서 정육점을 집안 대대로 40년간 운영했다는 50대 B씨는 "원래부터 먹던 음식인데 왜 갑자기 먹지 말라고 하나"며 "서구권에서 먹지 말라고 하면 따라야 하는 건가"라고 밝혔다.
이어 "개고기를 보면 전부 다 목에 흉터가 있다.순간적으로 전기로 기절시켜서 잡는 방법을 사용해서 그렇다"며 "사람들이 아직도 개를 때려잡는 방식을 생각하지만 그건 옛날 얘기"라고도 했다.
같은 시각 또 다른 정육점에서는 70대 C씨가 개고기를 구매하고 있었다.복날이 되면 개고기를 한 번씩 먹는다는 C씨는 최근 개고깃값도 많이 올랐다고 했다.그는 "한 근에 11000원으로 올랐더라.아마 개고기가 나오는 게 줄어서 그렇지 싶다"며 "금지한다고 금지가 되겠나 하는 마음도 든다"고 밝혔다.
C씨는 "애완용 개를 먹는 게 아니다"라며 "개고기가 예전부터 먹던 음식인데 과연 나라에서 막는다고 막힐까 싶기도 하다.더 몰래 팔고 몰래 먹는 현상이 심해질 것 같다"라고도 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보신탕은 복날에 먹는 음식의 한 종류다.조선 후기 세시풍속이 기록된 '동국세시기'와 세시 풍속 자료집 '열양세시기'에도 '복날의 개장국'이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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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보호하는 첫걸음,전업·폐업 지원도 법안에 마련돼"…보신탕은 역사의 뒤안길로━
반면 많은 시민들은 법 개정을 계기로 보신탕 문화가 사라지는 데 환영하는 목소리를 냈다.
20대 D씨는 "식용과 애완용은 다르다고 하지만,사람과 감정을 공유한 대상과 같은 종이 사육당하는 느낌이 많이 든다"며 "아마 내가 소,부영 야구돼지를 키웠으면 소고기나 돼지고기도 비슷하게 생각해 먹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E씨는 "사육 과정을 포함한 대부분의 식용견 공급 과정이 상당이 비윤리적,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며 "동물권 보호 차원을 넘어,개를 식용으로 공급하는 것은 인간에게도 유해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은 지난 1월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 1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다음달 7일부터 시행된다.
법이 시행되면 △식용 목적의 개를 사육·증식·도살하는 행위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된다.또 시설 운영을 신고하고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자에 대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폐업 등에 필요한 지원을 하고,전업에 필요한 시설 및 운영자금 등을 지원한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사육·증식·유통·판매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다만 해당 처벌조항은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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