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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진행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50가지 문화편'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즐겨하는 취미는 '게임'이다.지난해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예술에 게임이 포함돼 창작과 향유의 대상으로 당당히 인정받게 된 것도 이러한 사회 변화의 한 맥락이다.
한편으로 우리나라 게임산업 및 게임문화는 최근 급격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2021년 여러 게임사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사건에 대한 트럭시위를 출발점으로 해 그동안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소비자인 '게임 이용자'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게임 이용자 집단행동은 게임사를 상대로는 게임 내 불매운동,게임사와의 간담회 개최,소비자 단체소송 등으로 이어졌다.정부와 국회를 상대로는 국민감사청구나 집단 민원 제기,언론을 통한 의견 개진 등이 이뤄졌다.그 결과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제도'를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개정,'게임 이용자 권익 보호'가 주요 정책 어젠다 중 하나로 논의되기에 이르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국내 한 대형 게임사 확률 조작 사례에 대해 전자상거래법 위반 사안으로는 역대 최다액인 116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아울러 확률 조작이나 슈퍼계정 등 게임 소비자의 권리 침해 사안에 대한 현장 조사를 이어나가고 있다.국회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입증책임 전환'을 도입하자는 취지의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한동안 이러한 분위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명의 게임 이용자로서 최근 수년 간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게임계의 변화가 매우 고무적으로 느껴진다.그럼에도 여전히 부족한 부분은 남아있다.바로 '이용자 참여와 소통'의 문제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각종 학계와 업계의 전문가가 참여했다.필자 또한 법률 전문가로서 참여한 부분이 있지만 직접적으로 게임 이용자의 입장을 전달해 줄 자문 위원은 존재하지 않았다.연이은 많은 정책 토론이나 세미나,간담회 등에서도 마찬가지다.'게임 이용자 보호'를 위한 논의의 장에서 게임 이용자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가 2600여명 게임 이용자를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등급분류제도의 개선방향으로 현재 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등급분류 단계적 민간이양'에 찬성하는 의견은 각각 11%(GCRB로의 민간이양),야구 헬멧 도색35.7%(완전한 민간 이양)에 그쳤다.
해당 설문에서 이용자들의 더 많은 지지를 얻은 방안은 현존하는 정부 주도 심의기관에 충분한 수의 이용자 전문가 또는 게임 산업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것(50.2%)과 가칭 이용자 배심원 제도 등 이용자 의견 반영 창구를 만들어달라는 것(47.3%)이었다.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와 '표준약관 개정'과 관련해서도 정책 수립과정에서 이용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할 방법이 현재는 전무하다.정부와 국회가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경청하려는 노력도 부족하게 느껴진다.
게임사의 게임 운영에 있어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의무가 준수되고 있는 반면 그와 동시에 여러 게임에서 판매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및 패키지 등의 가격이 가파르게 높아졌음을 토로하는 게임 이용자가 많다.'슈퍼계정 운용 논란' 등 마찬가지로 소비자 선택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의 공개와 관련해서 논란이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게임사는 게임 이용자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야구 헬멧 도색업계와 더불어 소비자는 산업을 이루는 중요한 한 축이다.이러한 측면에서 게임 산업 또한 근래의 침체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로부터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신뢰형성에 있어서는 물론 '올바른 처우'가 가장 중요하겠지만,야구 헬멧 도색때때로 결과를 떠나 의견을 '경청'하는 그 자체에서 신뢰가 두터워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디 게임 이용자가 'K게임 문화 및 산업'을 구성하는 한 축으로서 정부와 게임사를 신뢰하고 응원하면서 게임 문화를 향유하고 게임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시기가 다시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장·게임 전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