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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 세종병원 이사장 "동네 의사가 지역 종합병원에 환자 보내도록 수가·평가 제도 손봐야"
2022년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은 부친이 강남의 한 마트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았다.주변에 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 등 '빅5' 병원이 즐비했지만 119 구급대는 "받아줄 곳이 없다"며 쩔쩔맸다.2차 병원을 수배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뇌출혈 의심 환자를 책임질만한 곳은 서초·강남 일대에 전무했다.그렇게 치료받을 응급실을 찾는 1시간 30분 동안 아버지는 구급차에서 대기하며 '골든타임'을 허비해야 했다.의사이고 병원의 이사장이었지만 부친의 사고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그가 의료전달체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쏟게한 계기가 됐다.
박 이사장은 14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개최한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환자 보호자로서 의사가 바라보는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를 주제로 발표하며 자신의 이런 경험을 담담히 털어놨다.그는" 의사이고 병원의 이사장지만 모든 인맥을 다 동원해도 중증 환자가 갈 곳이 없더라"라며 "환자 쏠림 현상에 대해 문제의식은 늘 있었지만,아틀레티코 대 카디스당사자가 돼보니 정말 심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3차 병원으로 환자 쏠림과 이로 인한 1차,2차 병원과 지역 의료의 위기는 수 십년간 이어진 해묵은 과제다.박 이사장은 "3차 병원에 환자가 몰리면서 중등증 환자를 보는 2차 병원이 사라지고,119는 중증 환자조차 상급종합병원에 제때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수십 년 간 천천히 진행된 문제"라고 진단했다.그 역시 축농증(부비동염)으로 두통을 호소하는 딸을 데리고 밤에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경험이 있다.박 이사장은 "환자 보호자로서 불편함이 없었고 좋았지만,돌이켜 보니 그것이 문제였다"고 반성했다.
박 이사장에 따르면 '좋은' 의료 시스템을 위해서는 △의료의 질 △비용 △접근성 등 세 가지 축이 서로 균형을 맞춰 발전해야 한다.우리나라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어느 곳에서나,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는 나라는 매우 드물다.의료의 질을 위해 의과대학·대학병원 지원을 강화한 결과 암 치료 성적이 드라마틱하게 향상되는 등 세계적인 의료 역량을 갖추게 됐다.국민건강보험,의료법인 설립지원으로 의료비 절감과 의료 접근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했다.
문제는 2000년대 이후 '세 가지 축'이 모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실손보험 도입,KTX 등 교통 인프라의 발달,대학병원의 확장 경쟁이 맞물리며 필수·지방 의료가 붕괴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는 9.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를 넘어서는 등 건강보험 재정이 말라가고 있다.
박 이사장은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구조가 달라지고,의료 이용량이 증가하는 '정해진 미래' 속에서 의료 시스템의 문제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경제 성장이 더뎌져 GDP 대비 의료비는 급증하고,복합 질환을 앓는 고령층을 부양하기 위해 시간·경제적 부담이 점차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그는 "각 지역의 1차,2차 의료기관이 살아나고 제대로 기능해 환자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의료의 질,접근성,비용 모든 것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