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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전공의 이탈 갈등 장기화
정부 해법 못찾고 필수의료 붕괴 위기
심혈관흉부외과 전공의 기피 심해
하반기 133명 모집에 지원자‘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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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정인석 교수 전공의 병원 이탈 6개월이 지난 시점에,라스 토토의료현장에 남은 의료진인 전남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정인석 교수를 현장에서 만났다.교수 진료실과 중환자실을 찾은 정교수 2024.08.12 광주=이훈구 기자 “평소라면 진료 후 심장 수술 날짜가 1,라스 토토2주 만에 잡혔을 텐데 이젠 한두 달 대기하는 경우가 흔합니다.남은 의료진들끼리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올 하반기가 걱정입니다.”

12일 광주 전남대병원에서 만난 정인석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심장 수술은 급하지 않은 게 없는데 수술 날짜를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를 보면 면목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공의 3명 중 2명이 사직하면서 정 교수는 반년째 주 100시간 이상 일하고 집에서는‘온콜(on-call·연락 대기)’상태로 지내고 있다.1시간가량 대화 중에도 정 교수의 휴대전화는 벨이 연이어 울렸다.그는 대화를 마치자 “폐렴으로 입원한 2세 아이를 진료하러 가야 한다”며 소아중환자실로 달려갔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로 2월 19일 전공의(인턴,레지던트)가 병원을 떠난 지 6개월이 가까워지고 있다.다음 달부터 대입 수시전형이 시작되는 등 입시는 본격화되고 있지만 의정 갈등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오히려 비상진료 체계가 장기화되면서‘필수의료와 지방의료를 살리겠다’는 의대 증원 취지와 달리 필수·지방·응급의료의 붕괴가 본격화되며 조만간 의료대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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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과 폐를 다루는 심장혈관흉부외과는 근무 강도가 높고 의료소송 위험이 클 뿐 아니라 개원하기도 어려워 대표적 기피과로 꼽힌다.전공의 병원 이탈 전에도 인력난이 심했는데 의료 공백 사태를 거치며 사실상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말 마감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때 133명을 모집했지만 심장혈관흉부외과는 필수과 중 유일하게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여기에 전문의들까지 비수도권 중심으로 병원을 떠나며 진료 시스템 붕괴가 가속화되는 모습이다.정의석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위원장(강북삼성병원 교수)은 “조만간‘아는 사람’이 있어야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던 1970년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아심장 수술 등 심장혈관흉부외과 내 희귀 전공의 경우 더 우려가 크다.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조만간 국내에서 수술할 의사가 사라지면 거액을 들여 외국으로 나가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의사끼리도 가족이 아플 때를 대비해 흉부외과 의사를 미리 알아둬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고 전했다.

흉부외과 전문의 54명 은퇴때 신규유입 1명뿐 “명맥 끊길 위기”
[의료공백 6개월] 〈상〉 벼랑 끝 몰린 필수의료
고령화에 폐암-심장수술 늘지만… 개원 어렵고 근무 강도 높아 기피
107명이었던 전공의 12명만 남아… “전문의 진료 못받는 게 일상 될것”

“최근에는 대동맥 박리 환자가 강원 동해시,전남 보성군에서 서울까지 이송되는 실정입니다.”

정의석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학회) 기획홍보위원장(강북삼성병원 교수)은 “대동맥 박리는 제때 수술을 받아도 10명 중 1명은 사망하는 중증 응급 질환인데 두 환자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대동맥 박리의 경우 발생 직후 사망률이 30∼40%에 이르며,1시간 지날 때마다 사망 확률이 1%씩 올라간다.구급차로 최대한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해 즉시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의료 공백 사태 이후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부족으로 지방에선 환자를 받기 어려운 병원이 늘었다고 한다.

● 전문의 54명 은퇴하는데 신규 유입은 1명

심장혈관흉부외과는 심혈관 질환과 폐암,라스 토토흉부외상 등을 치료하고 심장·폐 이식 수술을 담당한다.고령화와 함께 수요가 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학회에 따르면 심장혈관흉부외과 주요 수술인 폐엽절제술(폐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로 주로 폐암 환자에게 시행)과 개심술(가슴을 여는 수술) 건수는 2011년 1만2002건에서 2020년 1만7908건으로 약 1.5배가 됐다.

하지만 개원이 어렵고 근무 강도가 높은 탓에 대표적인 기피과로 꼽히며 의료 공백 사태 전에도 전문의 및 전공의 부족에 시달렸다.그런데 최근에는 대형 병원 상당수에서 아예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의료 공백 사태 전까지 107명이었던 전공의는 현재 전국에서 12명 남았다.강북삼성병원에선 15년 만에 들어온 레지던트 1년 차가 병원을 떠나기도 했다.정 위원장은 “유일한 레지던트를 잘 교육시키고 함께 일하며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작도 못 해보고 끝났다”며 허탈해했다.

당장 내년에 은퇴가 예상되는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는 33명인데 신규 전문의는 6명뿐이다.2026년에는 은퇴 전문의가 54명에 달하지만 신규 전문의는 1명뿐일 것으로 예상된다.

● “대동맥 박리 환자 사망할 수도”

필수의료 명맥이 끊기는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광주 전남대병원에선 올해 5,6월 심장이식 수술을 1건도 못 했다.이 병원은 지난해는 심장이식 수술 15건을 진행했다.병원 관계자는 “올해 현재까지 6건의 수술을 했는데 연말까지 수술을 추가하더라도 연간 실적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심장이식에는 여러 진료과 의료진 10명 이상이 동원되다 보니 인력이 한정된 비상진료 체계에서 선뜻 하기 어렵다.이 때문에 올 2∼5월 전국에서 진행된 심장이식 수술은 6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줄었다.수술이 지연되는 만큼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고통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대동맥 박리처럼 시각을 다투는 경우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부족은 자칫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올 3월에도 부산의 대동맥 박리 환자가 울산으로 이송됐다가 사망했다.박준석 서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과장은 “현 상황이 이어질 경우 전문의를 못 만나는 게 일상이 되고 운이 좋은 사람만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게 당연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료 현장에선 지금이라도 정부가 명맥이 끊어지기 직전인 필수과를 살릴 맞춤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심장혈관흉부외과의 경우 진료지원(PA) 간호사와 인공 심폐기를 담당하는 체외순환사를 제도화하고 정식 수가를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박 과장은 “필수의료마다 꼭 필요한 부문의 수가를 높여 전문의가 현장을 떠나지 않고 진료 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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