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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이야기꾼이 쓴 이야기꾼 이야기 <정지아가 들려주는 이토록 아름다운 권정생 이야기>
<정지아가 들려주는 이토록 아름다운 권정생 이야기>(마이디어북스 펴냄)의 시작은 유명한 유언장부터다.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울지 않았다는 소설가 정지아는 권정생의 유언장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한다‘1.최완택 목사,2002년 월드컵 벨기에민들레 교회.이 사람은 술을 마시고 돼지 죽통에 오줌을 눈 적은 있지만 심성이 착한 사람이다’돼지 죽통이나 사람 밥그릇이나 세상 만물 가운데 귀하고 천한 것의 구분을 따로 두지 않았던 권정생이었다.그는 평생 낮은 곳에서 낮은 곳에 있는 존재들과 함께 살다 갔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권정생은 어려서부터 굶주렸다.누나들에게 가시면류관을 쓰고 십자가에 못 박혀 세상을 떠났다는 예수님 이야기를 듣고 어린 권정생은 자다가 눈물을 흘릴 정도로 충격을 받고 공감했다.청소부였던 아버지가 주워 온 동화책을 읽으며 이야기의 세계에 빠져들기도 했다.
해방 뒤 귀국한 권정생의 가족은 늘 가난했다.공부를 잘했지만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만 겨우 마친 권정생은 고구마 가게 등에서 일해 돈벌이를 했다.하지만 젊은 시절에 폐결핵에 걸렸고,설상가상 어머니마저 잃는다.그 뒤 동생을 결혼시켜야 하지만 폐결핵 환자가 있는 집에 시집올 여자가 없을 거라는 아버지의 슬픈 이야기를 듣고 거지가 되어 타지를 떠돈다.병세가 깊어져 돌아온 그는 방광과 신장을 들어내고 소변주머니를 차게 된다.
이후 권정생은 마을 사람들의 배려로 평소 다니던 교회의 문간방에 살면서 종지기가 되었다.일부러 맨손으로 종을 치던 그의 문간방으로 개구리,메뚜기,거지들이 손님으로 드나들었다.신춘문예에 당선된 권정생은 빌린 양복과 고무신을 신고 상을 받아 문단에 충격을 던진다.소설 <몽실 언니>,그림책 <강아지똥>,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처럼 어려운 시절을 통과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내던 작가는 평생 모은 돈을 북녘의 굶주리는 어린이들 앞으로 남기고 2007년 5월17일 천국으로 떠났다.
지은이는 권정생이 “천사가 아니라 육신의 고통에 몸부림친,그러면서도 고통에 굴복하지 않고,고통을 미워하지도 않고,고통과 친구가 된,생생히 살아 있는 한 인간이었다”라고 평가한다.과시적 소비와 무한경쟁으로 달려가는 이 시대에 다시 만나볼 수 없을 듯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192쪽,2002년 월드컵 벨기에1만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