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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레이건 '또 시작이군',3억바이든 '닥쳐줄래'도 기억 남을 장면"
미국 역사상 첫 대선 후보 TV 토론에 나선 공화당 리처드 닉슨(왼쪽) 당시 부통령과 민주당 존 F.케네디 상원의원.
[AFP=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1960년 9월 26일 미국 시카고의 TV 스튜디오.
그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인들의 시선이 미국 역사상 최초로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에 쏠렸다.공화당 후보는 리처드 닉슨 당시 부통령,3억민주당 후보는 존 F.케네디 상원의원이었다.
흑백 브라운관 속 닉슨은 무릎 부상 탓에 창백한 얼굴에 듬성듬성 수염이 보이는 데다 화장도 하지 않았고,3억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케네디는 이런 닉슨을 압도했다.햇볕에 그을린 피부에 여유롭고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사회자를 쳐다보며 질문에 답한 닉슨에 비해 케네디는 6천600만명의 시청자에게 직접 말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결국 무명 정치인에 가까웠던 케네디는 경륜과 노련미를 갖춘 닉슨을 매우 근소하게 따돌리고 최연소 미 대통령에 당선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케네디와 닉슨의 토론 장면은 '미디어 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됐고,3억이후 미국에서 TV 토론은 대선 판도를 가를 주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1월 대선에서 재대결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대선 TV 토론을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역대 TV 토론의 몇몇 결정적 순간들을 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현직이던 지미 카터 대통령을 꺾고 당선된 1980년 TV 토론도 오래 회자하고 있다.
대선 투표일을 1주일 남기고 열린 마지막 TV 토론에서 카터는 의료복지 정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레이건을 집요하게 공격했다.이에 레이건은 "또 시작이군"(There you go again)라고 응수했다.
NYT는 당시 레이건의 대응을 "지금은 유명해진 대사"라며 "레이건의 카리스마 넘치는 반박은 카터의 지루한 공격을 즉시 무력화시켰다"고 평가했다.
1988년 민주당 후보였던 마이클 듀카키스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공화당 후보 조지 H.W.부시 당시 부통령의 토론도 유권자들의 기억에 남을 순간으로 꼽힌다.
사회를 맡은 CNN 간판 앵커 버나드 쇼는 사형제 폐지론자인 듀카키스에게 '당신의 아내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범인에 대한 사형도 반대하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고,듀카키스는 냉정하게 "아니오"(No)라고 답한 뒤 사형제의 통계적 비효율성에 대한 주장을 이어갔다.
이를 계기로 듀카키스는 인간적이지 못하다는 평을 받았고,결국 대선에서 패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당시 듀카키스를 꺾은 부시도 4년 뒤인 1992년 재선에 도전할 때 TV 토론 때문에 낭패를 봤다.
방청석에서 질문이 나오는 동안 눈에 띄게 손목시계를 쳐다보며 시간을 확인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곤욕을 치른 것이다.이는 지금까지도 대표적인 TV 토론 실패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그의 아들인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은 TV 토론에서 상대방의 태도로 인해 오히려 반사이익을 본 케이스다.
2000년 대선을 앞둔 TV 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앨 고어 당시 부통령은 공화당 후보로 나선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질문에 답하는 동안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조용히 옆에 섰다.
당황한 부시는 고어를 향해 무시하는 듯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고,3억이는 청중의 웃음을 끌어냈다.이 장면에 대해 NYT는 "고어는 강해 보이기는커녕 불필요하게 거만해 보였다"고 지적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2016년 대선 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맞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클린턴 전 장관의 답변 도중 고통스러워하거나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은 것도 기억에 남을 토론 장면의 하나다.
NYT는 아울러 2000년 대선 토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답변 시간에 집요하게 끼어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닥쳐줄래"(Will you shut up,3억man?)라고 쏘아붙인 것도 기억할만한 순간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