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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소주 물적분할 결정
전문성 제고·사업 효율화 일환
와인 수입·유통 등 본업 중심 체질개편 속도
제주소주 매각 여부에 관심↑이마트의 자회사 신세계L&B가 주류 제조를 담당하고 있는 제주사업소의 분할을 결정하면서 제주소주의 매각 가능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다만 지방 소주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유통 공룡 신세계마저 사실상 실패한 사업인 만큼 매각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신세계L&B는 지난달 27일 제주사업소를 분할해 신설회사 제주소주를 설립한다고 공시했다.물적분할인 만큼 신세계L&B가 제주소주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방식이며,신나린 움짤분할기일은 다음 달 6일이다.
신세계L&B는 이번 분할을 통해 주류 수출입과 도소매업에 집중하고,주류 제조 관련 사업은 제주소주로 넘겨 손을 떼게 됐다.신세계L&B 측도 이번 분할 목적에 대해 "소주 등 주류 생산과 제조 등과 관련한 모든 사업의 분리를 통해 기존 사업의 전문성을 제고하고,경영 효율성을 강화하며,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L&B가 두 회사를 분할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역시 최근 들어 악화한 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홈술·혼술 열풍을 타고 누렸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특수가 끝이 나면서 지난해 신세계L&B의 매출액은 18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5% 줄었고,신나린 움짤영업이익은 7억원으로 93.8% 감소했다.당기순손실도 5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올해도 1분기 기준 매출액이 406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469억원) 13.5% 감소해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적이 부진하면서 사업 효율화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레 수면 위로 부상했고,신나린 움짤회사 내 대표적인 비효율 사업으로 꼽히는 제조 사업이 우선 정리의 대상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앞서 이마트는 2016년 제주소주를 190억원에 인수하고 이듬해 '푸른밤'이란 브랜드로 소주 시장에 진출했다.푸른밤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제주소주 인수부터 제품 출시까지 직접 살핀 것으로 알려져 일명 '정용진 소주'로 불리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오너가 직접 나서 사업에 힘을 실어준 데다 대형 유통채널인 이마트를 모회사로 둔 만큼 시장의 기대감도 컸다.
푸른밤은 출시 초 4개월 만에 300만병을 판매하는 등 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참이슬','처음처럼' 등 기존 선두 제품군의 시장지배력이 워낙 견고했던 탓에 소비자의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고,제주소주의 영업손실액은 인수 첫해인 2016년 19억원에서 2020년 106억원을 불어나며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졌다.결국 제주소주는 2021년 사업을 접고 신세계L&B에 흡수 합병됐다.유사 사업 부분을 통합해 효율적으로 사업을 관리하겠다는 판단에서였다.하지만 합병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결국 3년 만에 다시 분리되게 됐다.
본업인 '와인'에 집중…제주소주 매각 가능성 '글쎄'
신세계L&B는 이번 분할을 통해 위스키·소주 제조 등 신사업보다는 와인 수입·유통 등 본업 중심으로 체질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지난해 9월 신세계그룹은 정기 임원인사에서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에게 그룹의 주류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L&B도 이끌라는 겸직 인사를 냈다.종합 주류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에도 불구하고 주류 수입과 제조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회사의 길잡이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송 대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신사업 대신 와인이라는 본업에 집중하는 방향을 택했다.사내 위스키 신사업 전담 조직이었던 'W비즈니스'팀을 해체해 위스키 사업을 잠정 중단했고,발포주 '레츠'도 출시 2년 만에 단종하기로 결정했다.여기에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초 주류전문 소매점이었던 '와인앤모어'를 회사를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성장 비전도 제시했다.이를 위해 브랜드 큐레이션팀을 신설하고 외부에서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해 브랜드 조직을 재정비했다.
이번 제주소주 분할 역시 사업 효율화 작업의 연장선이다.신세계L&B는 향후 제주소주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등 시장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외부 투자유치와 지분매각,사업제휴,기술협력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신세계L&B가 와인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대외적으로 명확히 한 만큼 이번 분할이 제조 중심의 제주소주 매각을 위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당초 제조사업의 중추를 담당할 것으로 기대했던 위스키 신사업이 좌초된 데다 소주 사업 역시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신세계L&B는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제주소주 공장에서 과일소주를 위탁생산해 동남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하지만 주정의 원재료인 타피오카의 원산지가 동남아인데다 인건비·물류비 등 비용 효율화 차원의 현지 생산도 갈수록 늘고 있어 안정적인 수출 사업을 기대하기에는 변수가 많다.여기에 국내 사업 역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대형사들의 공세가 날로 거세지며 지방 소주는 사실상 소멸 위기로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제주소주의 매각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 사업은 제조와 유통을 병행해야 시너지가 나는데 강력한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신세계조차 사실상 실패한 사업"이라며 "지방 소주 업체가 살아남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다 수출 중심으로 사업을 꾸리기도 여의치 않아서 소주 제조면허와 지하수 취수권 같은 매력 요인이 있더라도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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