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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2만2000명 규모 '건설 산별 노조' 가입 추진
산하 노조 "업종 중복.노조원 수 불투명하다" 비판
"검증 보완하겠다"면서도 달랑 명부 확인만
'전국건산노조' 퇴출 이후 건설 노조원 확보 기회
일각에선 "노조 간 세력 다툼"
한국노총이 새 건설 부문 산별노조를 가입시키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다른 산하 노동조합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조합들은 노총이 자체 규약을 어겨가면서 가입을 강행한다며 불만이다.'한국노총 건설 부문'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조합 간 세력 다툼이 벌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노총은 오는 4일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정오까지 28차 중앙위원회를 소집해 '한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가입의 건'을 투표한다.한국건산노련은 어느 상급단체에도 속하지 않은 독자 연맹으로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등 5개 노조가 포함돼있다.조합원 수는 2만2400여 명이다.
이번 투표에서 가입이 승인되면 한국노총에는 2년 만에 건설 부문 산별 노조가 들어선다.한국노총 건설부문 산별노조는 2022년 7월 전국건설산업노조가 위원장 비리로 퇴출당한 이후 비어 있었다.산별 노조는 특정 산업에 속한 노동자들이 소속 기업과는 무관하게 구성한 노조로,에스페란자2만명 이상의 조합원을 보유해야 자격이 생긴다.
○ 新 산별 노조 두고 노조-노총 '대립'
건설 부문 노동자들을 결집할 기회지만 노총 내부 시선은 곱지 않다.집행부가 노총 규약을 어겨가면서까지 가입을 추진한다는 논란이 빚어져서다.규약에 따르면 업종이 중복되는 조합은 신규 가입이 불가능하다.노총에는 올 3월 '건설' 부문을 신설한 섬유·유통·건설노련이 있다.
한국건산노련의 조합원 수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건설 분야는 일용직이 많고 사용자가 뚜렷하지 않다.노동자들이 조합비만 내고 조합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잦아 '노조원 불리기' 꼼수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전국건산노조도 허위 노조원 명부를 노총에 제출한 게 들통나 진병준 전 위원장이 유죄 선고를 받은 전력이 있다.
금속노련,에스페란자담배인삼노조,에스페란자섬유·유통·건설노련 등 5개 노조로 구성된 '제조부문노조 연대회의'는 이런 점을 근거로 지난 주부터 노총을 강하게 규탄 중이다.연대회의는 "자동이체(CMS)든 무작위 표본전화조사든 노총 구성원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실제 조합원 수 확인을 위한 보완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연대회의는 제조업 노조가 모인 협의체 형태의 기구다.
노총은 "보완 작업을 거치겠다"고 했지만,중앙위원회 소집이 확정된 시점까지도 노조원 명부를 확인한 정도에 그쳐 비판이 가중되고 있다.이에 이승조 한국건산노련 위원장은 "노총에서 직접 명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절차를 밟았다"고 반박하고 있다.연대회의 측은 "노총 측에서 조합원 수 확인 관련해 공문을 받은 적 없다"며 "입장은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 가입 강행하는 노총의 의중은.“노조 세력 싸움” 분석도
한국노총 집행부는 한국건산노련을 가입시키려는 의지가 크다.전국건산노조 제명 이후 상급 단체 없이 떠도는 건설 부문 노동자들을 규합할 있고,에스페란자노조원을 대거 확보할 기회로도 여겨진다.
한국건산노련은 연합노련에서 쪼개져 나오는 만큼 가입 즉시 노조원이 대폭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다만 산별 노조를 통해 교섭력을 높아지면,전국 단위 건설 노동자들의 추후 가입을 기대할 수 있다.
노총이 건산노련을 받아들이려는 이유에 대해 한국노총 관계자는 "전국 건설 현장에는 노총 지역 지부 등에 임시로 등록한 작은 조직이 많다"며 "문제가 생겨도 중앙에서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건설 노동자들이 우후죽순으로 흩어진 상황을 정리한다는 차원"이라 설명했다.
그는 한국건산노련의 가입 논란에 대해선 "업종 중복에 대해서는 마침표가 나진 않았지만,에스페란자관례상 인정된 과거 사례들이 있는 만큼 인정해달라는 집행부 요구가 있었다"고 했다.그러면서 노총의 조합원 수 확인 방법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조와 노총 간 갈등 배경에는 조합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노조 간 '세력 다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한 노동계 관계자는 "건산노조 퇴출 이후 연합노련과 섬유·유통노련이 건설 노동자를 나눠 가지는 모양새였다"며 "연합노련 출신 연맹이 치고 나가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 설명했다.박시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