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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너무 좋다.글을 보면 꽃을 본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는 것 같다.”
부산시교육청이 지난달 치른 2025년도 초중고 학력 검정고시에서 90대 할머니가 합격했다.초등학교 부문의 박경자(92·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씨다.부산 지역 검정고시 역사상 최고령 합격자다.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전국 검정고시 합격자 중에서도 최고령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5년 전부터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일제강점기 국민학교 3학년을 다니다 중퇴한 게 한이 맺혀서다.
박씨는 어린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 결혼했다.해녀로 물질을 하며 살았다.이후 부산 영도로 이사했다.조선소‘깡깡이(낡은 배의 철판을 망치로 내리쳐 녹을 제거하는 작업)’아줌마 등을 하며 아이들을 키웠다.박씨는 “평생 직업이 16가지가 넘었다”고 했다.9년 전,15년 전쯤 두 아들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다.
동네 복지관의 한글 교실을 다니면서 인생이 달라졌다고 한다.박씨는 “길거리 간판과 식당 메뉴판,마카오 톡 도박장버스 노선도를 읽을 수 있게 됐다”며 “갑자기 내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느낌이었다”고 했다.그는 “앞서 간 아들들한테 편지를 쓰면서 가슴 속 한편에 남은 응어리도 조금씩 녹아내렸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 검정고시에 처음 응시했다가 낙방했다.이번에 재수한 끝에 성공했다.그는 “퇴행성 관절염 때문에 오래 걷지 못하고,들어도 금방 까먹지만 사브작 사브작 마실 가듯 복지관에 들러 한글 배우고 사람들 만나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박씨는 복지관에서 연 시화전에‘글이 너무 좋다’는 제목의 작품을 냈다‘나는 지금 행복을 찾았다.내가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글을 배우고 싶다.내가 좋아하는 글…’이라고 썼다.그는 “내가 살아온 인생을 시로 표현해보는 게 남은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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