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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된 지 200년,안전성 입증됐지만 독성 물질 다루기는 까다로워
주름 개선부터 턱 근육 시술까지 활용도 다양해 젊은 층에게도 인기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 보툴렉스 모습.사진=휴젤
“안 맞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맞은 사람은 없다.”

19세기 독일서 수많은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던 상한 소시지 속 식중독균의 독성이 발견된 지 무려 200년이 지났다‘보툴리눔 톡신’(Botulinum toxin),일명 보톡스의 이름이 검은 소시지를 뜻하는 라틴어‘보툴루스’에서 비롯한 것은 이 때문이다.

200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주름 개선 및 미용 목적으로 승인을 받은 보툴리눔 톡신은 20년이 넘는 임상,카지노 라이브 딜러연구가 축적되며 가장 안전하고 대중적인 미용성형 제품으로 성장했다.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 집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미용 시술 시장의 46.3%를 보툴리눔 톡신이 차지하고 있으며 HA 필러(29.0%),제모(8.4%)가 그 뒤를 잇고 있다.2024년 기준 국내 보톡스 시장 규모도 2000억원을 넘겼다.

국내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한국 보톡스 산업을 이끄는 휴젤,메디톡스,대웅제약 등‘빅3’가 지난해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국내에서 글로벌 제약사의 독과점을 깨뜨린 K-보톡스는 해외 시장에서도 점유율 확대에 도전하고 있다.특히 대웅제약 나보타를 필두로 휴젤 보툴렉스까지 글로벌 최대 규모인 미국 시장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높은 진입장벽 깨는 K-보톡스

보툴리눔 톡신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독성 물질로 알려져 있다.인체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방출되는 것을 차단해 근육을 마비시키는 신경 독소의 일종이다.1g만으로 거의 100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므로 탄저균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생화학무기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기도 했다.그러나 나노그램(ng,포커 뒷면mg의 100만분의 1) 단위의 극소량을 사용하면 근육을 적절히 이완시킬 수 있어 미간 주름을 펴는 등의 미용 목적이나 치료에 쓰이게 됐다.

이 때문에 한국 질병관리청을 비롯한 각국 기관들은 보툴리눔 톡신을 고위험 병원체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제조·보관·이동에 대한 국가별 규제가 까다롭다.

개발과 제조 과정도 마찬가지다.보툴리눔 톡신은 보툴리누스균을 배양해 추출한 독성 성분이다.우선 독소를 분비하는 균주를 찾아내야 하는데 현재까지 미용 시술에 쓰이는 대부분의 제품은 1900년 초 미국 이반 홀 박사가 분리에 성공한‘HALL A STRAIN’과‘ATCC 3502 STRAIN’을 활용한 것이다.이는 A에서 H까지 9가지 중 가장 독성이 약한 A형 균주에 속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보툴리눔 톡신을 불순물 없이 정제하고 무균 상태로 동결 건조,포장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특히 보툴리눔 톡신에서 복합단백질을 제거하고 독소 성분만 정제,분리해내는 것이 핵심이다.불순물이 많고 입자가 클수록 체내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항원으로 인식해 항체에 의한 내성 반응이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처음 상용화한 미국 앨러간(Allergan,포커카드 운세현 애브비)이 수십 년간 세계 시장의 60~70%를 점유해오고 있다‘보톡스’도 앨러간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명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시장에 일반명사처럼 받아들여진 것이다.

앨러간은 1995년 국내시장에도 치료용으로 첫 진입했고 이어서 프랑스 입센(Ipsen)이‘디스포트’를 내놓는 등 2000년대까지 수입산 독주체제가 굳어지는 듯했다.그런데 2006년 국내 최초,세계에서 4번째로 메디톡스가‘메디톡신’을 내놓으면서 수입산 독주에 균열을 냈다.
메디톡신은 2006년 말 시장점유율 8%를 차지하는 데 그쳤지만 2009년 40%까지 성장하며 1위를 기록했다.그리고 2010년에는 휴젤이 보툴렉스,2013년 대웅제약이 나보타를 출시하는 등 국내 기업의 시장 진입이 이어졌다.

주름보다 턱,2030 잡아

보톡스 생산시설 전경.사진=휴젤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미국 앨러간,독일 제오민 등 수입산보다 2~3배 저렴한 가격으로‘보톡스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다.자체 특허공정을 바탕으로 제품력도 수입산을 바짝 추격했다.미국 FDA의 cGMP 및 유럽 EMA의 EU GMP 기준을 충족하는 생산시설도 확보하며 유지한 품질도 강점이다.국내업체들도 고순도 제품을 내놓으면서 “국산 보톡스는 내성을 일으킨다”는 인식도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산이나 수입산 여부보다 제품의 품질이 중요하며 내성 발성은 시술 용량이나 빈도,환자의 면역 반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2017년 1000억원에서 불과 5~6년 만에 2000억원을 돌파했다.중장년층에 집중된 미국 등 선진국 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은 젊은 고객층이 두껍다.젊은층의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은 데다 주름 개선 외에도 사각턱 보톡스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보툴리눔 톡신 안전사용전문위원회’가 만 20~59세 여성 중 보톡스 시술을 경험한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0대가 14%,30대가 42%로 전체 시술 경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특히 20대 중 연평균 2회 이상 시술을 받는다는 응답자가 64%에 달했다.시술 부위는 턱(사각턱·호두턱)이 69%로 가장 많았다.

현재 국내 보톡스 시장의 대표주자는 지난해 기준 점유율 약 40%를 차지한 휴젤의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이다.2010년 눈꺼풀 경련 적응증으로 품목허가를 획득한 보툴렉스는 후발주자로서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제형으로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

보툴렉스는 50·100·150·200·300유닛(unit)까지 총 5개 용량의 다양한 제형과 높은 역가(potency) 기준이 강점이었다.역가란 의약품의 효과나 강조를 나타내는데 보툴리눔 톡신의 경우 항체 내성의 정도를 나타낸다.

그 뒤를‘선구자’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이으며‘국산 보톡스 빅3’를 형성하고 있다.국내외에서 법정다툼에 휘말렸던 메디톡스는‘코어톡스’등 프리미엄 제품군을 내놓으며 다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메디톡스는 “허가 받지 않은 원액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2020년 식약처로부터 주력 제품이었던 메디톡신 50·100·150unit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지만 올해 3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빅3,경쟁자 늘자 해외로

그사이 후발주자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전통 제약사인 종근당이 2019년 원더톡스 허가를 받으며 이듬해 시장에 진출했고,올해 2월 GC녹십자는 자회사 GC녹십자웰빙을 통해 2023년 이니보를 허가 받은 이니바이오 경영권을 인수했다.이 밖에 한국비엠아이,스킨부스터 리쥬란을 만드는 파마리서치 자회사 파마리서치바이오 등도 급성장 중이다.식약처에 보툴리눔 톡신 허가를 받은 업체만 15개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시장 경쟁이 심화하자 빅3를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서두르는 분위기다.세계적으로 젊은층의 보톡스 시술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위고비,오젬픽 등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비만치료제 투약으로 체중이 급격히 빠지면 피부 처짐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보톡스나 필러 등을 이용한 미용 시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대웅제약은 2019년 최초로 나보타(수출명 주보)로 미국 FDA의 문턱을 넘은 뒤 현지 점유율을 13%까지 끌어 올렸다.미국 시장은 세계 보톨리눔 톡신 시장의 40%를 차지한다.경쟁 제품이 쏟아지며 가격을 올리기 힘든 국내와 달리 시장 가격이 2배 이상 높게 형성돼 수익성도 크게 높일 수 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웅제약은 별도기준 매출 1조2654억원,영업이익 1638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이는 2023년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한번 경신한 것이다.일등 공신은 나보타로 2024년 매출 1868억원 중 1560억원이 수출액이다.

지난해 휴젤도 미국에서 그토록 기다리던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의 미간주름 적응증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현지 진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휴젤과 메디톡스는 중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에도 진출해 있다.메디톡스는 신흥국 시장을 집중 공략한 결과 브라질에서 매년 점유율 30~40%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수혜주로 이들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기존에도 미국에 비해 시술 비용이 50~60% 저렴한 브라질 시장의 매력이 더 커질 전망이다.정희령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브라질의 미국발 의료관광객은 2024년 약 450만 명으로 코로나 이전 대비 60.7% 성장했다”며 “미국 중저가 시장을 겨냥하던 외산 톡신들의 전반적인 가격 인상이 전망되며 이는 브라질향 의료관광 유인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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