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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임기 마치는 이원석 검찰총장
‘편의점 숏컷 폭행’혐오범죄 명시
‘데이트폭력’대신‘교제폭력’사용
검찰,성인지 역량 강화 필요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 2022년 9월 16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오는 9월 임기 2년을 마치는 이원석 검찰총장(55)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교제폭력 범죄에 대해 "가정폭력 대응 수준의 법제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이 총장은 무엇보다 법의 공백을 보완해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가 빈틈없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최근 여성신문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지난 2년간 검찰총장으로서 역점을 두었던 목표는 여성들이 집에서,학교에서,직장에서,길거리에서 걱정 없이 안심하고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장은 2022년 5월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보임돼 검찰총장 직무대리로 일하다 같은 해 9월 16일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제45대 검찰총장으로서 보낸 2년간 "성폭력‧디지털성범죄‧교제폭력‧스토킹‧가정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에 엄정 대응하는 방침을 일관되게 시행했다"고 그는 자평했다.
1호 지시 "스토킹 범죄 엄단"
실제로 이 총장은 취임 직후 성폭력,디지털성범죄,스토킹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세우고 '여성 대상 범죄 엄단' 기조를 추진했다.
이 총장의 '1호 지시'는 '스토킹범죄 엄단'이었다.'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 2022년 9월 16일 이 총장은 전국 60개 검찰청의 스토킹 전담 검사 89명이 참여한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스토킹범죄에 엄정 대응"하라며 "피해자 안전을 가장 중심에 놓고 판단하고 결정하라"고 지시했다.신당역 사건은 여성 역무원이 직장 내 스토킹을 당하던 끝에 근무 중 살해당한 사건이다.검찰은 가해자 전주환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고,대법원은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이 총장은 "지난 2021년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까지 스토킹은 범칙금 8만원만 내면 되는 경범죄였다"며 "이제는 스토킹이 2023년 한 해에만 4819건이 기소될 정도로 통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불법영상물 차단·삭제 지원과 스토킹사범에 대한 신속한 잠정조치 제도도 마련했다.전국 권역별 디지털성범죄 대응체계도 구축했다."디지털 성착취는 사회적 인격 살인"이라는 것이 이 총장의 지론이다.
대전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JMS 사건의 검찰 직접 수사를 지시하고,'부산 돌려차기 피해 사건'의 'DNA 추가 정밀 감정'을 대검 유전자 감식실에 직접 지시할 만큼 일관성 있게 성폭력 범죄에 대응했다.
교제폭력 특성 사건 처리에 반영
특히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피해자의 적극적인 재조사 요구를 검찰이 반영하면서 재판 결과도 뒤집혔다.이 사건은 2022년 5월 22일 부산 서면에서 30대 남성 이현우(32)가 혼자 귀가하던 여성을 뒤따라가 오피스텔 공동 현관에서 무차별 폭행한 뒤 성폭행하고 살해하려 한 사건이다.
당초 1심은 가해자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면서 성폭행 혐의는 제외했다.수사·재판 기록을 확인한 피해자 김진주씨(필명)가 직접 재조사를 요구하고,이 총장의 지시로 유전자 감식이 이뤄져 결국,
스트라히냐 파블로비치사건 당시 피해자가 입은 바지 안쪽에서 가해자 DNA가 나왔다.검찰은 감정 결과에 따라 혐의를 '강간 등 살인미수'로 공소장을 변경했고,2심이 이를 받아들여 형량이 징역 20년으로 늘었다.대법원은 지난해 9월 이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확정했다.이 총장은 "피해자로부터 '검사님들이 있어 외로운 싸움을 할 수 있었다'라는 감사편지를 받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편지를 받은 이 총장은 김진주씨에게 자필 편지와 샤넬밀러의 『디어 마이 네임』과 나태주 시인의 『육필시화집』을 함께 선물했다.이 총장은 "읽는 내내 아픔에 다시 한번 공감하게 됐으며,국민을 지키는 호민관(護民官)으로서 검찰의 역할을 더 철저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피해자들이 두렵고 외롭지 않도록 함께 곁에 서 있겠다"고 약속했다.
그간 검찰은 성폭력·교제폭력 등 여성 대상 폭력 사건에서 낮은 성인지 감수성으로 비판을 받았었다.'피해자가 맞느냐'거나 '왜 뒤늦게 신고하느냐'며 피해자를 의심하고 심지어 무고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판단할 때 '피해자다움'이라는 통념에 갇히지 말라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지만,
스트라히냐 파블로비치여전히 '피해자는 이래야 한다'는 편견이 작동했다.검사가 피해사실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형사사건에서,'부산 돌려차기 사건'처럼 피해자가 먼저 증거를 찾고 검사를 설득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검찰의 고질적 관행 깨뜨려야
최근 검찰의 고질적인 관행을 바꾸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지난 4월 전 남자친구의 폭행으로 숨진 이른바 '거제 교제폭력 살인사건'에서 피해자가 11차례나 신고했지만 경찰이 '쌍방폭행'으로 사건을 종결했다는 유가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은 까닭이다.현재 교제폭력을 규율하는 법·제도는 공백 상태다.정부의 공식 통계도 없다.이런 상황에서 이 총장은 '쌍방폭행'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가해자의 폭력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아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관행을 바꾸기 위해 전담부서 체계를 강화했다.서울중앙지검에 여성·아동범죄조사2부를 설치했고,전국 18개 지방검찰청에 디지털성범죄 전담검사를 지정했다.전국 11개 검찰청에도 여성·아동범죄조사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형사사건 가해자가 선고 직전 기습적으로 공탁금을 내 처벌 수위를 낮추는 '공탁 꼼수'도 엄정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검사·수사관의 성인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검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대검 각 과 사무관,6급 수사관을 대상으로 성인지 역량강화 세미나를 열고 스토킹에 관한 인식을 진단하고 자가 점검 해볼 수 있는 스토킹 피해 체크리스트를 제작했다. '편의점 숏컷 폭행'을 혐오범죄로 명시하고,데이트폭력 대신 교제폭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 총장은 "아직은 국민들이 보시기에 부족한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이 강화되고 피해자 보호에 더 많은 국가역량이 집중되는 방향으로 법 집행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함께한다면 분명히 여성 대상 범죄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 확신한다"는 기대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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