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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 한화세미텍 수주에 뿔난 한미반도체…납품가 인상 초강수
'8년 동맹' 결별 땐 K-HBM 패권도 영향…SK하이닉스 선택 주목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SK하이닉스(000660)와 한미반도체(042700)의 극한 갈등이 이르면 이달 초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SK하이닉스는 완판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을 고객사에 적기 공급하기 위해 TC본더(열압착장비)를 추가 구매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SK하이닉스의 신규 발주 배분에 따라 양사의 '8년 동맹' 향배가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SK하이닉스는 이달 초 TC본더 신규 물량 발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TC본더는 고온과 압력을 통해 D램을 웨이퍼 기판에 수직 적층하는 장비다.HBM은 기판 위에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만든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다.나노미터(㎚) 단위의 극초미세 공정인 만큼,TC본더의 기술력이 메모리 수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세계 1위 HBM 공급사인 SK하이닉스는 이미 올해 HBM 물량을 완판,내년 물량까지 고객사들과 막판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HBM 대호황' 바람을 타고 주문이 쏟아지는 셈인데,공급 물량이 생산 캐파(CAPA)를 넘어서는 수준이다.올 4분기 청주 M15X 공장을 완공하기 전에 TC본더를 추가 주문해야 하는 형편이란 게 업계 전언이다.
이런 사정은 SK하이닉스가 최근 TC본더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한미반도체는 지난 8년간 솔벤더(단독 공급사)로서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100% 독점 공급해 왔는데,자칫 한미반도체가 생산 차질을 빚으면 SK하이닉스도 함께 낭패를 보게 되는 '솔벤더 리스크'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갈등은 SK하이닉스가 지난 3월 한화세미텍(옛 한화정밀기계)에 두 차례에 걸쳐 420억 원 규모의 TC본더 12대를 주문하면서 불거졌다.한미반도체는 한화세미텍과 기술 유출 및 특허침해 문제로 법정 다툼을 벌여온 악연(惡緣)인데,공포 게임 데모이를 모를 리 없는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과 협력 관계를 맺자 한미반도체가 발끈한 것이다.
결국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납품가 28% 인상을 통보하고,그간 무상 지원했던 CS(고객서비스)도 유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는 초강수를 뒀다.이에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지난달 말 한미반도체 본사를 찾아가 해법을 논의했지만,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양사 갈등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두 회사의 갈등이 'K-HBM 패권'과도 연결된 문제여서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1분기 해외 고객사 비중을 90%로 늘렸는데,대다수가 마이크론향(向) 물량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SK하이닉스가 HBM 세계 1위에 등극하는 데 기여한 한미반도체의 TC본더가 경쟁사로 방향을 틀 경우,글로벌 HBM 시장 판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2.5%,삼성전자 42.4%,마카오 신규 카지노마이크론 5.1% 순이었다.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압도적이긴 하지만,토토 라이브외국 경쟁사인 마이크론이 한미반도체와 손잡고 제품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상황은 국익 측면에서도 달가울 리 없다.JP모건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C본더 시장 점유율은 한미반도체가 약 70%대로 1위다.
업계는 결별설보단 '봉합설'에 일단 무게를 싣고 SK하이닉스의 신규 발주 방향을 지켜보고 있다.SK하이닉스 공장에 깔린 한미반도체의 TC본더가 지난해 납품 기준 100대가 넘는 만큼,가뜩이나 빡빡한 생산 일정을 맞추려면 SK하이닉스도 한미반도체와 갈등을 해소하는 쪽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계산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모두 결별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SK하이닉스가) 한미반도체와 결별하면 다시 (한화세미텍) 솔벤더 체제가 되는 꼴"이라고 했다.다른 관계자도 "SK하이닉스가 룸(공간) 부족으로 올해 계획한 TC본더를 다 발주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신규 발주 물량을 어느 회사에 얼마나 배정하는지가 두 회사 관계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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