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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된 박정국,투자 도우미 김상헌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말씀을 하나만 들어도 열 가지를 깨닫게 되는 것 같다.큰 조직을 실제 이끌어본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보니 한마디에 담긴 힘과 통찰이 대단하다.어떻게든 한 토막이라도 전해 듣기 위해 기회가 닿는 대로 자리를 만들어보려 노력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스타트업 대표 말이다.후배 창업자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소식이 있다.최근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멘토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전직 CEO가 부지기수 늘어났다.유형도 다양하다.비정기적으로 후배 창업가와 만남을 가지며 객관적 시선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도사형,정기 강연과 멘토링 모임을 만들어 진짜 수업에 나서는‘선생님형,멘토링에 그치지 않고 직접 투자,나아가 경영까지 관여하는‘선수형’등이다.
국내 스타트업 초기 창업가 고민을 해결해주는‘밀착 과외’를 콘셉트로 출범한 리볼드 파운더 클럽의 멘토는 국내외 기업 리더 5명으로 구성됐다.그중 3명이 대기업 전직 CEO 출신이다.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는 멘토링은 물론 개인 투자자로도 맹활약 중이다.퇴직 후 7년 동안 30여개 회사에 직접 투자했다.(박정국 전 현대차 사장,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제공)1.도사형: 먼발치서 조언 툭툭
삼성·LG CEO,대기업 DNA 전파
초기 스타트업 대표에게 선배 CEO 조언은 그야말로‘금과옥조’다.특히 삼성·LG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에서 CEO로 활동했던 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마치‘경영 도사’처럼,
프리메라 립세럼객관적인 관점에서 툭툭 던지는 한마디에 깨달음을 얻는다는 후배 창업가가 많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최고 인기 멘토 중 한 사람이다.삼성전자가 현재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으로 입사 후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나중에는 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권 전 회장은 테크 기반 초기 스타트업 벤처캐피털(VC) 업계 인사와 주기적으로 만나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다.TBT파트너스 비상임 고문으로 활동하는가 하면 스마일게이트가 운영하는 창업재단‘오렌지플래닛’이사장으로 초빙되기도 했다.삼성전자 사내벤처 발굴 프로그램으로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산실로 부상한‘C랩’역시 권 전 회장이 2012년 재임 시절 주도해서 만든 조직이다.
2017년 그가 펴낸 베스트셀러‘초격차’는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다.2020년에는 그동안 후배 스타트업 경영자와 조직 리더 만남에서 비롯한 총 32개 문답을 담은‘초격차-리더의 질문’을 출간하며 다시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그는 무엇보다‘조직 문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다양한 분야 스타트업과 중소·중견기업 경영자를 만나며 리더의 생각과 태도,그리고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만 진정한‘초격차’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속 가능한 혁신은 좋은 기업 문화에서 탄생하며,리더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책을 통해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 출신인 황창규 전 KT 회장 역시 후학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는 후문이다.그는 대한민국 반도체 역사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로‘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연 두 배씩 증가한다’는‘황의 법칙’으로 유명하다.
황 전 회장은 과거 CEO 재직 때부터 스타트업 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유명했다.KT 회장 시절에는 바쁜 와중에도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인‘멘토링 데이’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왔다.CES 같은 글로벌 행사에 참가할 때도 스타트업 대표들을 직접 만나 간담회를 갖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황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펴내기도 했다.부제는‘혁신을 꿈꾸는 젊은 리더에게 전하는 이야기’로 퇴직 후 후학에게 들려준 강의 내용에 기반해 쓴 책이다.
대기업 전직 CEO 여럿이 뭉쳐‘멘토링 전문가 집단’을 꾸린 사례도 있다.LG그룹 계열사 전임 CEO 6명이 함께 2019년 설립한‘엔젤식스플러스(엔젤6+)’가 주인공이다.
멤버 면면이 화려하다.LG화학을 글로벌 톱10 화학 기업으로 이끈 주역인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을 비롯해 LG화학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으로 소재 기술 전문가로 꼽히는 유진녕 전 LG화학 사장,자동차 전장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이우종 전 LG전자 사장 등이 모였다.여기에 소재·부품 산업 전문가 박종석 전 LG이노텍 사장,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로 꼽히는 신문범 전 LG스포츠 사장,HS애드와 엘베스트 대표를 거친 김종립 전 지투알 사장도 뜻을 함께했다.
엔젤6+는 창업 보육과 컨설팅을 주 업무로 한다.계약을 맺고 진행하는 정식 컨설팅 외에도 지금껏 백여 곳이 넘는 스타트업을 만나 무료 코칭을 제공해왔다.스타트업을 모아 분기별 교류회를 여는 등 활발한 멘토링을 이어가는 중이다.엔젤6+ 관계자는 “전직 CEO로서 회사와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은 만큼,그동안 쌓은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해 후배들에게 성공 DNA를 전수하고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로 뭉친 조직”이라며 “제조부터 R&D,특허,마케팅,홍보,광고 등 경영 전반에 걸친 융복합 컨설팅 제공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는다”고 소개했다.
최근 삼성 출신 CEO와 임원이 결성한 전문가 그룹도 주목받는다.삼성전자와 삼성SDS 사장을 역임한 전동수 전 사장이 주축이 돼 만든‘아브라삭스’다.전 전 사장과 삼성 출신 임원이 스타트업 초기 투자기관 더인벤션랩과 함께 딥테크 전문 초기 투자 펀드를 결성했다.초기 창업 기업에 전문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초기 투자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전 전 사장 외에도 삼성그룹 부사장급 출신이 주를 이룬다.조재문 전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부사장,김호 전 삼성SDS 부사장,이효건 전 삼성전자 VD사업부 부사장,이재철 전 삼성SDS 스마트팩토리사업부 부사장,
프리메라 립세럼안용일 전 삼성전자 CX-MDE센터 부사장 등이 멤버로 참여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2호 (2024.06.05~2024.06.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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