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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분야 박사 이상 해외 인재
60% 이상은 학업 마친 뒤 외국행
中,국적 불문 유능한 인재 확보 투자
반도체 등 韓과 기술격차 1년내 좁혀
대만·日 등도 전문인력 유치 비자 완화
한국은 비자발급 요건 깐깐···소극적
[서울경제]
서울 소재 명문대 교수인 A 씨는 그간 자신의 대학원 연구실에서 20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가르쳤다.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내국인들과 비슷한 수준의 인재였지만 이들 중 국내에 남아서 취업한 학생은 4명에 불과했다.대부분의 학생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미국 실리콘밸리 등 해외 주요 지역으로 떠났다.A 교수는 “적은 급여와 불안한 고용 등 한국의 근로 환경이 매력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우수한 인재들을 국내에서 흡수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2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에서 첨단산업 분야를 공부하는 외국인 박사 등 우수 인력 중 60% 이상이 학업을 마친 뒤 한국을 떠나고 있다.
국내 인재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 인재들의 유치뿐 아니라 정착에 힘을 싣는‘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한 시점이다.정부 정책과 처우 개선,독립운동가 도박기업의 인식 개선 등이 맞물려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외국인 박사들이 한국을 떠나는 것은 우선 국내에서 받을 수 있는 급여가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실리콘밸리 등 주요 지역은 물론 내국인 박사들과 비교해도 급여 수준이 떨어진다.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이공계(STEM) 분야를 전공한 외국인 박사 중 4000만 원 미만의 연봉을 받는 비율은 79.3%에 이른다.이 가운데 2000만 원 미만의 급여를 받는 박사는 15.7%에 달한다.반면 내국인 박사의 절반가량(47.2%)은 4000만 원 이상~8000만 원 미만의 연 소득을 올리고 있다.4000만 원 미만은 35.4%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외국인 박사들은 일정 수준의 급여가 보장되는 중견기업을 목표하고 있지만 정규직 채용은‘하늘의 별 따기’다.국내 기업들이 언어·문화 등을 이유로 외국인 채용을 꺼리는 탓이다.
실제 외국인 박사들 중 많은 수는 단기 계약직이나 프로젝트 기반으로 일하고 있다.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사급 인력 한 명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지만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대우는 내국인 대졸자보다 못할 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언어·문화적 장벽이 있을 뿐 아니라 국내의 폐쇄적인 문화 탓에 일종의 차별마저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환 한국이민정책학회 명예회장은 “정부가 우수 인재 유치를 이민정책의 첫 번째 단추로 생각하고 여러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라며 “많은 외국인 인재들이 국내에 체류하고 싶어하는 만큼 기업들의 인식을 바꿀 만한 구체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 2월 씁쓸한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세계 선두인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81.5%로 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 비교 국가 가운데 꼴찌를 기록한 것이다.더 충격적인 것은 인공지능(AI),첨단 모빌리티,독립운동가 도박우주항공 분야에서 중국(82.6%)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는 사실이다.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89%)와 배터리(100%)에서는 한국이 앞섰지만 격차는 더욱 줄었다.중국은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반도체(84.4%)는 0.6년,배터리(94.3%)는 0.9년까지 좁혔다.두 산업 분야에서의 역전도 시간문제다.10년 전만 해도 10%포인트 이상 앞섰던 한국의 과학기술력이 중국에 따라 잡힌 배경에는 두 나라 간 인재 확보 전략과 투자에서의 차이가 자리한다.
중국은 첨단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유능한 인재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왔다.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중국 국가자연과학재단(NSFC)은 지난해부터‘젊은 국제 우수학자 인재 초청’프로그램을 출범,해외 인재 확보에 나섰다.참여 유형에 따라 연구 사업당 최대 80만 위안(약 1억 5000만 원)을 지원한다.
우수한 이공계 교원을 확보를 위한 당근도 제시하고 있다.올해 중국 주요 대학의 이공계 신임 교원으로 초빙된 해외 인재에게 평균 200만~300만 위안(3억 8000만~5억 7000만 원)이 지급된다.중국과학원 항공우주정보연구소(AIR)의 경우 지난해 낸 해외 연구원 초빙 공고를 통해 기본 급여 외에 최대 1100만 위안(약 21억 원)의 정착 자금과 100만 위안(1억 9000만 원)의 생활 수당을 제안했다.
국적을 가리지 않는 인재 확보 노력은 중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의 보유국인 대만은 비자제도를 대폭 완화해 해외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만은 소득이 300만 대만 달러(약 1억 원) 이상인 외국인 전문 인력에 대해 초과분의 절반을 과세 범위에서 제외하고 비자 등 거주 관련 규정도 크게 완화했다.반도체 인재 확보를 위해 비자 발급 대상을 석·박사급뿐 아니라 20대 초·중반의 대학 졸업 예정자까지 확대했다.최근에는 세계 500위권 대학 졸업자가 대만 반도체 기업의 면접을 통과할 경우 취업 비자를 즉시 발급하는 파격적인 방안을 내세웠다.
반도체 부활을 꿈꾸는 일본도 해외 인재 유치에 적극적이다.일본은 세계 100위 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에게 첨단산업 분야 구직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2년짜리 비자를 내준다.영국도 글로벌 톱 50대학 출신일 경우 자국에 2~3년 거주하며 첨단산업 분야에서 자유롭게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는‘고도 인재 비자’를 신설했다.
하지만 한국은 해외 인재 유치에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반도체·배터리·미래차 등 첨단산업에서 인재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지만 현재의 비자제도 아래에서는 대만·일본에서 취업한 인재가 한국 비자는 나오지 않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월 첨단산업 전문 인력 비자가 신설됐지만‘그림의 떡’”이라며 “한국어능력시험 점수와 국내 대학 유학 경력 등 발급 요건이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창업자가 한국에 자리 잡기 위한 허들도 높다‘첫 단추’격인 비자 발급이 여전히 엄격하기 때문이다.정부는 2014년 우수 기술을 가진 외국인 창업자를 위해‘기술 창업(D-8-4) 비자’를 도입했다.외국인이 창업을 위해 기술 창업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학사 이상의 자격을 갖고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거나 이에 준하는 기술력을 증명해야 한다.정부가 점수제로 운영하고 있는 창업이민종합지원시스템(OASIS) 프로그램 점수도 필요하다.
어렵사리 비자가 발급돼도 끝이 아니다.비자 갱신을 위해 1년마다 실적을 증명해야한다.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우수 스타트업 유치를 위해 창업 비자 발급 장벽을 대폭 낮추고 혁신성 등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탓에 기술 창업 비자의 유효 건수는 매우 낮다.법무부와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기술 창업 비자 유효 건수는 지난해 127건에 그쳤다.2019년 74건,2020년 72건,독립운동가 도박2021년 98건,2022년 110건으로 해마다 소폭 늘었지만 절대적인 수가 턱없이 적다.현재까지 발급된 기술 창업 비자도 절반 이상은 기한이 만료됐다.극소수의 귀화 사례를 제외하면 외국인 창업자의 많은 수가 사업을 중단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는 의미다.
외국인 창업자들은 한국 스타트업 업계의 폐쇄적인 문화도 지적한다.업계 관계자는 “한국 스타트업 업계는 여전히 알음알음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혁신성이 있는 아이템이라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정부의 외국인 인재 유치 노력은 글로벌 경쟁 국가 대비 많이 부족하다”며 “해외처럼 글로벌 주요 대학 출신의 인재에 대해서는 취업 비자를 완화해주거나 소득세율을 낮춰주는 등의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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