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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불교와 바위

경주 남산 보리사 석조여래좌상 뒤 거북바위가 버티고 있다.김홍준 기자

“아따.저 바위 좀 보소.” “거북이가 절 담장을 물고 있구먼.”

경주 남산 동쪽의 보리사.남성 둘.바위 하나에 절을 한다.주연급인 미륵곡 석조여래좌상(보물)은 뒤에 두고서.바위는 북에서 남으로 슬금슬금 담장을 넘어올 듯,담장을 입에 물고 있듯.또 여래는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미소 짓고 있다.묘한 정지 화면이다.

많은 사찰은 왜 바위에 기대어 있는가.사람들은 왜 암자의 바위에 동전을 올리나.그리고 왜 바위의 후세인 돌을 쌓고 기도를 하는가.바위와 불교.어떤 관계일까.부처님오신날(5일)을 앞두고 부처님을 카메라 앵글 옆으로 살짝 옮긴 이유다.그래서 사진 가운데는 떡하니 바위.

“자연숭배 신앙과 불교가 어우러진 곳”

경주 남산 삼릉곡 마애석가여래좌상.김홍준 기자

경주 남산은 바위와 불교의 관계가 적나라하도록 드러난 곳이다.불곡 마애여래좌상(보물)은 굴이 된 바위와 아예 한몸이다.봉화골 칠불암 마애불상군(국보)은 가장 깊은 골짜기에 있다.삼릉곡 마애석가여래좌상(유형문화재)은 높이 6m,에어 포커너비 5m로 거대하게 바위벽에 새겨진,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불상이다.절터 150여 곳,불상 130여 구가 이 남산에 있다.김구석 경주남산연구소장은 “자연숭배 신앙과 불교가 결합한 곳이 경주 남산”이라며 “신라인은 단순히‘부처를 바위에 새긴 것’이 아니라‘바위에 있는 부처를 찾아내’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교는 태생부터 바위와 연이 깊다.석가모니가 법화경을 설법한 산이 영축산(靈鷲山)이다.독수리(鷲) 모양의 바위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통도사를 품은 양산 영축산에도 바위가 훤하다.

토함산 불국사의 석축.김홍준 기자

바위는 사찰의 실용품이기도 하다.구례 지리산 화엄사.석축이 묵묵히,단단히 절을 받치고 있다.바위와 돌은 석공의 계산 속에 촘촘하고도 정교하게 맞물려 있다.화엄사는 합천 황매산 영암사지와 함께 이런 가공석 석축의 대표급이다.자연석 석축으로는 영주 봉황산 부석사를 꼽는다.자연석과 가공석 하이브리드는 최고급 기술.이 기술 자체가 보물로 지정된 곳은 다시 경주.토함산 불국사다.불국사는 북동측이 높고 남서측이 낮은 지형에 자리 잡았다.석축으로 평탄하게 만들었다.박홍국 위덕대 연구교수는 “석축 하단은 큰 자연석을 지형에 맞추고,가공석인 상단은 하단에서 뒤로 한 걸음 물려놓고 쌓아 안정과 조화를 꾀했다”고 했다.석축 기술 덕에 불국사가 활성단층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1200여 년간 큰 지진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불교의 바위‘기술’다음엔‘기운’차례.부안 계룡산 등운암은 시쳇말로‘기도발’센 곳으로 알려졌다.성기홍 화엄사 홍보기획 위원장은 “기도발로 손꼽는 곳들의 공통점은 높이(대략 해발 500~700m)와 물 그리고 바위”로 꼽았다.임영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바위에는 기가 있다.파장이 알게 모르게 흐른다.좋은 것은 발복하게 하고,원달러 카지노나쁜 것은 눌러야 한다.사찰은 그런 곳에 자리 잡는다”며 성 위원장의 주장에 말을 보탰다.

산청 대성산 정취암에서의 조망은 특급이다.김홍준 기자

산청 대성산 정취암은 큰 바위에 기대고 있다.“올라가요.안 올라가면 후회해.기가 막혀.” 진주에서 온 부부가 추천해 주니 발끝에 힘을 주고 절 뒤편 바위에 올라갔다.딱 3분이면 된다.산청의 산천이 광각렌즈에 담을 수 없을 만큼 펼쳐지고 말았다.누군가 말했다.거기 가면 누군가 울고 있을 거라고.당시 이해가 안 됐지만,슬롯 나라 카지노사이트검증사이트정말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정취암에 있었다.이름을 안 밝힌 그 여성은 “바위에 올라오니 감정이 북받쳤다”고 했다.그는 눈물 한 방울과 동전 한닢을 바위에 올렸다.그리고 합장.

정취암의 그 바위는 쌍거북바위로 부른다.산신을 모시는 산신각 앞에 있다.동전은 바위의 미세한 결을 찾는 클라이머처럼,바위 오목한 부분에는 들여졌고 볼록한 곳에는 걸쳐졌다.얄팍한 속세의 계산으로 봐서는 수십만원.

절 이름대로 석불이 많은 부산 금정산 석불사.김홍준 기자

최원석 경상국립대 교수(명산문화연구센터장)는 “우리 불교는 민간신앙을 거부감 없이 수용해 사찰 내에 산신각을 만들며 1800여 년을 이어왔다”며 “또한 풍수와 결합해 불교풍수라는 말도 나왔는데,바위는 불교와 풍수·민간신앙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이자 사찰의 주요 구성품”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기도 도량이라는 곳에는 바위가 있다.남해 금산 보리암.산이 얼마나 아름답길래 비단 금(錦)을 썼을까.“바위가 없다면 삼베 정도였겠지요.” 전남 장성에서 온 신극상(70)씨 부부가 웃으며 말했다.사람들은 불상 앞을 돌고,바위를 거닌다.신씨 부부는 “바위 봉우리 하나만 오르려다가,어어 상사바위·좌선대·화엄봉·제석봉 ….기운 받아서 다 돌게 생겼다”고 했다.

마지막 석불 한 분 다시 돌이 되고 있다

남해 금산 보리암은 3대 관음 기도 도량이다.김홍준 기자

또 다른 기도 도량인 여수 금오산 향일암은 보리암과 비슷하지만 다르다.신씨는 “보리암이 바위와 숲을 거쳐 바다로 이어진다면,향일암은 바위에서 바로 바다로 가는 형국”이라고 짚었다.풍수가들은 향일암에 대해 금거북이가 경전을 지고 용궁(바다)으로 들어가는 금구입해형(金龜入海形)의 명당으로 풀고 있다.향일암으로 향하는 바위 동굴.누군가 50원짜리 동전을 바위틈에 끼었다.가족의 건강을 빌었을까.취직을 바랐을까.아니면 동전에 새겨진 벼처럼 재화를 구했을까.향일암은 원효대사가 세웠다.원효는 바위,특히 산의 바위를 중히 여겼다.바위(岩)가 곧‘산(山)의 돌(石)’이 아닌가.그가 『발심수행장』에 쓴 글‘험한 산과 높은 바위는 지혜로운 사람이 살 곳이고,푸른 소나무 깊은 골짜기에는 수행하는 이가 머물 곳이다’

불교와 바위는 여기서 끝인가.바위는 돌고 돈다.최종덕 상지대 명예교수는 “바위는 돌이 되고 흙이 된다.그곳에 뿌리내린 나무는 열매를 낳고 또 다른 나무가 큰다.나무뿌리는 뻗어서 바윗덩어리를 만들고 또 다른 바위가 생긴다”고 했다.주체는 달라도 속성은 같다는 말.그래서 불교의 바위는 윤회다.경주 남산 삼릉곡 마애석가여래좌상은 무너지고 있어 가까이서 볼 수 없다.여래는 어떤 모습으로 윤회할까.

‘다가서지 마라/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다시 돌이 되고 있다…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자연 앞에/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문정희‘돌아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