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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8~10일 휴전" 제안에
우크라 "연극적" 비판하며 '거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크렘린궁 제공,키이우·노보오가료보=EPA 스푸트니크 연합뉴스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이달 9일·전승절)에 맞춘 '사흘간의 휴전(이달 8일 0시~10일 자정)'을 제안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위장전술이라며 거부했다.더 나아가 '러시아 영토 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러시아도 맞대응을 예고하며 양국 간 긴장감은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미국의 중재 의향마저 식은 듯한 상황이라 휴전이 실행으로 옮겨지긴 쉽지 않아 보인다.

젤렌스키 "사흘 휴전?푸틴 술책 불과"

4일 키이우인디펜던트,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제안한 '사흘 휴전'을 거부하며 "연극적 행위에 가깝다"고 비난했다.'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하기에 사흘은 짧다'는 이유에서다.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30일 휴전'을 지지한다.이어 "푸틴이 (국제사회) 고립에서 벗어나고자 (전승절을 통해)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는데,이러한 술책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포함한 20여 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나아가 전승절 행사를 위협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그는 "안전상 이유로 러시아 여행을 자제하기를 권고한다.그래도 가기로 결정했다면 결정은 전적으로 여러분의 몫"이라고 말했다."러시아가 방화,폭발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한 뒤 우리에게 떠넘길 수 있다"며 '자작극 가능성'도 거론했다.러시아가 부활절 휴전(지난달 19~21일)을 일방 선언한 뒤 약 3,000건의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도 휴전을 수용할 수 없는 이유로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를 계기로 회동하고 있다.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바티칸=AFP 연합뉴스

러시아는 '맹비난'.푸틴 '힘 과시'도

러시아는 즉각 비난에 나섰다.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할 외국 정상들을 위협하는 것이라면서 "국제 테러리스트의 전형적 협박"이라고 말했다.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휴전 거부는) 우크라이나의 이념적 기반이 신(新)나치주의임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푸틴 대통령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전승절 도발 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가 10일을 (안전하게) 맞을 것이라 보장할 수 없다"고 맞불을 놓았다.

푸틴 대통령은 4일 "우크라이나에 핵 무기를 사용할 필요는 전혀 없었고 앞으로도 필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이러한 발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제압할 힘과 수단을 갖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나왔다는 점에서 평화 분위기 조성에 긍정적이지는 않다.

미국 중재 의지 시들고.공격만 '지속'

양국의 격앙된 발언은 미국의 중재 의지가 시들어가는 가운데 나왔다.태미 브루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일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회의 중재를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일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로선 미국의 지원 의사를 어느 정도 확인했다는 판단하에 휴전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도 보인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바티칸에서 회동했고,나흘 뒤 우크라이나 천연자원에 대한 미국 이권을 인정하는 광물협정을 타결했다.젤렌스키 대통령은 바티칸 회동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중) 가장 좋은 만남이었다"고 4일 말했다.

휴전 관련 기싸움 속에 양국군의 상호 공격도 계속됐다.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당국에 따르면 2일 하르키우에 대한 러시아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약 5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젤렌스키 대통령은 동맹국을 향해 "더 강력한 방공망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러시아도 남부 크라스노다르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대규모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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