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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계 언론 자유의 날 마주한 역대 최저 세계 언론자유지수

올해 세계 언론 자유의 날(5월3일)은 우울한 지표와 함께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2025년 세계 언론자유지수는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평가 대상 180개 국가의 평균 점수가 55점 이하로 내려갔다.(한국은 64.06점)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국가 중 절반에서 저널리즘 실천이 "어렵다" 또는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112개국에서 지난해보다 언론자유지수 점수가 하락했다.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56.7%)이 살고 있는 42개국에선 언론 자유가 "매우 심각"으로 분류되었다.이스라엘이 18개월 넘게 저널리즘을 파괴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에선 초유의 '정보 블랙아웃'까지 벌어졌다.

언론자유지수 가운데 경제 지표는 집계가 시작된 이후 올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구글과 애플,페이스북,아마존 같은 플랫폼이 저널리즘의 경제적 지원처였던 광고 수익을 빼앗아 가고 있다.앤 보캉데 국경없는기자회 편집 이사는 "경제적 독립 없이 자유로운 언론은 존재할 수 없다.미디어가 재정적 압박을 받으면 양질의 보도를 희생하며 독자나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에 휘말리게 된다.허위 정보와 선전을 옹호하는 언론의 적에 저항할 수단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을 폭로하며 2017년 전 세계적인 '미투'를 촉발시킨 뉴욕타임스 기사를 떠올려 본다.영화 <그녀가 말했다>(2022)를 보면 기사를 내기까지의 과정은 더디기만 하고,하비 와인스타인의 협박은 묵직했다.기자들은 취재원을 만나기 위해 뉴욕에서 캘리포니아,카지노 베그신런던으로 날아가지만 당장의 소득은 없다.집에서도,공원에서도 스마트폰을 붙잡고 취재원에게 읍소했다.그야말로 '예의 있게' 발버둥 쳤다.그동안 뉴스룸은 '기약 없는 실패의 시간'을 감당했다.

<그녀가 말했다>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실제 미투를 촉발시킨 인물이기도 한 배우 에슐리 주드의 러닝 장면이다.그는 러닝을 마친 후 기자에게 자신의 실명 공개를 허락한다.일회성 기사로 끝내지 않겠다는 기자들의 진정성이 와 닿은 결과였다.기자들은 취재원이 마음을 열 때까지 최대한 기다렸다.뉴요커의 취재가 시작되며 단독이 무산될 위기에도 인내했다.취재원들이 메건 투히·조디 캔터 뉴욕타임스 기자들에게 실명 보도를 허락하는 장면은 폭력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는 '연대'를 엮어낸 뉴스룸의 승리였다.

약 50년 전에는 미국 대통령의 임기 중 사퇴로 이어진 워터게이트 보도가 있었다.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6년)에 등장하는 밥 우드워드·칼 번스타인 워싱턴포스트 기자 또한 실패를 거듭하는 취재 과정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이들의 취재는 마치 수천 개의 레고 블록 중 내가 원하는 블록 하나를 손으로 긁어내며 찾는 것 같았다.그러나 기자들의 끈기는 결국 '딥스로트'와의 만남으로 이어졌다.거대한 정치권력의 위선을 폭로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기약 없는 실패의 시간'을 허용한 뉴스룸 덕분이었다.

앤 보캉데 국경없는기자회 편집 이사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생산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많은 비용이 든다.이를 위한 해결책은 존재하며,대규모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맞아,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을 떠올려 본다.진실을 찾으려는 기자들의 의지는 필수다.동시에 이들의 의지를 뒷받침해 줄 뉴스룸 구축도 필수다.그리고 이런 뉴스룸을 위한 제도적 논의도 사회적으로 필요해 보인다.보도자료로 가득한 공간에서 정치·자본 권력 눈치 보지 않고,실패하며 취재할 수 있는 그날을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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