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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대구 북구 갑 예비후보’라고 적힌 점퍼를 입은 남성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 속에서 “저들(이주민)이 도주하면,국민들이 온갖 피해를 본다”고 외쳤다‘자국민보호연대’라는 단체를 만들고,22대 총선에 자유통일당 후보로까지 출마한 박진재씨다.그의 유튜브 채널에는 이주민을 폭력적으로 붙잡으러 다니는 영상까지 담겨있다.일부는 조회 수가 수만회에 이른다.박씨는 지난해 1월 도망가려는 외국인을 붙잡아 폭행한 혐의(공동체포)로 1심에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았다.하지만 박씨 채널 영상은 여전히 유튜브에 번지고 있다.이주민 폭행은 처벌받았을지언정,혐오 콘텐츠는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셈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이주인권연대’활동가 10여명은 지난해 4월부터 박씨가 올린 이주노동자 혐오 영상을 찾고 시민들과 함께 영상을 유튜브에 신고하는 캠페인을 벌여왔다.외국인 혐오를 뜻하는‘제노포비아’(xenophobia)의 첫 글자를 따‘팀 엑스(X)’로 이름 붙였다.팀 엑스 활동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여전히 영상이 확산하기 때문”이다.팀 엑스에서 활동하는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활동가는 4일 한겨레에 “현재까지 826개의 영상이 올라왔는데,삭제된 것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팀 엑스는 “가장 노골적인 인종차별 영상”인 박씨 채널 영상을 지우는 데만도 갖은 방법을 시도하고 실패했다고 한다.시민 캠페인으로 수백건을 신고했지만 유튜브에서 받은 대답은‘신고를 접수했다’는 전자메일이 전부였다.결국 지난 2월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의‘인맥’을 동원해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한국 담당 직원에게 따로 연락했다.혐오의 정도가 가장 심각하다고 판단한 영상 3건의 삭제를‘다시 검토’해달라고 직접 요청했다.2월21일‘3개 중 1개 영상에서 괴롭힘 및 사이버폭력 정책 위반 사항이 발견됐다’며 영상 삭제 답변을 받았다.실제 영상 삭제가 이뤄진 팀 엑스의‘유일한 성과’였다.
이완 활동가는 “구글 쪽에서 현재 유튜브 정책과 검토 방식으로 모든 혐오 콘텐츠를 삭제하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정부기관에서 법 위반 등을 근거로 한 신고가 있어야 더 확실한 제재가 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하지만 혐오 콘텐츠를 제한하려는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이주민 차별과 혐오를 제재할‘차별금지법’은 수차례 국회에서 발의되고 폐기된 뒤,22대 국회에선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그사이 이주민 혐오 콘텐츠는 다양한 방식으로 번지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계기로 중국인 혐오 발언,집단 폭행 장면까지 담긴 영상들이 유튜브 생중계로 전해지고 저장된다.이완 활동가는 “최근 외국인 혐오를 확산시켜 정치적 목적을 이루는 데 이용하는 모습이 나타나며 혐오 콘텐츠도 따라서 늘고 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더 적극적으로 감시하고,온라인상 혐오를 금지하거나 차별을 금지하는 법 제정이 한층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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