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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와 고양이의 윤리학
최훈 지음│사월의책 
개와 고양이와 함께 사는 가구 수가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시대‘애완동물’은‘반려동물’로 대체됐고 동물권에 대한 논의도 이제는 익숙하다.그러나 여전히 동물 윤리의 논점은 육식과 실험동물에 집중돼 있고,가축은 아니지만 길들여진 동물에 대한 철학적 사유는 드물다.한국의 대표적 동물 윤리 철학자 최훈은 바로 그 사각지대를 정면으로 조명한다.
저자는 우선‘애완’과‘반려’라는 말의 쓰임부터 되짚는다.사라져 가던‘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을 다시금 가져온 그는‘반려’가 인간과 짝이 되는 동무로 여긴다는 의미를 지닌 표현이지만,현실은 여전히 소유와 지배의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꼬집는다.이름만 바뀐 채 동물은 여전히 인간의 애정,필요,통제를 중심으로 길들여지고 있다.
현실이 바뀌지 않는 자리에서 옛말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내포는 새말에도 그대로 옮겨간다‘장애자’라는 말이 가진 차별적인 함의를 없애기 위해‘장애인’으로 바꾸고 나서도 차별의 현실이 변하지 않았듯 반려는 그저 애완의 동의어 정도로 사용되고 있다‘반려 식물‘반려 인형’같은 신조어에서 보이듯‘반려’는 이제 그저 애착을 보내는 물건 정도의 말이 되었다.
저자의 결론은 다소 파격적이다.스스로 생존할 수 없고,토토 가상계좌 만들기인간의 통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로 태어나는 동물은‘반려’나‘애완’이라는 표현을 붙일 것이 아니라 애초에 사라져야 한다는 것.그는 궁극적으로 애완동물이 인간의 도움 없이 자발적 방식으로 존재하게 될 때‘경계동물’로 남거나 야생화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 외에도 길고양이,개 식용,품종 개량 등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다룬다.법은 살아 있는 동물을 사유물로,사체를 폐기물로 규정하지만,실제 우리의 고민은 현실과 법 사이 어딘가에서 생겨난다.동물은 가족일까,재산일까.보호해야 할 존재인가,자연스러움 속에 놓아두어야 할 존재인가.저자는 이 모호함의 틈을 철학의 영역으로 가져온다.길들인다는 것은 책임지는 일이라는‘어린 왕자’의 문장을 곱씹으며 우리는 정말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묻는다.408쪽,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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