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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아들 말에 무너진 '좋은 아빠' 자부심.부모란 '서툰 존재'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인지도【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영화 <부산父山> 스틸 컷 아버지와 아들이 갈등을 빚는 장면 ⓒ ⓒ싸이더스 픽쳐스 
자녀와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는 중년의 아빠입니다.매일 아이들과 짧은 대화라도 나누고,포커 k 숫자학원에서 늦은 밤 귀가하는 자녀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려 노력합니다.나름 열심히 아빠 노릇을 하면서 뿌듯함을 느끼는데,아이들 마음은 저와 같지 않을 때가 많더라고요.서운할 때도 있지만,찐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인생을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마다 추구하는 '좋은 아빠의 기준'
연령대가 저보다는 조금 높은 선배 두 명과 식사를 했습니다.자식들이 모두 고등학생이라 아이들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A 선배는 학부모 면담을 직접 챙길 만큼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았습니다.식사 자리에서도 중간고사를 치른 아들에게 연신 전화가 왔습니다.선배는 아빠가 공부를 챙기다 보니,답답할 때도 있고,남자끼리의 신경전과 마찰도 많아 힘들다고 했습니다.아들이 재수 안 하고 경기도권에 있는 대학교라도 가면 소원이 없겠다며 한탄했습니다.
선배 B가 대화를 이어받았습니다.
"그래서 애들 문제는 엄마한테 다 맡기고,일절 관여하면 안 돼."
고등학생 아들이 게임하는 모습,늦잠 자는 모습에 참다 참다 잔소리를 퍼부었다가 그나마 가깝지도 않았던 아들과의 거리가 한없이 멀어졌다고 선배는 말했습니다.아들과 친해지려고 운동도 함께 다니고,바카라 그림보는 방법여행도 가봤지만,살얼음이 깨지듯 부자 관계는 잔소리 한 번에 순식간에 박살이 난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저 경청만 했고,아이들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습니다.내심,나는 아이들과 잘 지내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평소 대화도 자주 나누고,아이들의 마음에 공감하려 노력했기에,아이들 역시 알아서 공부하고 특별히 잔소리 할 일이 없었습니다.그런 모습을 보며 스스로 뿌듯함을 느꼈고,솔직히 말해 '나는 꽤 괜찮은 아빠야'라는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며칠 뒤 딸아이와 대화를 나누던 중,중3 아들의 속마음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제 자부심과 빗나간 조금은 서운한 말이었지만,제주 경마 중계아빠라는 역할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기회였습니다.
몇 주 전 일요일,중3 아들과 둘이 아침을 먹었습니다.아들이 갑자기 2주도 넘게 남은 시험 얘기를 꺼냈습니다.
"이번에 역사 망했어요."
"시험이 아직 멀었는데,공부도 안 해보고 벌써 망해?"
"다 외워야 하는데,내용도 다 비슷하고 분량도 너무 많아요."
"누나가 역사 잘하니까 어떻게 공부하는 게 좋을지 한번 물어 봐.그리고 고1 때 다시 역사 배우니까 지금 공부해 두면 그때 가서 편할 거래."
아들과 대화 나눈 일도 잊고 지냈는데,아들이 누나한테 가서 이때의 상황을 얘기하면서 아빠 멘트가 정말 별로였다고 전했다고 합니다.또,자기는 시험 못 봐도 상관없는데,아빠 때문에 잘 봐야 할 거 같다고.그리고 가족 단톡방에 시험 점수 안 올리면 안 되냐고.불평불만을 토로했다고도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마치 제가 강압적인 아빠 같지만,저는 평소 공부하라는 말도 하지 않고,시험 점수를 물어보지도 않습니다.공부는 강요로 되는 게 아니란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성적표가 나오면 확인할 뿐이죠.칭찬 위주의 말을 할 뿐,'부족하다','더해라'라는 말도 일절 하지 않습니다.
단톡방에 시험 점수를 올리는 건 딸아이가 자발적으로 중학교 때 시작한 일입니다.누나가 하니 아들도 첫 시험을 보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동참했는데,그게 부담스럽고 싫었나 봅니다.평소 아들과 대화도 많이 나누고,친하다고 생각했는데,아들은 아빠에게 부담스러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또,아들은 수시로 누나에게 아빠의 기분에 대해 보고한다고 했습니다."아빠 오늘 기분 좋아 보여!","아빠 오늘 기분 별로인 거 같은데?" 등등 제 눈치를 보고 있다는 방증이겠지요.그동안 아빠의 착각은 자유였던 거죠.
'서툰 존재'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 ▲ 드라마 <스카이캐슬> 스틸 컷 드라마 속 완벽한 아빠의 모습 ⓒ ⓒjtbc 
부모 역할,자식 역할에는 정답이 없는데,카지노 김소정주변의 선배나 친구들을 보면서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내가 좀 더 낫지'라고 착각했던 거 같습니다.자식들 감정은 예측할 수 없고,대응 기준도 없기에 부모의 역할에도 쉽게 점수를 매길 수 없는데 말입니다.물론 부모가 아이들에게 매기는 점수,아이들이 부모에게 매기는 점수도 정확하지는 않겠지요.
어떤 말이 아들에게 그렇게 별로였는지,어떤 말을 듣고 싶었는지 궁금했습니다.물어볼 타이밍을 찾고 있는데,마침 중간고사를 마친 아들이 와서 시험 점수를 주저리주저리 털어놓았습니다.역사 시험도 하나밖에 안 틀렸더라고요.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기 마음을 이해받는 경험을 많이 하면 아이와 부모는 감정적으로 굉장히 단단하게 연결돼요.그리고 이게 단단하면 되게 편안한 사람이 돼요.타인의 마음을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아이 스스로 '내가 생존할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느껴요."
오은영 박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아들은 그날 '공부하기 힘들어요'라는 걸 그저 아빠가 공감해 주길 바랐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내친김에,아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아들의 대답은 간단명료했습니다.
"그저 공감해 주길 바랐는데,갑자기 고등학교 때도 해야 된다는 얘기하니까."
사실 '공부도 안 하고 망했다'는 말에,순간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감정적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태연하게 말했지만,별로였던 제 감정이 아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거죠.아들은 단순히 '힘들다'는 마음을 공감 받고 싶었고,저는 나름 도움을 주려고 한 말이었지만,아이에게는 기대와는 다른 잔소리로 들렸던 겁니다.
오은영 박사가 말했듯,"이해받는 경험이 아이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말이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아이가 편안하게 자기 감정을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저 역시 부모님께 서운함을 느끼고,좋은 마음을 오해해 마음을 닫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사춘기 시절 저의 마음을 수시로 떠올리며,아이의 마음을 더 잘 헤아리고,조금은 덜 말하며 함께 성장하는 부모가 되어야겠습니다.
부모란 어쩌면 이렇게 '서툰 존재'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카카오브런치에도 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