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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여성 유권자 리포트] 광장에 나온 여성들①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됐다.수백만 명의 시민이 광장에 모여 탄핵을 외친 결과다.광장 중심에는 2030여성들이 있었다.국내뿐 아니라 해외 언론에서도 케이팝을 부르고 아이돌 응원봉을 든 한국 청년 여성들을 광장의 핵심 세력으로 주목했다.이에 속한 그룹 중 하나가 바로 동덕여자대학교 학생들이다.동덕여대 학생들은 '재학생 연합(재연)'이라는 이름 아래 매번 광장에 나와 '민주동덕 민주주의를 위하여' 깃발을 들고 민주주의를 외쳤다.

"우리도 탄핵에 찬성하고 학내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만큼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궁극적으로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이 민주주의라면 국가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것에도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광장에는 민주주의 바람이 부는 듯하지만,동덕여대는 아직인 듯하다.지난해 11월 남녀공학전환으로 불거진 학교 측과 학생 측 간 갈등은 이사장 횡령,여성학 전공 폐지,교우 사망사건,학과 통폐합 등 그간 쌓여왔던 학교의 비민주적 행보가 더해지면서 학내민주주의 문제로까지 번졌다.현재 학교에서는 학교와 재단의 만행을 알리는 대자보를 붙이기만 해도 다음 날이면 해당 대자보만 사라지고 진다.최근에는 학교가 조원영 이사장과 남녀공학전환 절차를 비판한 교지 '목화'의 수납 대행 중지를 밝혔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매주 깃발을 들고 광장에 나가고 지난 3주 동안은 수요일마다 학교 앞 시위도 진행했다.여론마저 '동덕여대 사태'를 잊어가는 상황에서도,활기차게 투쟁을 이어가는 동덕여대 재연 소속 3인을 여성신문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달 초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인용이 선고됐다.최근엔 어떻게 지내는지.

큰 산은 넘었다는 생각이다.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자마자 동덕여대 재학생 연합 이름으로 인용 축하 입장문을 올렸다.이후에도 매주 광화문 광장에 나가고 있다.최근 3주 동안은 학교 앞에서 학교의 비민주적인 행보를 알리는 시위를 했다.이전 탄핵 집회와 철야농성에 매일 나가게 되면서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있는 상태라 잠시의 휴식기를 갖자는 의견도 나왔다.저희를 포함한 일부는 여전히 광화문 광장에 나가고 있다.

탄핵 선고가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도 있다.광장이 아니면 이야기할 곳이 없는 사람들도 있어서다.주최 측인 비상행동을 통해 오셨던 많은 분들이 동덕여대 사태에 연대해 주셨는데,광장이 아니면 어디서 이야기하겠나.탄핵과 민주주의라는 큰 주제 안에서 동덕여대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탄핵이 인용되고 사람들도,학우들도 점점 학교 사안에 대해 잊고 있는 게 보인다.최근에는 이를 어떻게 돌파해야 할지,어떻게 더 많은 이들과 연대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번 윤 전 대통령 탄핵 시위에서 2030여성들의 활약이 컸다는 평가다.

정말 동의한다.체감상 광장에 나왔던 분들 대다수가 여성이었다고 느꼈다.다른 여대 분들도 많았다.특히 동덕여대 학생들은 20대 여성이라는 상징성 측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고 우리에게 마이크가 많이 주어졌다.다만 이번 시위에서 특히 2030여성들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언론이 주목했기 때문이라 본다.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위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광장에 나왔다.당시 고등학생 개인으로 참여했는데,그때도 여성들은 많았다.단지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다.

차이가 있다면 이번 시위에서 '평등을 위한 수칙'이 있었다는 점이다.좋은 발전이라고 생각한다.박근혜 탄핵 때는 탄핵 대상이 여성이라는 성별을 가지고 있어서 꾀나 많은 여성 혐오적 발언들이 광장에서 발화됐다.당시 여성 청소년으로서 위협적으로 느껴졌다.하지만 이번엔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굉장히 신기하다.물론 시위 초반에는 페미니스트라는 것에 야유를 보내는 게 느껴졌다.그래서 '또 여성들과 청소년들,소수자들은 지워지겠구나'라는 절망감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이런 부분들이 개선됐다.광장에서 혐오 발언을 하면 마이크가 꺼지거나 즉각 제지당했다.혐오 발언이 불편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들이 조성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동덕여대 학생들이 깃발을 들고 매번 탄핵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구체적인 참여 배경과 활동 내용이 궁금하다.

광장에 연대 발언을 신청해 우리의 의견을 알리고 소규모 오픈 마이크를 많이 잡았다.'민주동덕 민주주의를 위하여','민주동덕에 봄은 오는가' 깃발을 들고 매번 광장에 나왔다.철야농성이 있으면 거의 갔다.가장 큰 이유는 '간절해서'였다.

학교에서는 나라에 큰일이 생기거나 학교 일이 묻힐 것 같을 때마다 기이한 행동을 하신다.50명 정도가 30분 만에 교내 대자보를 떼 버린다든지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학교에서는 외무 경비업체가 시위하는 학생들 사진을 찍고 대자보를 찢고 심지어 욕설도 했다.이런 학교보다 광장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동시에 방학이 되고서 학교에 나오는 사람들이 확 줄었다.'어떻게 우리 상황을 알릴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도와달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광장으로 뛰어나갔다.학교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광장으로 나갔다.

동시에 우리도 탄핵에 찬성하고 학내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인 만큼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가능한 한 발언을 많이 할 수 있는 철야농성장을 찾아 마이크를 잡았다.남태령 시위 현장에도 갔었는데 당시 목격한 상황이 우리와 너무나 유사해 보였다.20명도 채 안 되는 시민들을 경찰이 무력으로 진압하는 것을 보고 '여기서도 시위가 탄압받는구나,건물에도 못 들어가게 막네,우리도 그랬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우리가 남녀공학이라는 작은 주제에 대해 반대해 일어났지만,batman 토토 세다 벳지금은 결국 학내민주주의라는 본질적인 것을 파헤치고 있다.궁극적으로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이 민주주의라면 당연히 국가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것에도 참여해야 한다는 하는 생각이었다.

-동덕여대 사태에 연대하거나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은지도 궁금하다.

광장에서 처음으로 사람들이 동덕여대 학생들을 위해 '다만세(다시 만난 세계)'를 불러줬던 게 기억에 남는다.지난해 12월 11일 동덕여대 학생 1500명 정도가 학교에서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 발표 후 동덕여대 깃발을 들고 처음 광장에 나갔다.당시 혐오 표현이 들끓었던 때여서 '아무도 내 편이 없다,동덕여대 학생들 편이 없다'고 생각하던 때였는데 노래를 듣고 너무 감동했다.이날 이후 '우리도 밖으로 목소리를 내자,동덕여대생임을 부끄러워하지 말자'라는 흐름이 형성됐다.그리고 그때마다 항상 화답을 받았다.'연대합니다'라는 말을 들었고 혹시나 욕설을 들으면 옆에서 다른 사람이 함께 아유해 주고 괜찮다는 이야기를 해줬다.지난 16일에 있었던 학교 앞 '독서시위'에서도 지혜복 선생님 등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다.

이전까지는 '개인'으로 자주 광장에 나왔지만 학교 이름을 걸고 나가는 것에는 두려움이 많았다.테러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참여를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다.깃발을 내리라는 의견도 있었다.그런데 막상 나가보니 생각보다 안전했고 실체 없는 불안함이 많이 줄었다.시위 초반에는 평등수칙이 없던 상태라 여전히 조심은 해야겠지만 믿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그 이후로는 우리를 무작정 욕하거나 욕하는 사람이 전부일 것이란 생각은 안 든다.사실 우리를 '폭도'라며 욕하는 사람들도 이 사안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우리가 어떤 말을 하고자 하는지,어떤 행동을 했는지,그리고 학교가 이야기한 '54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가늠하지 못하고 쏟아지는 언론을 마주하게 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학교가 남녀공학전환 문제로 시끄러웠다.현재는 조용한 듯한데 논의가 어떻게 진행 중인가.

절대 조용하지 않다.학교에서는 사람들 관심이 사그라들었을 때 열심히 진전해 가시는 중이다.최근에는 학내 의사결정기구인 대학평의원회에서 국제대학신설에 대한 논의가 가결됐다.대학평의원회는 학생 위원 2명,나머지 학교 측 인사 8명으로 이뤄진 논의 기구인데,학생 위원 2명의 반대에도 가결됐다.국제대학이라는 게 결국 유학생을 받기 위한 제도다.이걸 통해서 남학생을 받은 거다.지난해 3월에도 학교가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고 남학생 6명을 입학시켰다가 들켰는데,학생 의견은 무시한 채로 그냥 이걸 신설해 버리겠다는 거다.학교 측이 강행한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에서는 '공학전환 분석 및 의견 수렴 컨설팅 용역 사업' 입찰공고까지 냈다.이와 더불어 학교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형사고소 건을 아직도 취하하지 않고 있다.최근 경찰은 학생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3월 19일 진보당과 간담회를 개최했다.정치권에서 동덕여대에 직접적으로 연대를 밝힌 곳은 진보당이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이 같은 국회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처음에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전국여성위원회(여성위)에서 기자회견 열어주시기로 했다.간담회는 여성위 의원 열 분과 진행했었는데,이후 특정 남초 커뮤니티에서 간담회 참여의원 명단과 전화번호가 돌면서 허위사실과 엄청난 여성 혐오적 인신공격이 발생했다고 하더라.의원님들께서 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셨다고 들었다.동시에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여성위가 동덕여대 사태를 주도하는 것에 반대했다고 들었다.

학생들은 그동안 '폭도'라는 프레임으로 인해 수많은 공격을 받았다.마찬가지로 학교를 상대로 싸웠던 학생들의 번호가 남초 커뮤니티에서 돌면서 심각한 수준의 여성혐오적 언사가 있었다.심지어 전 학생회장 가족의 신원을 언급하며 일부 유튜버들 사이에서 '주소 알려주면 대신 찾아가 준다','찾아가면 포상금을 준다'라는 식의 종용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학교 문제로 학생들이 이렇게 위협받고 있는데 국회 교육위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학교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원영 이사장 사퇴하라.현 이사장이 2003년 총장으로 있었을 당시 교비 78억원을 횡령해 쫓겨났다.그런 사람이 이사장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동덕여대는 이사장이 총장을 임명하기 때문에 총장은 아무런 힘이 없다.이 모든 사태의 정점에 조원영 이사장이 있다고 생각한다.'조원영 이사장이 학교를 떠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족벌세습,사학비리를 저지르고 학생을 존중하지 않는 이 같은 사태가 결국 조원영 이사장이 돌아오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됐다.조 이사장이 횡령으로 자리를 비운 당시 임명된 총장이 이사장 라인의 인물만 남겨두고 자른다든지,노조를 와해시킨다든지 해서 결국 학교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연대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없애버렸다.결국 모든 것이 조 이사장의 복귀와 독재를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학교가 독일어과와 프랑스어과를 유러피안 스터디즈과로 통폐합하는 과정에서도 학생들 편에 섰던 교수 모두를 해임했다.조 이사장이 사퇴하고 총장직선제를 해야 한다.



-대선이 코앞이다.2030여성으로서,동덕여대 학생으로서 차기 정부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학내민주주의에 관심을 가져달라.제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한다.동덕여대뿐 아니라 다른 여대에서도 남녀공학전환 반대 시위가 결국 학생 탄압으로 끝난다.대학에서조차 민주주의가 탄압당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젊은 세대들이 민주 시민이 될 수 있겠는가.요즘 대학의 탈정치화가 화두다.다른 대학에서는 줄줄이 여총(여학생 총학생회)이 폐지되고 있다.이미 인권위에서 위헌 판결이 났음에도 아직도 학교의 허락받고 대자보를 붙어야 한다는 규칙이 남아있다.

한국이 대학에 목메는 나라가 아닌가.대다수 청소년이 대학에 가라고 세뇌당하다시피 하는데 정작 대학에서는 민주주의를 배우지 못하는 상황이 부끄럽다.대학에서 배운 것보다 광장에 나와서 배운 것들이 훨씬 뜻깊다.'인간 됨'과 '사고하는 방식'과 '평등'에 대해 배운 건 모두 광장이었다.깊이 있게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이라고 본다.언제까지 우리가 우연한 기회로 평등과 인권에 대해서 배워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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