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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국무장관·안보보좌관 겸임
키신저 이후 반세기만… 美언론 “놀라운 부상”
소신 접고 180도 변신,트럼프 어젠다 강력 옹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냉전 시대 미국 외교의 거목(巨木)이었던 헨리 키신저 이후 50여 년 만에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직을 겸임하게 된 마코 루비오의 처세를 놓고 워싱턴 정가가 주목하고 있다.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잔뼈가 굵은 루비오는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화당 정통의 외교·안보 노선을 오랜 기간 주창해왔는데,이는‘외국 문제에 관심 끄고 우선 집안 정리부터 해야 한다’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세계관과는 배치되는 것이다.과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리틀 마르코(Little Marco)’란 멸칭으로 불린 정치적인 악연도 있었다.이 때문에 정권 초반부터 최약체 장관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오래 못 갈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5일 루비오에 대해 “거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트럼프 아래에서 큰일을 벌이고 있다”며 “루비오의 부상은 잦은 인사 교체가 특징인 트럼프 (세계에서) 생존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교훈을 제공한다”고 했다.초강대국인 미국의 대외 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장관으로도 모자라 루비오엔‘안보 수장’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총괄하는 국가안보보좌관,국제개발처(USAID) 처장 대행,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임시 청장 등 범인(凡人)은 하나도 해보기 어려운 직함들이 줄줄이 달려있다.외교·안보 분야 칼럼니스트인 나할 투시는 루비오가 승승장구하는 비결로 ▲대통령의 견해에 대한 의견 복종 ▲필요할 때는 침묵을 지키되 트럼프를 옹호할 땐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 ▲경쟁자를 제치기 위해 트럼프가 반대하지 못할 만큼만 행동하는 것 등을 꼽았다.

루비오는 2010년 상원에 입성해 3선(選)을 하면서 북한 등 독재 정권에 대한 강력한 제재,미국의 군사 개입과 대외 원조 확대 등을 주장한 매파였다.중국에 대해서도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인권 탄압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각을 세워왔다.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만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주장했다.하지만 올해 1월 트럼프 내각 중 가장 먼저 상원 인준을 받아 장관에 취임한 뒤엔 180도 달라진 자세로 국무부 구조조정,대외 원조 프로그램 삭감,불법 이민 추방,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마이다스 바카라우크라이나에 대한 평화협정 체결 압박 같은 트럼프 어젠다를 옹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트럼프가 J D 밴스 부통령과 함께 루비오를‘매가 왕국’의 후계자로 거론하며 “환상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주목할 만한 건 루비오가 보이는 것과 달리 굽히지만은 않았다는 점이다.트럼프가 주재하는 각료 회의에서 국무부·USAID에 대한 무자비한 예산 삭감을 추구한 정부효율부(DOGE)의 일론 머스크와 충돌했다.머스크가 트럼프 재집권의‘1등 공신’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뜻하는 바를 관철시켜 국무부에 대한 체계적인 구조조정을 주도했다.폴리티코는 플로리다가 지역구였던 루비오가 같은 지역 출신인 백악관 실세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트럼프 2기에선 루비오·와일스를 비롯해 플로리다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들이 대거 약진했다.루비오는 또 USAID 해체 작업을 주도하며 매가 진영에서 인기가 높았지만 직장 내 부적절한 행동으로 논란이 된 피트 마로코를 해고하는 결단력을 보이기도 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국가안보보좌관./조선일보DB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국가안보보좌관./조선일보DB

폴리티코는 “루비오가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 역할을 최소 6개월,아마도 더 오래 맡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다만 이는 키신저를 제외하면 미 현대사에서 전례가 없는 경우기 때문에 초보 장관인 루비오가 두 개의‘모자’를 쓰고 얼마나 잘 버틸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냉전 시대 국제 질서를 설계하며‘외교의 황제’라 불린 키신저조차도 현역에 있을 때 의사 결정의 투명성과 다양성이 저해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의회에 제출한 메모에서 “키신저가 국무부·NSC를 모두 책임질 때는 제안에 대한 독립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구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토로했고,결국 1975년 내각 개편을 통해 키신저가 있던 국가안보보좌관직을 브렌트 스코크로프트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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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워싱턴특파원입니다.트럼프 2기와 미국 정치,고스톱 게임 만들기외교·안보 뉴스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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