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식이장애를 갖고 있습니다.폭식하고 토한 지 2년 정도 됐습니다.당시 오랜 친구에게 손절을 당했습니다.짜장면을 먹으러 가자는 친구의 제안을 거절했던 다음날,친구는 제게‘너랑 있으면 항상 네가 먹고 싶은 걸 먹어야 해서 싫다.나만 양보하는 걸 이제 안 하기로 했다’고 문자를 남겼습니다.
저는 아토피 탓에 어려서부터 먹는 것을 까다롭게 가려왔습니다.엄마는 항상 제 피부를 점검하며 몸에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구분해서 먹였습니다.일반 과자를 처음 먹어본 것은 폭식을 하기 시작한 이후입니다.두부과자,쌀빵,효소음료 같은 게 제 간식이었습니다.저의 아토피도 이유였겠지만 영양사인 엄마의 직업병도 심했습니다.
손절을 당하고 처음에는 그동안 진짜라 믿었던 우정이 다 거짓이었다는 생각에 배신감이 들고 화가 났습니다.하지만 몇달 뒤,그 친구 말이 다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저는 어려서부터 늘 단짝과만 친하게 지냈습니다.내성적인 성격이라 소수를 깊게 사귀는 거라 생각했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학교 앞 떡볶이도,급식 최애 메뉴인 돈가스도,유행하는 과자도 안 먹는 저와 어울리고 싶어 하는 친구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우리가 친구로 지낼 수 있었던 건 그 친구가 제게 맞춰줬기에 가능했던 거였습니다.
제가 이기적인 사람이었다는 걸 깨달은 뒤,닥치는 대로 먹기 시작했습니다.과자,
파워볼 세금 계산기빵,튀김,라면같이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음식을 마구 욱여넣습니다.배고프거나 맛있어서 먹는 건 아닙니다.그냥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하지만 먹고 나면 아토피가 심해질까 봐 다 토해냅니다.제가 건강했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김유민(가명·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