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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재필의 세상만사] 하루 종일 마스크 착용하는 노동 현장.마스크 안 쓰는 참된 세상 그리워【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숨쉬기 편해졌는가.마스크로 완전 무장하고,장장 4년여 동안 불편하게 숨 쉬어야 했던 국민들은 아직도 마스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불편한 듯 불편하지 않은 동거다.
처음엔 감기 정도로 생각했다 3400만 명이 앓고서야 끝난 전 국민의 몸살.이 중 3만 5000명은 기침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하지만 남아있는 자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타인을 경계하고 있다.기침만 해도 눈을 부라리고 재채기를 하면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감염 트라우마.광기의 전염 시대는 끝난듯하지만 지금도 세상은 코로나 악몽과 이웃하며 살고 있다.
가려진 일상,카지노 시즌 2감춰진 세상은 점점 더 사람 사이의 거리를 멀어지게 한다.의도된 격리를 겪고 나서,마음의 이격은 의도하지 않은 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그래서 가끔은 그 가면 속 얼굴이 궁금하고 표정이 보고 싶어진다.
마스크는 이제 물아일체다.외물과 자아,객관과 주관,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울려 하나가 됐다.흔히 마스크는 고뿔을 앓거나 꽃가루 알레르기,미세먼지,황사를 피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사용한다.또 작렬하는 태양을 피해 얼굴을 가리려는 자외선 차단용이기도 하다.하지만 요즘은 감염병에 대한 경계심으로 쓰는 이가 적지 않다.이는 건강염려증이 세상에 대한 불안감과 합쳐진 데 있다.
코로나는 발병 당시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확진자는 늘어갔지만 치료제 없이 마스크에만 의지해야 했다.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도가 세졌고,그러다 보니 대인기피증이 심화됐다.사람이 사람을 무서워하는 순간 세상은 두려움으로 가득 찬다.그 치명적인 기억은 상흔으로 남았고,타인까지 '좀비'로 만드는 전염력에 인간은 나약한 존재로 전락했다.
마치 장신구처럼 몸에 걸치는 마스크는 신체 일부분을 아예 감추는 도구가 됐다.특히 병에 취약한 사람은 마스크를 절대 벗지 못한다.마스크를 벗으면 두려움과 불안을 느껴 강박적으로 착용해야 마음이 편하다.이들에게 마스크는 바이러스로 뒤덮인 세상에서 자신을 구해줄 생명의 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실내 공기오염으로 320만 명이,실외 공기오염으로 35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오염원이 보이지 않으니 마스크로부터 해방되지 못하고 예속당한다.마음껏 숨 쉴 수 있는 자유의 박탈은 타인의 호흡을 통해 나오는 비말을 거부하기 위해 나의 입과 코를 강제하는 인류애의 역설이다.마스크의 치명적인 리스크다.
두려운 것투성이 세상
핵전쟁보다 무서운 것이 세균전이라는 생각을 한다.이것은 학습효과다.인간은 그동안 세균에 의해 무참히 살육된 아픈 역사가 있다.들쥐가 갖고 있는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흑사병(페스트)은 몸이 새까맣게 변하면서 서서히 죽어간다.흑사병은 14세기 중반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이 병은 체액이나 분뇨에 의해 전염된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부터 1920년까지 전 세계 5000만 명 이상의 사람을 희생시켰다.이는 제1차 세계대전 사상자보다도 많은 수치다.이름은 스페인 독감이지만,최초 발생지는 미국 텍사스로 알려져 있다.스페인 독감이 무서운 것은 무증상이다.감기 같은 증상을 보이다가 몸에서 산소가 빠져나가면서 보랏빛으로 변해 죽어간다.
조선총독부 통계연감에 따르면 1918년 조선인 1670만 명 중 44%인 742만 명이 독감에 걸려 14만 명이 죽었다.콜레라는 급성 설사가 유발돼 중증의 탈수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전염병이다.콜레라는 본래 인도 갠지스강 유역의 풍토병이었으나 19세기 전 세계적으로 퍼지며 1500만 명가량의 사망자를 냈다.
또한 2000년의 역사를 지닌 공수병(광견병)으로 매년 6만여 명이 죽는다.너구리와 박쥐를 통해 전파되어 사람에게도 감염된다.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으로 4200만 명,말라리아로 최소 30억 명,최대 60억 명이 목숨을 잃었다.말라리아라는 명칭은 이탈리아어로 '나쁜 공기'라는 뜻이다.
역대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전염병은 지난 200년 동안 약 10억 명의 사망자를 낸 결핵이다.결핵은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결핵균이 포함된 침방울이 호흡기를 통해 전염된다.일상적인 호흡으로 나오는 비말은 주위 2m 이내에 떨어지지만,기침 시에는 3~5m 정도까지 퍼질 수 있다.
세상은 온통 두려운 것투성이다.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은 끝없이 무너진다.예컨대 1급 감염병인 에볼라바이러스병,마버그열,카지노 pv라싸열,크리미안콩고출혈열,남아메리카출혈열,리프트밸리열,두창,페스트,전동마작테이블 중고탄저,보튤리눔독소증,야토병,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중동호흡기증후군(MERS),동물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신종인플루엔자,디프테리아가 언제 창궐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모든 것들을 마스크 한 장으로 막을 수는 없다.사람들은 일상에서 이런저런 세균을 접하고 이를 견뎌 내거나 때로는 아파 가며 이겨내는 힘을 얻는다.결국 인간은 앞으로 이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피할 수 없으면 부딪쳐야 한다.
마스크로부터 해방되고 싶다
노동 현장은 거의 대부분 마스크를 쓴다.하루 종일 마스크와 넥워머,두건으로 에워싼다.분진과 자외선을 막기 위해서다.민낯을 보는 것은 식사 때 말고는 없다.다른 업체,다른 팀이라면 얼굴을 볼 일이 없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길이 없다.가끔은 베일에 감춰진 상대방의 얼굴이 궁금해진다.특히 표정을 읽고 싶다.
그래서 '마기꾼'이라는 신조어가 생각난 듯하다.'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로 마스크를 쓰면 실제보다 더 잘생겨 보이는 착시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마스크에 낚였다는 뜻일 게다.이런 마기꾼 효과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 있다.영국 카디프대 심리학과 연구진이 여성 43명,남성 4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에서다.
여성 참가자들은 마스크로 얼굴 절반을 가린 남성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반응했다.남성을 상대로 여성의 매력을 조사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마스크를 쓰게 되면 상대방 눈으로만 시선이 모이게 되는데,얼굴의 나머지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뇌가 매력적일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눈빛만으로 사람의 속내를 읽을 수는 없다.마스크를 벗느냐 쓰느냐는 이제 병균의 침입을 막는 일차적인 목적과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참된 표정을 공개하는 이차적인 목적이 정확히 부합해야 한다.
코로나에 대한 트라우마는 불가피하고,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마스크는 방패 같은 것이다.그럼에도 마스크로부터 해방되고 싶다.마스크 안 쓰는 세상,마스크 안 쓸 수 있는 청정한 세상,마스크 안 쓴 맨얼굴을 보고 싶은 것이다.
최소한 마스크가 가면이 되지 않길 바란다.표정을 감춘다고 해서 거짓까지 감출 수는 없다.세상사 모든 게 그렇다.마스크 안의 진짜 내 모습은 '참'이어야 한다.속이는 것은 겉모습일 뿐 속마음은 진짜여야 한다.서로에게 솔직한 마스크 안 쓰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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