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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사전 - 68] 대학 졸업식때 가운 위에 걸치는 길다란‘그거’
“그거 있잖아,그거.” 일상에서 흔히 접하지만 이름을 몰라‘그거’라고 부르는 사물의 이름과 역사를 소개합니다.가장 하찮은 물건도 꽤나 떠들썩한 등장과,야심찬 발명과,당대를 풍미한 문화적 코드와,간절한 필요에 의해 태어납니다.[그거사전]은 그 흔적을 따라가는 대체로 즐겁고,가끔은 지적이고,때론 유머러스한 여정을 지향합니다.
지난 2월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에서 열린 2024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식을 마친 외국인 유학생들이 학사모를 던지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던질 땐 좋지만 학사모 모서리에 찍히면 가마 하나 더 생기는 건 일도 아니다.[연합뉴스]명사.1.스톨 2.(美) 새시【예문】형은 어색한 듯 학위복을 입고 스톨을 걸쳤다.입학 10년 만의 일이었다.학사만 10년이었다.
스톨(stole)이다.목과 어깨에 두르는 긴 천으로,주로 윤이 나고 매끈한 공단으로 만든다.원래 스톨은 여성의 어깨에 걸치는 긴 숄을 뜻하지만,가톨릭의 종교의식에서 사제가 목에 걸치는 헝겊 띠,영대(領帶)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개신교에서도 쓴다.스톨이라는 영어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목사 안수식에서 영대를 예복 위에 둘러주는 것으로 목사직의 안수를 확정한다.
2019년 인도 출신 세드릭 프라카시 신부가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어깨에 스톨을 씌워주고 있다.교황 성하의 선종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어깨 망토‘그거’의 이름은 모제타(mozeta),천이 많이 부족해 보이는 빵떡모자는 주케토(zucchetto)다.이탈리아어로는‘작은 바가지’라는 뜻이다.[사진 출처=바티칸 뉴스]영미권에서는 사제의 영대와 구별하기 위해 아카데믹 스톨,졸업 스톨(graduation stole)이라고 명기한다.제복의 일부로서의 띠를 뜻하는 새시(sash)라는 명칭도 쓴다.검은색 가운과는 달리,스톨은 학교의 상징색이나 로고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경우가 많다.
스톨의 기원에 관해 여러 설이 있다.고대 로마의 땀 닦는 천(수다리움 sudarium),즉 손수건이 예배용 수건으로 전승됐고 이후 스톨로 발전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공공정책 전문대학원인 케네디 공공정책대학원의 졸업생들.졸업생마다 화려한 스톨을 걸치고 있다.학풍에 따라 다르지만 학사모나 스톨을 학과별로 다르게 만들거나,개인 취향껏 꾸미는 경우도 있다.[사진 출처=하버드 케네디 스쿨 인스타그램,Kayana Szymczak and Lydia Rosenberg]검은색 가운,학위복은 중세 유럽에서 시작된 대학 문화에서 온 것이다.중세 유럽의 대학은 성직자의 외출복을 교복으로 채택했었는데,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학의 졸업 예복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이 유력하다.이후 학위복은 미국을 거쳐 한국에 유입됐다.국내 최초의 학위복은 1908년 연세대의 전신인 제중원의학교 1회 졸업식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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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세브란스병원(제중원)의학교를 1회로 졸업한 최초의 면허 의사 7인.제일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필순,홍석후,카지노 8 화 다시보기신창희,박서양,홍종은,김희영,주현칙씨.가운데는 당시 외과 교수였던 허스트 박사.시선 방향이 너무 제각각이라 마음이 불편하다.[사진 출처=연세대]각모(角帽)라고도 하는 학사모(Square academic cap) 역시 성직자의 복식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학사모를 높게 던지는 세리머니는 1912년 미국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유래한 것이다.사관생도들이 졸업하며 장교로 임관하게 되면 사관학교에서 쓰던 낡은 모자를 쓸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공중에 던져버린 것이 기원이다.이후 이러한 전통이 일반 대학의 졸업식에도 퍼지게 되며 지금에 이르렀다.미국 해군사관학교는 2022년 보도자료를 통해 학사모 던지기의 기원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힌 바 있다.
학사모의 이명(異名) 중에는 모터보드(mortarboard)도 있다.원래 모르타르(몰탈·mortar)는 시멘트나 석회에 모래를 섞고 물로 갠 건축 재료다.질척한 모르타르 반죽을 미장(벽이나 바닥에 바름)하고 나면 단단하게 굳어,벽돌·석재를 접합하거나 외벽에 마감 재료로도 쓴다.화장실 타일 줄눈 사이에 시공하는 것도 모르타르다.모르타르보드는 미장 작업 때 모르타르 반죽을 혼합하고 바로 퍼서 쓸 수 있도록 하는 (주로 정사각형 모양의) 평평한 판자인데,그 생김새가 학사모와 유사해 별칭으로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소신 발언하자면,안 닮았다.
모터보드(왼쪽)와 학사모.솔직히 학사모에서 모터보드를 최초로 연상한 사람의 씽크빅은 두려울 정도다.그냥 옆에 있던 평평한 사물 이름 아무거나 붙인 거 아닌가 싶다.한국에서 탄생했다면 필시 고인돌모자였으리라.[사진 출처=Marshalltown Masonry Tools,공공 저작물] 다음 편 예고 : 양꼬치 먹을 때 함께 나오는 향신료‘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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