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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역갭투자·동시진행 수법 활용
피해자 69명에게 180억원대 보증금 편취
1명 구속 송치·59명 불구속 송치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무자본 상태에서 전세가격을 매매가보다 더 높게 받는 방식으로 빌라 수백 채를 사들인 뒤 180억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전세사기 일당이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19일 피해자들로부터 180억원대의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전세사기 일당 60명을 검거하고 이 중 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임대사업자 모자 A(57)씨와 B(31)씨는 지난 2019년 4월부터 2022년 11월 사이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 일대에서 자기 자본 없이 빌라 293채를 매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그중 임차인 69명에게 전세보증금 명목으로 180억원 가량을 편취한 A씨와 B씨를 사기 혐의로 검거하고,어머니 A씨를 지난 4월29일 구속했다.이들은 공범들과 함께 19일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피해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받아 분양팀과 임대사업자,월드컵 조별리그 탈락공인중개사 등에게 건당 1800만원에서 34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배분한 건축주 C씨 등 건축주 6명과,월드컵 조별리그 탈락건축주에게 건당 300에서 600만원 상당을 리베이트로 받은 분양팀장 등 분양팀 8명도 공범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또 피해자들의 전세 계약을 중개하고,건축주와 분양팀에게 건당 약 200만원에서 많게는 1800만원까지 초과 수수료를 받은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44명도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임대사업자 A씨는 2019년부터 건축주에게 건당 약 600만원에서 27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받는 역갭투자 방식으로 빌라를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A씨는 건축주,전세입자,월드컵 조별리그 탈락명의자가 신축빌라의 분양과 임차를 동시에 계약하는 동시진행 수법을 활용해 자기 자본이 없는 상태에서도 빌라 수백 채를 구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당시 별다른 수입이 없었으나 서울 빌라 가격은 오른다는 믿음으로 빌라 수백 채를 사들였고,전세입자들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고 싶으면 당신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오라"고 하며 계약 만료일에 보증금을 돌려줄 계획이 전혀 없었다.
아들 B씨는 어머니와 공모해 293채 중 75채에 달하는 빌라를 자기 명의로 매입하고,월드컵 조별리그 탈락A씨가 빌라를 인수받는 조건으로 건축주에게 입금받은 리베이트를 A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건축주 C씨 등도 적극적으로 전세사기 범행에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이들은 A씨나 B씨 앞으로 가계약 형태로 분양계약을 맺어 놓은 뒤,피해자가 나타날 때까지 길게는 수개월까지 기다렸다.이후 공인중개사를 통해 피해자가 구해지면 보증금을 받아 임대사업자,분양팀,공인중개사 등에게 미리 정해진 리베이트를 건별로 배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공인중개사와 보조원에게 줄 리베이트 금액을 일단 1000만원으로 설정한 후,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수개월간 전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으면 단계적으로 리베이트를 1800만원까지 올리는 방식으로 공인중개사가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유인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부동산 임대차 경험이 부족한 20~30대로,자신들이 낸 전세보증금 중 6~12%는 리베이트 비용으로 사용됐단 사실,전세계약 시점부터 빌라의 담보가치가 보증금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깡통전세'가 예정돼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임대차 계약 전 전세보증보험을 반드시 가입하고,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으로 주변 매매가와 전세가,악성 임대인 명단 및 세금 체납여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경찰은 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부동산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를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