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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콘클라베 D-2
비유럽 82명으로 유럽 53명보다 많아
젊은 사제,빈곤·분쟁국 출신 대거 서임 7일 콘클라베에 참가할 최연소 추기경들이 지난 4월26일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찍은 셀카.왼쪽부터 아메리코 마누엘(51),미콜라 비초크(45),조르지오 마렝고(50) 추기경.미콜라 비초크 추기경 페이스북 갈무리 
소박한 목관에는 십자가가 새겨져 있었다.관 위에 올려둔 복음서 책장을 바람이 넘겼다.바티칸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타이거 포커2025년 4월26일 오전 10시(현지시각) 교황 프란치스코의 장례미사가 열린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엔 햇살이 가득했다.미사를 집전한 추기경단 단장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지난 12년간 수많은 성체 성사를 집전하시고 중요한 회의를 주재하셨던 이 웅장한 성베드로 광장에서,우리는 슬픈 마음으로 그의 유해 주변에 모여 기도하고 있습니다.그렇지만 우리는 인간 존재는 무덤에서 끝나지 않고 오히려 아버지의 집,해가 지지 않는 행복의 삶 안에서 마친다는 확고한 믿음으로 서 있습니다.”
재위 12년,추기경단 획기적 쇄신
레 추기경은 강론에서 “자비와 복음의 기쁨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두 가지 핵심 단어”라고 짚었다.교회 내부와 교회 밖 세상을 향한 교황 프란치스코의 애정과 쇄신 노력을 상징한다.그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년 10월~1965년 12월)의 표어인‘에클레시아 셈페르 레포르만다’(쇄신한 교회도 끊임없이 쇄신해야 한다)를 부여잡고 교회와 교황청 개혁을 위해 노력했다.그는 스스로를‘로마의 주교’로 칭하며 다른 주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의견을 주고받았고,교회와 교황청 직무에서 평신도,특히 여성의 참여를 확대했다. 2025년 4월26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한 성당에서 묵주를 손에 든 신자가 교황 프란치스코의 장례식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다.REUTERS 연합뉴스 
교회의 오랜 금기도 허물었다.그는 “성찬은 완벽한 이들에게 내리는 상이 아니라,약한 이들에게 주는 강력한 치료제이자 자양분”이라며,이혼한 신자들에게도 영성체를 베풀었다.임신중지에 대해선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거나,가난 때문에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겪었을 극심한 고통에 어찌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겠느냐”라고 되물었다.동성애에 대해선 “그들이 선한 뜻으로 신을 따른다면,내가 어떻게 그들을 단죄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개혁과 쇄신은 쉽지 않다.오랜 세월이 필요하고,저항도 만만찮다.교황 프란치스코가 매듭짓지 못하고 떠난 빈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지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주님의 모든 양떼를 이끄는 목자는 로마교회의 주교다.로마교회는 복되신 사도 베드로가 하느님 섭리의 안배에 따라 피의 순교로써 그리스도께 최상의 증거를 바친 곳이다.그러므로‘그 탁월한 주도권 때문에 모든 교회가 동의할 필요가 있는’로마 주교좌의 합법적 사도적 계승이 언제나 특별한 주목의 대상이 돼왔음은 납득할 만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6년 2월22일 사도좌 공석과 교황 선출 방식에 대한 개정 교황령‘주님의 양떼’(우니베르시 도미니치 그레기스)를 발표했다.핵심은 두 가지다.첫째,개정령 제33조는 “교황 선거권은 오로지 거룩한 로마교회의 추기경들에게만 배타적으로 속하며,교황이 사망하거나 사도좌가 공석이 된 날 전에 80살에 이른 추기경들은 여기에서 제외된다.선거인 추기경의 최대 수는 120명을 초과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둘째,개정령 제62조는 “이른바 전원일치 호명 선출 방법과 선정위원 위임 선출 방법은 폐지하고,이제부터 교황의 선출 방법은 비밀투표 선출뿐이다.그러므로 유효한 교황 선출을 위해서는 출석한 모든 선거인들 3분의 2의 득표가 요구된다”고 규정한다. 2025년 4월26일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서 열린 교황 프란치스코 애도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AFP 연합뉴스 
콘클라베 135명 중 108명은 프란치스코 서임
교황청 발표를 종합하면,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이번 콘클라베(봉쇄 회합)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 80살 미만 추기경은 “5대륙 71개국 출신 135명”이다.이들 가운데 4분의 3을 훌쩍 넘는 108명은 교황 프란치스코가 서임한 추기경이다.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와 요한 바오로 2세가 임명한 추기경은 각각 22명과 5명에 그친다.바티칸뉴스는 4월29일 “교황 프란치스코가 80살 미만이 120명을 넘도록 추기경단을 구성함으로써 선거인단 인원 제한 규정이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전했다.이번 콘클라베 최연소 참석자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2024년 12월7일 서임된 미콜라 비초크(45) 추기경,최고령자는 2016년 11월16일 서임된 스페인 출신 카를로스 오소로 시에라(79) 추기경이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재위 12년 동안 추기경단의 구성을 획기적으로 바꿔놨다.그는‘교회의 변방’에서 추기경을 발탁하려 애썼고,기존에 추기경을 배출하지 못한 나라와 분쟁·빈곤으로 고통받는 나라 출신을 귀히 여겼다.또 가톨릭교회의 무게중심을 유럽 등 제1세계가 아닌 남반구를 중심으로 한 제3세계로 옮기기를 원했다.그곳에 교회의 미래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사상 유례없는‘비유럽 출신 추기경단’이 만들어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2025년 4월17일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된 교황 프란치스코의 묘석 위에 흰 장미 한 송이가 놓여 있다.AFP 연합뉴스 
그가 뿌린 씨앗은 어떤 열매 맺을까
실제 이번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추기경 선거인단을 출신 지역별로 보면,이탈리아 19명 등 유럽 출신이 53명으로 단일 대륙으론 여전히 가장 많다.하지만 아메리카 출신 37명,아시아 출신 23명,아프리카 출신 18명,홀덤 토너먼트 핸드레인지오세아니아 출신 4명 등 비유럽 출신 추기경이 82명으로 유럽 출신보다 29명 많다.바티칸뉴스는 “(카리브의 빈곤국) 아이티와 (서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 등 사상 처음 교황 선출 투표에 나설 추기경을 배출한 나라도 12개국에 이른다”고 전했다.
장례미사가 열린 날 시작된‘9일간의 추모’(노벰디알레스) 기간은 5월4일 종료된다.이 기간엔 애도에 집중해야 한다.차기 교황에 대한 언급 자체도‘금기’다.교황령에 따라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는 교황의 선종 뒤 15~20일 안에 열려야 한다.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4월28일 “5월7일 콘클라베를 소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전체 135명 가운데 건강 등의 문제로 불참 의사를 밝힌 2명을 뺀 추기경 133명이 참석한단다.역대 콘클라베는 평균 사흘,가장 최근에 열린 2005년과 2013년엔 각각 이틀씩 걸렸다.교황 프란치스코가 뿌린 씨앗은 어떤 열매를 맺게
될까?14억 가톨릭 신자와 전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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