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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형화·연중화 추세 뚜렷…"2100년까지 50% 증가" 전망
숲 파괴·인명 피해,오로라 카지노경제 손실…人災와 이상기후가 빚은 '복합재난'
"탈 물질 줄이자" 숲 가꾸기 안간힘…진화체계 대전환 등 과제 산적

산불 전쟁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하늘이 벌겋게 달아오르는데 산불에 집을 잃었던 기억이 떠올라 손이 벌벌 떨렸어요","낯선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으니 우울함만 밀려드네요","불이 무서워도 고향이 여기니 떠나지도 못하겠어요."

산불이 집어삼킨 건 나무와 집만이 아니다.오랫동안 지켜온 삶의 터전과 그곳에서 기억은 물론 때로는 소중한 가족의 목숨마저 앗아간다.

그동안 연합뉴스가 산불 현장에서 만난 피해 주민들은 "산불로 인해 익숙했던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했다.

이처럼 산불은 단순한 하나의 재난이 아니다.숲과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리고,인간과 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며,불꽃은 꺼지더라도 마음속에 남은 불안과 공포는 때때로 타오르며 일상을 위태롭게 한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이 산불로 엄청난 재난을 겪고 있다.우리나라보다 큰 산림이 한 줌의 재가 되는가 하면 호주에서는 코알라가 멸종 위기에 처하는 등 산불은 막대한 생태계 파괴,인명 피해,경제적 손실 등을 일으키고 있다.

기후변화가 더는 변수가 아닌 상수인 상황 속 산불을 막아내려는 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불은 더 잦고,더 강하게 진화하고 있다.

잔해 정리 후 남은 숯검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후변화가 부채질하는 대형산불…1년 내내 산불 조심 기간 '기후변화와 토지이용 변화로 산불은 2100년까지 50% 증가할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 2022년 2월 발표한 산불 보고서에서 전 세계가 산불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그해 3월 4∼5일 경북 울진과 강릉,토토 벳박스영월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2만676㏊에 이르는 숲이 검은 숯덩이가 됐다.

그리고 올봄 경북·경남·울산을 덮친 화마(火魔)는 무려 10만4천㏊에 달하는 숲을 태웠고,무료 독점 슬롯31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52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이들 산불 모두 강풍,고온,gba 마작건조한 기상 조건이 맞물려 산불이 대형화했다는 점에서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기후변화로 인해 온도가 높아지고,바람은 갈수록 세지고,건조한 날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대형산불의 발생은 앞으로도 지속해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현상임이 분명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12월과 1월에도 평균 산불 발생 건수가 1990년대 38건,2000년대 57건,2010년대 52건,최근 5년 75건으로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대구 도심 앞두고 불타는 산림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까시꽃 피는 5월 이후엔 산불이 나지 않는다'는 속설도 깨진 지 오래다.

최근 10년(2015∼2024년)간 봄·가을철 산불 조심 기간 외에도 산불 발생 비율이 28.3%로 높았고,산불 발생 일수도 2000년 136일→2010년대 143일→2020년 161일로 증가 추세다.

산불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연중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달 28일 대구시 도심 함지산에서 난 산불은 산과 생활공간이 맞닿은 '도심형 산불'의 경우 인명·재산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 그 위험성을 극명히 드러냈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 위험이 커지고,산불로 인해 방출되는 이산화탄소(CO₂)가 또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산불피해지와 미 피해지를 조사한 결과 소나무 숲 100㎡가 산불로 탔을 때 이산화탄소 약 54t이 배출됐다.이는 자동차 7대가 1년간 배출하는 양과 같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야 할 산림이 오히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기후변화에서 비롯된 산불이 다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이질 않는 구조다.

산림이 타면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메탄(CH₄),일산화탄소(CO),아산화질소(N2O),질소화합물(NOx) 등 비이산화탄소(Non-CO₂) 온실가스도 배출하기 때문에 결국 대형산불 증가는 기후변화에 가속페달을 밟는 것과 같다.

안동 남선면까지 번진 산불
[연합뉴스 자료사진]

'산림관리가 곧 산불관리'…빽빽한 산림에도 거리두기 필요 기후변화가 산불의 대형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할지라도 기후변화 탓만 해서는 대형산불을 막을 수 없다.

산불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산불 원인 중 입산지 실화(31.2%),쓰레기 소각(12.4%),논·밭두렁 소각(11%) 등 절반이 넘는 산불이 '사람의 실수'였다.

다음 단계로 언급되는 예방책은 '산림 관리'다.

'산림관리가 곧 산불관리'는 인식 아래 산불 확산 3요소로 꼽히는 기상(기후)·지형·연료(숲) 중 사람이 유일하게 개입하여 관리할 수 있는 요소인 '숲'을 관리하자는 논리다.

197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는 녹화사업으로 사막 같았던 산지를 푸른 숲으로 변화시켰으나 이 울창함의 이면에는 '탈 연료의 증가'라는 위험이 자리하고 있다.

빽빽해진 산림이 오히려 산불 확산에 악영향으로 작용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게다가 소나무에는 '테라핀' 같은 정유 물질이 있어 산불 확산에 영향을 끼치는데,소나무 숲은 전국 산림 면적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어 단일 수종으로는 가장 면적이 넓고,대형산불이 빈번한 백두대간 동쪽은 소나무림이 밀집해있다.

산불에 잿더미 된 자연유산…세척 작업 한창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산림청은 숲 가꾸기가 산불 위험을 사전에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보고 수직으로는 잔가지를 베어버림으로써 지표면으로부터 가지 위치를 높이고,수평으로는 솎아베기를 통해 나무 간 간격을 늘려 연료량을 줄이고 있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연구부장은 "기후변화는 결국 인정해야 하고,산불 행동학적 입장에서 보면 탈 물질의 증가가 더 현실적인 문제"라며 "기후변화로 극한 가뭄이 와버리면 산림에 탈 물질의 양이 매우 많아지면서 파괴적인 산불로 확산한다"고 말했다.

산림 관리의 연장선에서 산불 피해지 복원 시 소나무 위주의 조림 정책을 두고 1996년 강원 고성 산불과 2000년 동해안 산불 뒤 시작된 '조림 복원 vs 자연 복원' 논쟁은 벌써 20년을 넘었다.

산림청은 송이 등 임산물 생산을 원하는 산주들의 요구와 목재 생산 측면에서 소나무를 심고 있지만,환경단체와 일부 학자들은 소나무를 심어서 송이가 복원된다는 증거가 없고,가만히 두면 저절로 산불에 강한 활엽수림으로 변하므로 자연 복원이 최선이라고 반박한다.

이밖에 대형산불은 진화 인력·헬기 확충,강풍에도 뜰 수 있는 비행기나 인명피해가 없는 드론을 활용한 진화로의 공중 진화 전략 변화,인명·시설물 보호 강화 등 상당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한 숙제를 남기는 등 단순한 기후재난의 성격을 넘어 복합재난의 양상을 띠고 있다.

이병두 연구부장은 "재난안전법은 재난을 사회재난과 자연재난 두 분류로 나뉘는데 산불은 사회재난에 속한다.불은 결국 사람이 내기 때문인데,원인은 사람이지만 자연의 힘으로 확산한다.그렇기 때문에 복합재난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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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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