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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다시 힘을 내면서 자연스레 가상자산 관련 종목들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코인베이스가 8일(현지시간) 장을 마치고 낸 실적에 눈과 귀가 쏠리기도 했지요.
실적은 전반적으로 기대엔 미치지 못했습니다.그런데 그 중에 숫자 하나가 많이 특이했습니다.순이익인데요,2024년 1분기 11억8000만달러,우리돈으로 약 1조6000억원이던 것이 2025년 1분기엔 6600만달러(약 930억원)으로 급감했다는 것입니다.
무려 94%나 뚝 떨어졌습니다.숫자만 놓고 보면 급속도로 망해가는 기업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하지만,실적 자체가 부진하다보니 주가는 좀 빠졌지만 망하는 기업처럼 보일 정도로 폭락하진 않았죠.
순이익이 이렇게 급락한 것에 대해 코인베이스는 “보유한 가상자산을 시장가격(market price)으로 표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뭔가 회계적인 차이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이죠?
그래서 이번‘투자뉴스 뒤풀이’에선 코인베이스의 순익 급락을 계기로 가상자산의 회계처리를 알아보려 합니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이 어떻게 코인베이스의 손익을 널뛰게 만들었는지 알기 전에 먼저 가상자산이 장부(Balance sheet)에는 어떻게 잡히는지 살펴보죠.
일상생활에서 재산과 혼동해서 쓰는 자산과 달리 회계적으로 자산(asset)은 엄밀한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회계적으로 자산으로 인정돼 장부에 적히려면‘미래 경제적 이익(future economic benefit)’이 ①확실시 되고(probable),②장부에 적을 금액이 합리적으로 측정돼야(reliably measurable)합니다.
쉽게 말해 앞으로 돈벌이가 될 수 있는 것 중에 수치로 표시할 수 있어야 자산으로 보겠단 것입니다.
예를 들어,엔터 회사인 하이브의 최대 자산은 누가 뭐래도 BTS입니다.그들이 공연을 하고 음반을 내 돈을 벌어다 주죠.1번 조건은 만족합니다.
하지만 2번 조건에서 막힙니다.BTS를 얼마로 장부에 적으면 될까요?사람의 가치를 금액으로 적어 놓을 수 있을까요?불가능합니다.그래서 하이브의 재무상태표에는 BTS가 없습니다.
흔히 사장님들이 신년 훈화 말씀으로‘우리 회사는 여러분 같은 인재가 최대 자산’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가슴이 뭉클해지죠.하지만 사장님의 뜻은 이해되지만 회계적으로는 틀린 것입니다.
때문에 엔터회사나 게임업체,IT회사 등 인적자원이 굉장히 중요한 회사의 경우 장부가치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그럼 비트코인을 한번 생각해보죠.일단 비트코인이 자산(asset)이라는 점은 일찌감치 결론이 났습니다.
자산으로 잡을 수 있을까요?미래 경제제적 이익 가능성이 있습니다.합리적으로 금액을 측정 가능한가요?시장이 있으니 거래가 되고,일본 드라마 보는 사이트가격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때문에 가상자산은 장부상 자산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관건은 자산 중에 어떤 계정과목으로 분류할 것이냐 입니다.가상자산 관련 업체나 투자자들은 현금(Cash)으로 처리하길 내심 바랐습니다.회계적으로 암호화폐를 진짜 화폐(Cash)라고 인정해준 것이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떨어지기에 내심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상품으로 분류해주는 것을 원했죠.그렇게 되면 거래가 훨씬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이미 암호화폐를 많은 기업들이 상당 규모 보유한 상황에서 회계업계는 고심을 거듭했습니다.그리고 마침내 지난 2019년 국제적으로 회계기준이 정립됩니다.
암호화폐를 단순 보유한 경우엔 무형자산(intangible asset)으로 처리하도록 합니다.가상자산을 전문적으로 사고팔아 수익을 내는 거래소는 보유한 가상자산을 재고로 인식하도록 했죠.가상자산이 자산이란 점은 같지만 보유한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구체적인 계정과목에 차이를 둔 것입니다.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 거래소입니다.그렇다면 보유한 가상자산을 재고로 분류해야 할 것 같지만,실제로는 무형자산으로 분류해놓고 있습니다.
‘거래소’라는 것도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코인베이스는 투자 중개 플랫폼으로,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을 자체 보유해 사고팔아 수익을 내지 않습니다.판매목적으로 보유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 제공이나 전략적 목적으로 보유하는 것이죠.
그래서 코인베이스는 가상자산을 재고가 아닌 무형자산으로 잡는 것입니다.만약 비트코인을 전문적으로 사서 되파는 것을 본업으로 하는 마켓메이커라면 보유한 가상자산은 재고로 분류할 것입니다.
때문에 그냥‘비트코인=무형자산’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일반적인 이해 수준에선 편합니다.특히 미국 회계기준(US GAAP)은 대부분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한다는 입장이어서 가상자산은 무형자산이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가상자산을 어느 카테고리로 분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특허권,로열티,브랜드 사용료 같은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무형자산은 그 가치가 거의 바뀔 일이 없습니다.
가끔 돈을 주고 사온 특허권이 쓸모 없어져서 앞으로 돈벌이가 될 가능성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그런 경우엔 손실로 반영합니다.예를 들어 내가 1000만원을 주고 사온 특허권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가치가 없어졌다면 손상차손으로 1000만원을 인식하면 됩니다.순익에서 마이너스 1000만원이 나 버린 것입니다.
반대로 무형자산 가치가 상승하면 실제 매도할 때까진 이익으로 반영하지 않습니다.
만약 손실로 처리해버린 그 특허권이 이듬해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되면서 너도나도 1억원을 주고 사겠다고 줄을 섰다고 해보죠.그래도 장부엔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실제 1억원으로 팔 때까진 말이죠.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회계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보수적으로 평가합니다.발생할 손실 가능성이 크면 현재 시점에서 반영하지만 이익은 실제 내 손에 돈이 들어오기까지 장부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형자산 가치가 상승하는 일은 정말 거의 없습니다.때문에 이 같은 보수적 회계 처리 원칙은 전통적 무형자산에 적용할 땐 무리가 없었습니다.
비트코인은 어떤가요?가격이 치솟다 곤두박질을 치고,아주 널뜁니다.변동성이 매우 큽니다.그런 비트코인을,가격이 하락하면 손실을 잡지만 상승하면 이익으로는 잡지 못하니 장부상 비대칭 현상이 벌어집니다.
테슬라의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자 2021년 1억100만달러의 손상차손을 인식했습니다.하지만 2021년 1분기 매입한 15억달러의 비트코인은 2021년말 19악9000만달러에 달했지만 매도할 때까지 장부에 이익으로 반영할 수가 없었습니다.
비트코인 변동성 때문에 실적이 곤두박질 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것이죠.
▶점점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할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2023년말부터 미국 회계기준위원회(FASB)는 새 기준을 마련했습니다.가상자산(=디지털자산)에 대해선 공정가치 평가를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쉽게 말해 보유한 가상자산의 시장 가치를 그때그때 장부에 반영하고,손익에도 태우도록 한 것이죠.코인베이스는 2024년부터 이를 도입해 일부 자산에 적용하고 있습니다.차후 점차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죠.아래는 그 내용을 공시를 통해 밝히고 있는 것입니다.
대신 가상자산은 수수료 수익,구독 서비스 수익 등 코인베이스의 핵심 영업활동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자산이기 때문에 영업이익 아래에 기타수익·손실로 처리합니다.
때문에 이번 1분기 실적에서 코인베이스 순익이 급감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때문에 이번 코인베이스 실적이 나온 뒤 숫자만 보고 기업이 위기에 빠진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한국입니다.
한국도 가상자산 보유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블록체인 산업이 발달하면서 가상자산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죠.자연히 회계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습니다.
말씀드린대로 가상자산은 보유목적에 따라 재고자산이나 무형자산으로 분류해야 합니다.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기업의 재무구조와 손익이 크게 뒤틀릴 수 있습니다.
자칫 기업 본업은 별 이상이 없는데 가상자산 가치가 널뛴 탓에 손익이 급변동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앞서 우리나라는 지난 2022년 위메이드의 영업이익 정정공시로 한바탕 소동을 벌인 바 있습니다.([투자뉴스 뒤풀이] 돈 벌었는데 빚이라고?…‘선수수익’으로 이해하는 회계 기본 (2022년 3월 29일))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더 자주,더 충격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코인베이스 사례처럼,순익이 94% 급감했다는 숫자만 보고 놀라서 주식 매도 버튼을 누르는 잘못을 범하면 안될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에 당국은 가상자산 변동성이 회계를 왜곡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차단할 제도를 만들고,가상자산에 적극적인 기업은 미리미리 IR이나 주석 공시 등을 통해 투자자들과 소통을 해야 할 것입니다.
김우영 기자/CFA
#헤럴드경제 기자입니다.CFA 자격증을 취득한 뒤 CFA Society Korea PA(Public Awareness) Committee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하는 기자로서 사명감에 CFA의 전문성을 더해 독자 여러분께 동화처럼 재미있게 금융투자 뉴스를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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