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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
2021년 中사모펀드,매그나칩반도체 인수 시도
현행법상 외국계 사모펀드 인수시 규제 수단 없어
전세계 전략산업 보호 경쟁 속 韓만 속수무책
"'실질적 통제력' 중심으로 심사 범위 조정해야"[이일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중국계 사모펀드의 국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 인수 시도가 외교적 논란으로까지 번졌던 매그나칩 사태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났지만,전략산업 및 국가핵심기술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보호장치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최근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전략산업 보호가 세계 각국의 핵심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기술 유출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21년 중국계 사모펀드인 와이즈로드캐피털(Wise Road Capital)은 한국의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를 시도했다.매그나칩은 하이닉스에서 분사한 후 OLED 디스플레이용 DDI(디스플레이 구동칩)를 설계·생산해온 기업으로,당시 인수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 국민청원까지 이어지며 여론의 반발이 거셌다.하지만,우리 정부는 해당 거래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며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당시 이 거래를 막은 것은 우리 정부가 아닌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였다.미국은 매그나칩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기업이라는 점을 근거로 내세워 인수를 차단했다.우리 정부는 이후 OLED DDI 설계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지만,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재 우리나라는‘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을 통해 국가핵심기술의 보호를 추진하고 있지만,외국 자본이 사모펀드나 복잡한 지배구조를 통해 기업을 인수할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단은 사실상 전무하다.
지난 2023년 국회에서 외국계 사모펀드를‘외국인’범주에 포함해 규제하자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혀 핵심 조항은 삭제된 채 통과됐다.이후 지난해 3월 산업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에서도 외국인 투자자 범위를 확대하는 조항이 빠지며,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은 다시 한 번 무산됐다.
美·獨 외인 투자 심사 강화…日도 1% 취득 시 사전신고
반면 미국은 이미 1975년부터 CFIUS를 통해 외국 자본의 투자로 인한 국가 안보 위협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체계를 운영해오고 있다.2018년에는‘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FIRRMA)’을 제정해 CFIUS의 권한을 더욱 강화했다.외국인이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않더라도 기술 접근이 가능하거나,기업 경영에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 모두 사전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는 싱가포르 브로드컴이 미국 퀄컴(QUALCOMM)을 1300억달러에 인수하려던 거래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차단했다.또 독일 반도체 장비업체 아익스트론(AIXTRON)의 인수 시도에 대해서도 미국의 요청에 따라 독일 정부가 최종적으로 승인을 철회했다.이는 미국이 자국의 핵심 기술뿐 아니라 동맹국의 기술 유출까지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현재 SK그룹이 추진 중인 SK실트론 매각 과정에도 미국이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SK실트론은 발전용 전력 반도체 핵심 소재인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SK실트론은 이 기술을 과거 듀폰 SiC 사업부 인수를 통해 확보했기 때문에 미국이 직접 검증에 나설 수 있다는 거다.
독일과 일본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외국 자본의 기술 인수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독일은 2020년‘대외무역법’을 개정해 안보나 공공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국인 투자에 대해 정부가 자유롭게 심사하고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일본도 2021년‘국가안보 및 투자법’을 개정하면서 외국 자본의 투자 신고 대상 분야를 기존 6개에서 17개로 확대하고,라이브 카지노 에볼루션25% 이상 지분을 확보하는 경우 사전 신고를 의무화했다.또 위험이 인지될 경우 강제로 심사를 개시할 수 있는‘콜인(Call-in)’권한도 확보했다.
이일구 성신여대 융합보안공학과 교수는 “미국은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를 통해 실질적인 통제력을 기준으로 투자를 심사하고 있으며,독일도 국가안보 관점에서 외국인 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특히 일본은 최근‘외국환 및 외국무역법’을 개정해 안보 관련 핵심 산업의 상장기업 주식을 외국인이 1% 이상 취득할 경우에도 사전 신고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형식적 소유보다 실질적 영향력으로 판단해야”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기업 인수 이후에야 기술 유출 가능성을 따져보는‘사후 대응’에 머물러 있다.특히 외국 자본이 국내에 설립한 사모펀드를 통해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더라도 현행법으로는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
전문가들은 기술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외국 자본의 실질적 지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 마련과 사모펀드 규제 강화 등 산업기술보호법을 중심으로 한 전면적인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일구 교수는 “우리나라도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실질적 통제력’을 중심으로 심사 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 자본이 국내 법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기술 보유 기업에 접근하려는 경우에도 심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며,모바일 오토클릭형식적 소유 구조보다는 실질적 영향력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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