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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위협받는 부모 건강(상)
‘살자’안간힘에도 극한의 우울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의 몸은 자주 아프다.돌봄에는 돌발 상황을 맞닥뜨리고 해결하는 스트레스에,마작 또이또이자녀를 안고 업어 이동시키는 물리적 부하가 수반된다.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경우가 다반사다.내 몸을 챙길 시간에 “아이를 돌봐야 했다”고 부모들은 입을 모았다.
5일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 22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돌봄 부담 정도가 높다고 응답한 부모는 낮다고 응답한 부모에 견줘 체력과 기타 질병 요소를 고려해 판단한 신체적 노화 정도가 2.24배 높았다.불안 증세는 2.65배,수면 문제는 1.53배 더 많이 겪었다.
권씨 또한 퇴행성 허리디스크를 앓는다.밥을 먹이고,침실로 이동시키고,목욕시키는 매 순간 중증복합장애를 지닌 아들을 안거나 업는다.“원래 애를 번쩍번쩍 잘 들었거든요.그런데 요즘에는 체력이 확 떨어져서 다리가 후들거려요.” 노화 탓인지,몸에 이상이 생긴 건지 알 수 없다.권씨는 10년째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아들) 약을 받아 오거나 주간 보호센터가 휴관일일 때 맞춰서 회사에 연차를 쓰니,나를 위한 휴가는 쓸 수 없었다”고 했다.
연구팀이 2021~2022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전수자료를 분석해 보니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엄마의 일반 건강검진 수검률은 68.5%로 전체 성인 여성(73.4%)에 견줘 낮았다.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 가운데서도 돌봄 부담이 큰 부모가 적은 부모에 견줘 아픈데도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한 경험이 1.51배 많았다.건강을 위협하는 고된 돌봄 상황에 놓여 있을수록 병원에는 덜 가는 역설이다.
1급 자폐성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김남연(58)씨도 1년 전부터 한쪽 눈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증상을 겪지만 안과를 찾지 못했다.아들 눈에 다래끼가 생겨 안과에 갈 일이 생겼을 때도‘시력검사에 30분이 걸린다’는 말에 진료를 포기했다.김씨는 “보통 아이였으면 간호사한테 30분만 맡아달라고 했겠지만,우리 아이는 내가 없으면 소리를 내고 뛰어다녀서 병원이 아수라장이 된다”고 말했다.발달장애 부모들은‘시간을 내기 어려워서’(69.8%) 가장 많이 진료를 포기했고‘진료·검진받는 동안 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서’(31%) 또 포기했다.
김승섭 교수는 “발달 장애 부모들은 아주 큰 병이 생기지 않는 이상 자잘한 초기 질병의 단계에서는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병이 더 커질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함으로써 부모의 건강도 악화되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더 커지는 셈”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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