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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 강자 젠틀몬스터,
슬롯 장난감지난해 7891억 매출
영어교육 업체로 시작…안경점 밖에서‘쇼룸’도
미술관 뺨치는 매장 디자인…‘고급화’효과 톡톡
[젠틀몬스터 제공]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여기에서 안경을 판다고?”
안경 매장에 각종 오브제가 가득합니다.예술적으로 빚은 거대한 얼굴과 만화에 어울릴 요술봉도 있습니다.판매하는 안경과 선글라스는 상대적으로 구석에 있습니다.
‘힙’하긴 한데 장사는 될까요?그런데 이 회사,지난해 8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습니다.MZ세대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나도 와봤다”며 인증샷을 올리죠.브랜드평판 조사에선 샤넬 등 명품 브랜드까지 꺾었습니다.과연 비결이 뭘까요?
지난해 리뉴얼 뒤 문을 연 하우스 도산 쇼룸 [젠틀몬스터 제공]
젠틀몬스터,시작은 어학원이었다?
젠틀몬스터는‘영어교육 업체’에서 시작했습니다.창업자 김한국 대표는 어학원과 영어교육 캠프 사업을 전개하던 캠프코리아닷컴(현 씨케이글로벌파트너스)의 사원이었습니다.2011년 각종 교육 규제로 회사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캠프코리아닷컴은 신사업 공모전을 엽니다.
김 대표는 정육점 사업을 제안했습니다.고기를 비추던 빨간 불빛 대신 보라색을 사용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합니다.결과는‘킬(kill).1년 동안 김 대표는 10개의 신사업 아이템을 제안했습니다.그리고 가장 마지막,선글라스 사업이 채택됩니다.
자본금 5000만원을 지원받은 김 대표는 아이아이컴바인드를 설립해 젠틀몬스터를 선보입니다.아이아이컴바인드의 최대주주는 지금도 김 대표가 아닙니다.당시 회사 대표였던 오재욱 씨케이글로벌파트너스 대표입니다.오 대표의 지분은 44%,김 대표는 25%의 지분으로 2대 주주입니다.
젠틀몬스터가 2015년 서울 종로구 계동길 골목에 있는 낡은 목욕탕을 개조해 선보인 쇼룸 [젠틀몬스터 제공]
1년 만에 문 닫을 위기…‘이것’바꾸자 매출 껑충
사업 초기에는 적자의 연속이었습니다.젠틀몬스터도 다른 안경 브랜드처럼 자체 디자인한 안경테를 안경원에 납품했죠.하지만 몇 군데 안경점에서 납품을 거절당하며 위기를 맞았습니다.김 대표는 2014년 한 강연에서 “2011년 4월에 브랜드를 론칭했는데 12월에 문을 닫을 뻔했다”며 “당시 6명이었던 직원을 모두 불러‘정말 미안한데 다음 달에는 월급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회상했습니다.
안경점과 안경 브랜드의‘갑을’관계에서 벗어나자 변화가 시작됐습니다.안경시장에서는 안경점이 최대‘갑’이었습니다.갑에게 잘 보이기 위해‘을’인 납품업체가 가격을 최대한 낮춰 공급해야 했죠.10만원짜리 안경테를 절반 가격에 납품하는 것도 흔한 일이었습니다.브랜딩은 꿈도 꾸지 못했죠.김 대표는 브랜딩을 위해 과감하게 안경점 납품을 접었습니다.대신 직접 안경을 팔기로 합니다.지금의 젠틀몬스터를 있게 한‘쇼룸’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젠틀몬스터는 2013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첫 쇼룸을 선보입니다.20년 동안 항해에 쓰인 배를 가져와 쇼룸 앞을 장식했습니다.뱃머리가 매장의 벽을 뚫고 들어가는 독특한 연출을 선보입니다‘The new Island,이야기가 공간에 닻을 내리다’라는 테마였죠.결과는 대성공.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를 대중에 각인시켰습니다.
디자인은‘동양인’에 맞췄습니다.당시 국내에 수입된 선글라스 대부분은 서양 브랜드 제품이었습니다.동양인보다 상대적으로 얼굴이 작은 서양인에 맞춘 제품은 작은 렌즈와 얇은 테가 많았습니다.김 대표는 큰 렌즈의 선글라스 6가지 모델을 만듭니다.크고 두꺼운 테를 선호하는 동양인의 시각에서 접근했죠‘뿔테 안경’은 다시 유행의 파도에 올라탔습니다.
젠틀몬스터의 공간 실험은 이어졌습니다.2014년부터 2016년에는 서울 홍대에서‘퀀텀 프로젝트’를 시도합니다.25일 간격으로 공간을 바꾸면서 발걸음이 이어지게 했습니다.폐업한 목욕탕을 개조해 쇼룸으로 선보이기도 했죠.2021년 문을 연 하우스 도산에는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3D 구조물을 설치했습니다.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도 하우스 도산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죠.
지난 2021년 문을 연 하우스도산 내부 모습 [젠틀몬스터 제공]
젠틀몬스터가 공간 연출로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린 것 같지만,진짜 영업비밀은 따로 있습니다.사람들이 구경만 하고 제품을 사지 않으면‘돈’이 되지 않으니까요.김 대표는 왜 비싼 논현동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조물을 지은 걸까요.
쇼룸은‘고급화’와‘높은 마진율’의 수단이었습니다.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을 극대화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입히고,소비자가 높은 가격을 합리화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젠틀몬스터의 쇼룸은 대부분 초대형 규모입니다.샤넬,루이비통 등 해외 명품 매장과 비슷하죠‘소비자는 매장 공간을 보고 해당 브랜드의 크기를 인식한다’는 김 대표의 지론을 적용한 결과입니다.
가격도 명품 뺨치는 수준이었죠.기본 30만원에서 60만원까지 다양합니다.샤넬,루이비통처럼‘이번 시즌이 아니면 사지 못하는’라인업을 만들어 희소성까지 높였습니다.전형적인 명품 브랜드의 마케팅이었죠.메종 마르지엘라와 협업한 젠틀몬스터의 대표 컬렉션은 할인도,광고도 하지 않았습니다.하지만 출시하면 바로 품절이었죠.재입고도 흔치 않아 일부 사이트에서는‘웃돈’을 얹어 팔기도 했습니다.
젠틀몬스터의 고급화에 연예인 마케팅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2014년 한류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별에서 온 그대’속 전지현 씨가 젠틀몬스터 선글라스를 착용하며‘천송이 선글라스’로 인기를 끌었습니다.창업 첫해 매출은 1억2000만원에 불과했지만,2013년 쇼룸 론칭으로 50억원을 넘겼습니다.2014년에는 연예인 마케팅으로 2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이후에는 블랙핑크 제니와 손흥민을 모델로 내세우고 이들과 협업한 시즌 상품을 출시해 MZ세대의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
연예인이 제품 기획에 직접 참여하는 문화도 이때 만들어졌습니다.제니가 디자인 아이디어를 낸‘젠틀살롱’컬렉션이 대표적입니다.방송인 유재석에게 유니콘 인형과‘젠틀살롱’제품을 선물한 일화는 유명하죠.당시 선글라스를 꾸밀 수 있는 액세서리를 함께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글라스를 꾸미는‘선꾸’문화도 생겼답니다.
고급화 전략이 통했던 걸까요.2017년에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에서 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아이아이컴바인드는 당시 화장품 회사인 탬버린즈와 식음료(F&B) 매장 누데이크를 출범하며 사업을 확장했죠.2015년 572억이었던 아이아이컴바인드 매출은 2023년 6000억원을 돌파했고,
온라인에서 크랩지난해에는 7891억원을 기록했습니다.이중 젠틀몬스터의 매출이 6140억원입니다.
명품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와 협업한 젠틀몬스터 제품 [젠틀몬스터 제공]
이익률 10%도 알짜라는데…젠틀몬스터는‘30%’
젠틀몬스터의 높은 마진율은‘쇼룸’으로 시작한 경영 선순환을 완성시키는 요소입니다.높은 단가로 매출을 키워도 영업이익률이 낮으면 사업을 이어가기 힘들지만,젠틀몬스터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0%에 달합니다.제조업에서는 이익률이 10%만 넘어도 수익성이 좋다고 평가합니다.30%는‘꿈의 이익률’인 셈이죠.영업이익은 2023년에는 처음 1000억원을 넘겼고 지난해 1년 만에 2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이유는 낮은 매출원가율에 있습니다.젠틀몬스터의 매출원가율은 15.7%로 지난해 매출 7891억원 중 매출원가는 1236억원입니다.100만원짜리 안경을 판다고 하면 원가는 15만원인 셈이죠.기존 안경점과‘갑을’관계까지 사라지니,이익을 그대로 회수할 수 있는 거죠.안경점에서 탈출해 독자 쇼룸을 선보인 결과입니다.
재고자산은 지난해 기준 510억원입니다.재고자산 소진 기간은 지난해 평균 133일로 매우 짧습니다.여름 한철 인기가 높아지는 선글라스와 취향을 타는 안경테는 재고가 쌓이면 몇 년간 팔리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하네요.
젠틀몬스터 쿠알라룸푸르 플래그십 스토어 [젠틀몬스터 제공]
중국 미국 넘어 유럽‘깃발’꽂은 젠틀몬스터…K-명품 꿈꾼다
올해도 아이아이컴바인드는 몸집을 불릴 계획입니다.해외 법인 매출은 지난해 3156억원을 기록했습니다.전체 매출의 40% 정도죠.젠틀몬스터 매출(6140억원)로만 비교하면 절반이 넘습니다.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본업인 선글라스 제조업 말고도 주목받는 건 부동산 투자입니다.대표적으로 하반기에 완공될 신사옥이 언급됩니다.2018년 509억원을 투자해 매입한 해당 용지는 현재 시세가 5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2023년부터는 신사동과 한남동 건물을 사들이고 있습니다.신사동 도산공원 일대 2곳의 건물과‘하우스 도산’이 입점한 건물,한남동 일대 토지 등 가격을 합하면 1600억원에 이릅니다.특히 지난해 10월‘하우스 도산’건물 구매 당시 평당 3억5000만원에 달하는 거금을 지불하며 화제가 됐습니다.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속 이례적 투자 행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eos 파워볼 작업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이었네요.
IPO(기업공개) 여부는 미지수입니다.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지난 2016년 자본이 부족했을 시기 IPO를 검토했지만,젠틀몬스터의 급부상으로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지난해 말 기준 아이아이컴바인드의 현금성 자산은 885억원에 달합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에 유럽법인을 세우며 유럽 시장 공략을 공식화했습니다.기존 중국과 일본,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전개했다면 그 반경을 넓히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제조업과 패션업계가 침체 국면인 상황에서 성장세인 국내 브랜드가 있다는 점은 반가운 소식인데요.젠틀몬스터가 하나의 K-명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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