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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에 바라다]①“일감 쏟아져도 야근 못 시켜”
수출도 납기도‘차질’[편집자주] 발주는 끊겼는데 직원 월급날은 돌아온다.납기일을 맞추려 야근을 시키자니 주52시간제가 발목을 잡는다.공장에서 사고라도 나면 사업주는 교도소 신세다.매년 오르는 최저임금도 감당하기 버겁다.그러나 위기에도 기회는 있다.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벤처기업을 돕겠다고 나섰다.현장이 바라는 '공약'은 무엇일까.뉴스1이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근로시간 등이 적힌 구직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News1 박세연 기자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근로시간 등이 적힌 구직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중소기업들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3대 노동문제'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장기화한 내수 침체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은 겪는 중소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주52시간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표밭' 공략에 나선 정치권도 중소기업계를 찾아 노동규제 유연화를 약속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과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교차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계는 그간 꾸준히 주52시간 근무제 개선을 중점과제로 설정하고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해 왔다.

주52시간제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단축한 근로제도다.2018년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 통과에 따라 도입돼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왔다.

종업원 300명 이상인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2018년 7월부터 곧바로 적용을 받았으며 2021년 7월부터 전면 시행됐다.30인 미만 중소기업은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하는 중이다.

강행규정이기 때문에 노사가 합의를 해도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으며 어길 시 사업주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단 30인 미만 사업장은 시행 후 6개월간 노사 합의를 통해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허용하기도 했다.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정보게시판의 구직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News1 박세연 기자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정보게시판의 구직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News1 박세연 기자


주 52시간제는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을 방지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자는 취지로 도입됐다.하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선 생산량 조절이 어렵고,일손이 부족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660개를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중소기업의 39%가 '주 52시간 적용 유연화를 포함한 근로제도 개선'을 최우선 입법과제로 꼽았다.

또 수출 중소기업의 56%,중소 제조업체의 28.3%가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수주 납기 준수에 애로를 느끼고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특히 제조기업들을 중심으로 주 52시간제를 준수하면 수탁업체에 납기를 맞추기 어려워 영업에 차질이 생긴다는 응답률도 높았다.

대기업 협력사 A 대표는 "모든 제조업은 일이 있을 때가 있고 없을 때가 있다.지금은 그래서 요일제를 운영하면서 주 52시간을 맞추고 있다"며 "급한 납품 건으로 (제작) 물량이 한 번에 몰리면 주 52시간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화장품 수출기업 B사는 "(주52시간제 시행 후) 재료를 받아 제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기간이 모두 지연되고 있고 최근에는 늘어난 납기로 홍콩 거래처의 컴플레인을 받았다"며 "현실적으로 "주간·야간으로 24시간 공정을 돌리지 않으면 성수기에는 납기와 물량을 맞출 수가 없다"고 전했다.

현장의 호소에 중소기업중앙회도 올해 주52시간제 유연화를 핵심 과제로 선정하고 중점 개선을 추진해 오고 있다.

중소업계는 기본적으로 업종이나 시기별로 천차만별인 근로 형태를 무시하고 일률적인 법으로 모든 기업의 근로 시간을 관리·규제하는 현행 주52시간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다만 폐지가 어렵다면 최소한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현행 주 단위가 아닌 월이나 분기,짝 룰렛반기,연 단위로 관리해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불가피한 초과 근무 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특별연장근로제'의 경우 필요 서류나 고용부 인가까지 시간이 걸려 실제로는 활용이 어려워 활용 편의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특별연장근로제는 사정이 발생해 법정 연장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해야 하는 경우 근로자의 동의와 고용부 장관 인가를 받아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지난 정부가 주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만들어서 경제계는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미국은 연장근로를 제한하는 규정 자체가 없는데 유독 한국의 기업들만 (근로 시간 제한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붙은 취업 공고의 모습.ⓒ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붙은 취업 공고의 모습.ⓒ News1 신웅수 기자


804만 유권자를 거느린 중소기업계의 호소에 정치권도 주52시간제 개선과 관련한 요구에 관심을 보이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4월 14일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업종과 직무 특성을 반영한 주 52시간 근로 규제 폐지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대선을 앞두고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바꾸자는 정책 제안을 내놨다.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는 4월 15일 주 52시간제의 개편을 포함한 혁신성장을 위한 중소벤처기업 7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다만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반도체 기업의 주 52시간 근무 예외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주52시간제 유연화가 대선 공약에 포함될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계는 기대감과 동시에 신중한 반응을 보인다.선거철마다 주52시간제 개선 등 노동규제 유연화를 약속한 정치권이 정작 선거가 끝나고 나서는 개선을 미루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주52시간제 같은 근로시간 규제는 서비스 중심의 국가에서는 적합할지 몰라도,골든 웰스 바카라우리나라 같은 제조업 중심 국가에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며 "지금 중국은 빠르게 우리를 따라잡고 있는데 우리만 현실을 모르고 너무 이상적으로 접근하고 있다.최소한 업종별,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식의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국내 근로자가 부족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기대고 있지만 주52시간제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들조차 더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어 (공장노동자들이) 주말에는 다시 농장으로 빠져나가는 상황"이라며 "이번만큼은 정치권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서 실질적인 개선안을 내놓길 바란다"고 했다.

<용어설명>

■ 주52시간 근무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한 근로제도.어길 시 사업주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 수탁업체
하도급 거래에서 위탁업체로부터 특정한 제품 혹은 서비스의 형태를 결정받아 이에 따라 위탁업체에게 납품하는 업체.

■ 중대재해처벌법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경영책임자,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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